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사순 제2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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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03-11 ㅣ No.1574

사순 제2주일(다해. 2001. 3. 11)

                                              제1독서 : 창세 15, 5∼12. 17∼18

                                              제2독서 : 필립  3, 20 ∼ 4, 1

                                              복   음 : 루가  9, 28b ∼ 36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어느 책에서 본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장님이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얼마 전 그 친구가 개안 수술에 성공해서 그 동안 자신이 신세 진 사람들에게 저녁을 사기로 했습니다.  한참 식사 중에 사람들이 세상 보는 재미가 어떠냐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빙긋이 웃던 친구가 한참만에 한 이야기는 대충 이런 거였습니다.  ’본다는 건 참 무서운 거야.  예전에 난, 내가 보지 못해서 세상에 대해 많은 편견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 몇 달 생생하게 세상과 사물을 보면서는 이런 생각이 좀 바뀌었어.  뭐랄까?  본다는 것 자체가 바로 편견의 시작이라는 거지..... 보이지 않을 때는 항상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지만 이제는 오직 보이는 것에만 의지하고 이것만이 참으로 옳다고 믿는 습관이 생기더라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기도하러 산으로 올라가셨습니다.  그리고 기도하시는 동안에 그 모습이 변하고 옷이 눈부시게 빛나고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은 바로 예수님께서 어떤 분인지 알려주는 것이며, 그 분이 바로 고대하던 메시아임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그 장면을 보게된 베드로 사도는 너무나 도취한 나머지 초막 셋을 지어드리겠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고 하는 말이었으며, 그 말을 하고 있는 사이에 그 영광스러운 모습이 사라졌다고 복음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눈앞에 보이는 영광에 급급해 하고 십자가의 죽음 너머에 있는 심오한 부활의 영광은 바라보지 못하는 베드로 사도의 얄팍한 신앙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모습에서 눈에 보이는 것만이 사실이라고 믿으면서 눈에 보이는 기적만을 요구하는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게 합니다.

  오늘 제1독서의 주인공인 아브라함은 본래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기름진 땅에서 부자로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정든 고향을 떠나 약속의 땅에 도착해 보니 아주 메마르고 척박한 땅이었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정든 고향을 떠났던 일들이 참으로 야속했습니다.  "가라"해서 떠났고, "오라"해서 왔지만 어디 맘붙여 살만한 건더기가 없었습니다.  하느님을 따라나선 것이 그저 속없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바로 그때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다시 부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아브라함이 하느님과 계약을 맺는 장면입니다.  하느님은 아브라함과 계약을 맺으면서 그 계약의 조건으로 엄청난 축복의 선물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이 선물들은 아브라함이 살아있을 동안은 주어지지 않고 먼 후대에 가서 이루어질 약속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이 인간적으로 볼 때 하느님의 약속은 현실성이 없고 막연한 것으로 보일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그는 그 약속을 믿고 희망하며 그 계약의 조건으로 변치 않을 신앙을 약속합니다.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약속을 믿었습니다.  언제고 그분의 약속이 꼭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믿었습니다.

  믿음의 길은 쉬운 길이 아닙니다.  인간적으로는 대단히 어렵고 힘든 길입니다.  우리는 믿는다고 하면서 보이는 것에만 의지하여 더 이상의 가능성을 두지 않고 우리가 본 것이 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항상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면 보는 것은 허상일 수 있으면 거짓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믿음은 결코 보이는 것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믿음은 보이는 현실과 자주 모순이 되기에 믿음의 길을 현실에서 걸어가기에는 여러 가지 걸림돌들이 많게 됩니다.  참으로 믿음을 갖기 위해서는 사도 베드로처럼 보이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아브라함처럼 보이는 것 뿐 아니라 언제나 모든 것에서 믿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새롭게 시작되는 한 주간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는지, 우리의 믿음이 올바른지 생각해보아야 하겠습니다.  믿음을 가지고 자신 있게 신앙생활을 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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