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송편 선물을 받고

인쇄

조남진 [monicacho033] 쪽지 캡슐

2000-09-13 ㅣ No.1970

여러분 추석 잘 지내셨어요?

 

주부들께서는 특히 며칠씩 계속되는 추석 연휴에  가족들 뒷치닥거리 하시느라고 애많이 쓰셨겠어요.

저는 집안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엉터리주부입니다.

음식 만드는 일이라든가 하는 일에 시간을 쏟고 나면 괜히 억울한  생각이 들어서 꼭해야 할 일도 며칠씩 미루고 머릿속으로만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정 할 수 없을 때 해치우는 기분으로 하지요.  이런 형편이니 요리 솜씨가 발전 할 리가 없고 음식은 정성이 맛이라는데 맛이 있을리도 없죠. 명절이라고 다를 것이 없겠죠. 아이들이 어렸을때는 교육상 할 수 없이 명절이면 한복도 준비 해 입히고, 송편 반죽도  조금 구해다 빚어서 찌며 명절의 분위기를  "연출"하곤 했지만 아이들이 모두 커버린 요즘엔 그런 일 마저 졸업해 버렸죠.  멀리 계신(일본)  큰댁에서 제사와 차례를 모셔간 요즘은 명절이라고  한꺼번에 이것저것 음식해야 하는 일에서 벗어나 아주 홀가분하게 지낼 수 있죠.

 

이번 추석에도 어떻게 띵까 띵가 편안하게 지낼까를 생각하다가 하루에 한가지씩만 새 음식을  만들기로 혼자 마음 억었지요.  추석 전날의 일이었습니다.시내에 약속이 있어서 나갔다가 돌아와  쉬고 있는데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혼자되어  아들 키우며 사는 그 후배는 아무래도 제가 송편을 안했을 것 같아서 전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송편을 쪄서 바로  보내겠다는 전화였습니다. 그 전화를 받고서  저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솔잎 깔고 송편을 쪄서 참기름 발라 대소쿠리에 담아 보낸 그 후배의 정성 담긴 선물을 받으며, 어려움 속에서나마 감사하며 ’생활을 사랑하는’  그가 진정 마음이 부요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편안함만 찾아  게으름 피며 사는 저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작은 사랑을 나누며  알뜰살뜰  사는 부지런한 그의  삶이 하느님 보시기에 퍽 아름다와 보일것이란 생각에 부끄러워졌습니다.

 일상의 작은 일도 감사하고 사랑하며 이웃과 교통하고 좀더 부지런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갖게 된 올 추석입니다.

 



47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