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동성당 게시판

성 바울로 정하상의 「상재상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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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경희 [rydia78] 쪽지 캡슐

1999-09-26 ㅣ No.577

친구가 가장 소중히 여기고 있는 글이라고 하더군요.

이글은 천주교에 대한 사상이 마땅함과 아울러 우리가 믿는 신앙을 더욱 더 확실히 하여 준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여러분들은 어떠신지 모르겠네요.

좀 길더라도 끝까지 읽어주세요.

 

우리의 본분이 이와 같은데 우리는 어찌 그분을 따르지 못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왜 조그만 것 하나 하나에 주님을 느끼지 못하고, 느낀다 하더라도 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일까요? 우리의 나약함 때문일까요?

 

행동없는 믿음을 죽음 믿음이라고 합니다.

 

 

 

성 바울로 정하상의 상재상서에서..

 

종교도 어디서 왔거나 진정 거룩한 종료라면

어찌 이 나라 저 나라의 경계가 있겠습니까?

 

천주께서 천지 만물을 만드신 목적은 우리에게 당신의 복을 내려주시고 당신의 착하심을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하늘을 만드시어 우리를 덮어주시고 땅을 만드시어 그 위에 우리를 살게 하시고, 해와 달과 별들을 만드시어 우리를 비추시고, 초목과 금수와 금은 동철을 우리가 향유하고 사용하게 하셨습니다.

 

모태에서 태어나 장성할 때까지 가지가지 은혜가 이와 같이 한이 없으나, 인간의 마땅한 본분은 과연 어떠해야하겠습니까? 만일 하늘을 머리에 이고 땅을 밟고 살면서 먹고 입기만 한다면 인류를 내신 분의 은덕을 저버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예를 들어, 아버지가 집을 짓고 살림을 차려 아들에게 주어 쓰게 하였는데도 아들이 그 집에서 살며 그 살림을 사용하면서도 제가 잘난 체하고, 부모를 섬기며 그 은덕에 보답할 도리와 근본을 모른다면 어찌 효도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이 바로 불효가 아니겠습니까?

 

사람이 이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티 끌에 이르기까지 모두 천주의 능력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릴 내시고 기르시고 돌보시며 인도하십니다. 굳이 죽은 후에 받을 상을 말하지 않더라도 당장 지금 받고 있는 은혜가 극진하여, 그 분을 받들어 섬긴들 어찌 만 분의 일이나 보답한다 하겠습니까? 천주를 섬기는 일은 어려운 일도 아니겠거니와 은밀한 말을 들춰내어 괴상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라, 오직 스스로의 잘못을 고치고 새로운 사람이 되어 천주의 계명을 지키려는 것뿐입니다.

 

사람의 목숨이 길다고 해도 백년을 넘기지 못하는데 자기 이익만을 탐하여 얻지 못한 것을 얻으려 애쓰고 이미 얻은 것을 잃지 않으며 걱정하는 사이에 어느 덧 늙고 만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이 몸이 한번 죽으면 부귀 공명도 반드시 허무로 돌아가고 맙니다.  부귀 공명마저 일평생 애써도 얻지 못하는 것인데 이 헛된 꿈을 깨기가 그다지 어렵단 말입니까? 세상에 있을때 정신이 흐려져 깨닫지 못하다가 육신이 죽은 뒤에 뉘우친다해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그러기에 목을 벨 도끼가 눈앞에 있고 몸을 삶을 가마숱이 제 뒤에 있어도 꿋꿋이 굽히지 않은 사람이 대대에 적지 않습니다.  이것이 참된 교회의 증거입니다.

 

교리의 참되고 거짓됨이나 사리의 바르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얼토당토아니한 말로서 공격하고 배척하고 있으니 그저 외국의 종교라 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금은산지를 가리지 않고 순금이면 보배를 가리지 않겠습니까? 종교도 어디서 왔거나 진정 거룩하고 참된 종교라면 어찌 이 나라 저 나라 경계가 있겠습니까?

 

수명을 감하고 생명을 바쳐서 천주교의 참됨을 증거하고 천주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이 몸도 장차는 죽을 목숨이뇌 감히 말해야할 이 시기를 만나 한번 머리를 들고 길게 외치지 못하고 슬프게도 입을 다물고 죽어버린다면 산같이 쌓인 회한을 장차 백대 후세에 이르기까지 폭로할 길이 없기에, 엎드려 청하오니, 지금 한번 밝은 빛으로 굽어보시고, 도리가 참된 것인지 거짓된 것인지, 올바른지 그릇된 것인지를 자세히 판단한 다음, 위로는 정부로부터 아래는 백성에 이르기까지 일변하여 바른길로 돌아와 금명을 풀고 체포하는 법을 거두며, 옥에 갇힌 사람들을 석방하고 온 백성이 모두 제 고향에 돌아가 제 직업을 즐기면서 함께 평화를 누리게 해주시기를 천번 만번 바라고 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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