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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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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숙 [sang1395] 쪽지 캡슐

2002-06-22 ㅣ No.1883

오늘 월간지 <좋은 생각>에서

책사이즈의 소포가 배달되었다

나한테 무슨 책을 보낼까

궁금해하며 풀어보니

지난 겨울, 창간 10주년을 기념해

애독자들이 보낸 시를 모아 시집을 발간한다고 해서

보낸 시가 실렸다고 시집 한 권을 잊지 않고 보낸 것이다

 

오랫만에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친정 아버지가 전립선 암에 걸려

올해들어 벌써 4번째 수술을 해 병원에 계시고

애기 아빠는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의 기회를 얻지 못해 우울해하고

그리고 집 문제도 복잡하고...

 

나이에 걸맞지 않게

말똥만 굴러가도 웃어대는 푼수 아줌마인데

요즘은 세수하다 거울을 쳐다보면

얼굴이 굳어져있음을 의식해

애써 웃음을 지어보기도 하지만

예전의 푼수같은 웃음이 터지진 않는다

 

시집에 실린 시를 보면서

내가 언제 이런 시를 쓰면서

마음을 드려다 볼때도 있었구나 하는 생소한 느낌마저 든다

 

아마도 너무 지쳐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나를 흔들어대는

그 분의 손길이리라

 

오랫만에 소태같던 입맛이 달착지근하다

입맛을 돋구려 무쳐 본 미나리 나물보다는

스쳐가는 한줄기 시원한 바람과 같은

그 분의 선물 때문이리라

 

 

 

하나의 샘에서

 

내 속엔

참으로 신기한

샘 하나가 있습니다

 

어느 날은

깊은 곳에서

맑고 서늘한

물이 솟아올라

 

갈라지고 굳은

마음밭이

아기 살처럼 보드라워지고

 

그와 나는 서로를

고운 꽃잎으로 물들입니다

 

어느 날은

보기에도 더럽고 썩은

물이 솟아올라

이웃과 주위에

고약한 냄새를 피우고

내 마음밭엔

마구 엉겅퀴가 자라납니다

 

하나의 샘에서

생명을 키우고

생명을 죽이는

물이 솟아납니다

 

고움과 미움이

하나의 근원인

마음의 샘에서 솟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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