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검정성당 자유 게시판

What a wonderful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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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세택 [stwee] 쪽지 캡슐

2002-09-06 ㅣ No.2056

몇일전에 모처럼 비가 그친 오후 늦게 통일로를 따라 임진각 쪽으로 금촌을 지날 무렵 차창 왼쪽으로 엷은 석양의 안개 속에서 오백원짜리 동전만한 해가 빨갛게 몽롱한 빛을 보여주고 있을 때 라디오에서 ’사랑의 기쁨’이라는 노래가 울려 나왔다.

 

우리 말로 " 사랑의 기쁨은 어느덧 사라지고 사랑의 슬픔만 남았네." 라고 번역되어 널리 불리는 노래인데 제목과는 달리 사랑의 슬픔을 노래한 것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갑자기 가슴이 저릿해지면서 그 순간이 너무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살아가면서 세상이 너무 아름답다고 느낄 때가 가끔 있는데 이상하게도 모든 일이 잘풀리고 풍요로울 때 보다도 일이 잘안되고 절망을 느끼고 힘들 때 오히려 세상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비참한 자신의 기분과 대비가 되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지 아니면 무의식의 기제가 작용하여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우니 죽지말고 열심히 살아야한다고 삶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니면 온몸에 힘이 빠져 감정이 순화된 상태에서 세상을 보니 새삼 아름답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노래나 소설이나 시들 중에서 기쁨보다 고통과 슬픔을 주제로 한 것들이 아름다운 작품이 훨씬 더 많은 것도 다 그런 이유들 때문인지 모르겠다.

 

오래 전에 한국에서 상영되지는 않았지만 텔레비젼에서는 방영된 "Good morning Vetnam"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로빈 윌리암스가 미군 방송의 디제이로 나오는 영화인데 그 영화의 주제가로 쓰인 노래가 옛날에 루이 암스트롱이 부른 "What a wondertful world"였다.

가사와 멜로디가 아름다운 노래인데 한국에서는 오비라거 선전에서 만화가 이현세가 나올 때 배경음악으로 나왔었다.

 

전쟁의 포화가 난무하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위로 울려 퍼지는 노래가 세상은 얼마나 멋진가 하는 노래이니 참으로 아이러니한데 정말로 그 처참한 전쟁터에서 세상이 아름답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으니 사람의 감정이란 정말 이상하다.

지금 그영화의 줄거리는 별로 생각 안나고 전쟁터 위로 날라가는 그 노래만 기억이 난다.

 

지금 여러가지 일로 고통 받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고 악착같이 살 가치가 있다는 말을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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