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어떤 날 저녁에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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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bjbj] 쪽지 캡슐

2001-06-13 ㅣ No.6995

누구에겐가 자신이 여기에 존재하고 있다고 알리고 싶은 그런 저녁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정신없이 스쳐가는 세상의 온갖 풍경속에서 나만이 홀로 시간이 멈추어버린 것처럼 그렇게 고요하게 느껴지는 오후도 있구요.

저는 오랬만에 컴퓨터를 마주했는데, 왠지 제 마음속에 누구에겐가 알리고 싶은 그런 무엇인가가 있을것만 같아서 그냥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고등학교 아니면 중학교때 이런 성격의 문학에 대해서 배운 것 같기도 하군요. (영민이가 이 글을 본다면 그게 무엇이라고 대답하고 싶어하겠군요,,,)

제 영혼이 지금 어떤 모습일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제 자신을 가증스럽게 여기고 있을까요?

이 즈음에 왠지 길어질 것 같은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는군요.  아마도 별 내용없는 글이 될 것 같아서 말이죠.

오늘 새로 입주하신 분들의 집을 축성하러 갔었는데 말이죠, 어느 집에서 초등학교 3학년 꼬마 아가씨를 만났지 뭡니까. 그 아가씨가 저를 보더니 할머니의 등 뒤로 숨더군요. 눈만 살짝 내밀면서 말이죠. 그 깜찍한 모습...상상이 되시죠?

아무튼 그 아가씨를 보니, 제가 초등학교 4학년때 좋아하던 옆집의 아줌마가 생각이 나더군요. 그 어린 녀석이 말이죠, 옆집의 새댁을 보고는 얼굴이 빨개져서 엄마 등뒤로 숨곤했는데, 어른들은 애써 제 마음을 모른척 하더군요. 참, 세상에, 별 이상한 녀석이 다 있다고 생각했겠죠?

고등학교 3학년때 참 친하게 지내던 친구녀석들이 있었는데, 하루는 무더운 여름에 야간 자유학습을 가장한 타율학습을 하고 있는데, 내내 침 흘리며 자던 한 놈이 목 마른데 시원한 것 마시러 가지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학교앞에 있는 작은 구멍가게에 가서 맥주 몇 병을 사서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꼬라지(모습)가 아마도 지금 제가 싸가지(버릇) 없다고 말하는 그런 친구들의 모습이었을겁니다.

아무튼 시원한 여름밤을 보내고나서 학교로 다시 돌아오는데 우리들중에 한 명의 어머님이 밤 늦게까지 열심이 공부하리라고 기대하던 아들을 모시러(?) 오셨더군요.

다음날 그 친구에게 들은 말...우리 엄마가 너랑 놀지 말래!

비록 기계를 통한 이야기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를 많이 알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오늘은 이만하죠. 졸리워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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