사당5동성당 게시판

고쳐라!!

인쇄

김란 [ranaco21] 쪽지 캡슐

2000-03-27 ㅣ No.660

토요일에 있었던 일 하나..

 

아주 사소한 문제로 같이 근무하는 동료의 부탁을 거절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좀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들어주었을 부탁이다.

그 사람의 부탁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어,,하며 내 자신을 합리화

시켰지만,그 일이 있고부터 마음이 불편한건 어쩔 수 없었다.

집에 돌아오며 왜 그런 식으로 행동을 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 사람의 부탁 방식, 부탁할 때 그 사람의 태도, 그런 것들이

신경에 거슬렸던 것,,그리고 잘 생각해 보니까 안지 오래된 사람도

아니고 나보다 나이도 많은데 좀 내려본 경향도 없지 않았던 것 같다.

........................

 

결국, 나는 한 사람을 판단해 버리고 그 편견으로 멋대로 행동한 것이다.

아마도 그 사람이 평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거나, 내가 좀 어려워

하는 사람이었다면 똑같은 상황에서도 분명히 다르게 행동했을 것이다.

겸손하지 못한 것이다. 공정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부탁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나’를 내세운 것이다.

요새 "적멸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읽으며 스님들의 입적하는 모습들

속에서 내가 감탄하고 부러워하던 것은 그냥 다른 사람들 얘기로 받아

들여서였던가?? 자신의 육신도 그냥 헌옷처럼 벗어던지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 자유롭게 되는 그분들의 모습을 보며 내가 가졌던 생각들은

한낱 부질없는 생각 뿐이었나보구나...하는 생각.

’나’를 낮추고, 내어주고, 밥이 되어 주기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

 

어제 성당에 갔더니 신부님께서 "고쳐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언제까지 이게 잘 안고쳐져요,,라고 말할 것인가..하는 말씀.

어디선가 들었던 신앙은 결단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세례 받을 때 "끊어버립니다."하고 외쳤던 것도..

 

"주님, 제가 늘 나쁜 습관에서 헤어나지 못해 남들에게 상처입히고,

 그로인해 저도 상처입을 때,,, 제가 그것들을 합리화시키지 않고

 용감하게 그 나쁜 습관을 끊어버릴 수 있도록 용기 주시고,,,

 

 제가 저를 내세워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

 주님께서 죽기까지 당신을 낮추셨듯이 제가 저를 내세우는 마음을

 버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요."

 



50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