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하느님이 밥먹여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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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준 [bopark] 쪽지 캡슐

2001-01-01 ㅣ No.2057

"하느님이 밥먹여주냐?

믿으려면 내 주먹을 믿지,

이 미치광이 예수쟁이들아!

하느님은 모든 기도를 다 들어준다며?

그러면 돈이나 많이 벌게 해달라고 기도해야지"

 

라고,

억지를 부리던 형제가 있었네.

치미는 울화통을 참으며

옛날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씁스레한 마음으로 생각했었다네

 

다른 이들의 기도는 하느님이

다 들어주셔도 너의 기도만은

하느님께 특별히 부탁드려서

들어 주시지 말라고 해야겠노라고...

 

그 형제는 게걸스럽게 돈을 모았네.

닥치는대로 일을하고 옆을 돌아 볼 겨를도 없이

열심히 살았네.

돈이 인생의 최대 목표였으니까.

 

만날 때마다 이야기했네.

가톨릭이 어떻고,

레지오가 어떻고

연령회가 어떻고,

어줍잖은 교리지식으로

이러쿵 저러쿵....

 

그 때마다 그 형제는

"너나 많이해라

그건 배부른 자들의 소일거리다"고

핀잔을 들어야했다.

 

나는 기도했네.

그 형제를 변화시켜 달라고...

그러나 꿈쩍도 안했네.

하느님은 정말 계시는 것이냐고 회의도 들었네.

 

시간은 덧없이 흘러가고

만날 때마다 집요한 나의 설득에

그 형제는 어느날 이렇게 말했네.

 

"나는 불교신자가 맞는 것 같다.

우리 조상대대로 믿어왔으니까

그쪽으로 가야할 것 같다"고

고백해 왔네.

 

나는 이틈을 놓칠새라

독수리가 먹이를 보고 내려 꽂히듯이

정곡을 찔러봤네.

우리 조상들도 불교신자였노라고...

반야심경도 외울 줄 안다고...

 

그래도 도무지 변화가 없었네.

그러던 어느날 집안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네

부인이 암으로 세상을 뜨고

아들 딸들의 신상에 문제가 생기고

그동안 애써 모은 돈들이 뭉텅이로 나가버리고.

 

나는 제안을 했지.

어렵게 사는 이들을 보러 가자고.

수녀님들이 지체 장애 아이들을 돌보시는 곳

고아원, 음성 꽃동네 등을 데리고 다니며

눈치만 살폈네 아무런 말도 하지않고...

 

그런데 변화가 오기 시작했네.

어느날 갑자기 성당엘 나가고 싶다고 부탁했네.

나는 냉정했네.

’하느님이 밥을 먹여주냐?

돈을 벌게 해주냐?

성당은 뭣하러 가려고 하는데 라고 물었네’

 

그 형제는 "그냥......"이라고 얼버무렸지

 

나는 또 냉정을 되찾았네.

’네 주먹을 믿는다며?

예수쟁이들은 모두 미친*들이라며’...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면서 짐짓 모른척

강력히(?) 반발했네...

’너 같은 인간은 성당에 와도 금방 냉담해버리니까

필요가 없노라고...’

 

그러나 그는 막무가내였네

무언가 기댈 언덕이 있어야하지 않겠느냐고

간절히 호소했네

 

이제는 세례를 받고 견진까지도 받고

열심한 신앙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평소에 감사할 줄 모르고 하느님을 부인했던

한 사람이 기도의 힘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는 순간

돌아온 탕자의 모습과, 꼴찌와 일등의 비유 말씀이

언뜻 생각났네.

 

변화된 모습으로 만난 어느날

나는 말했네.

’아직도 하느님이 밥을 안 먹여 주신다는 그

신조(?)에는 변함이 없느냐고?’

 

형제는 말했네.

"이제는 아니라고,

하느님이 밥먹여 주시고,

돈벌게 해주시고,

예수쟁이(?)가 되려면 미쳐야한다고...."

고백하는 형제의 모습에서

눈물겹도록 고마우신 주님의 사랑을 보았고

감사할 줄 모르고 살아가는 제삶에

스승이 되어준 그 형제가 고맙게 느껴져

이렇게 새해를 맞으면서 올려봅니다.

 

주님!

당신의 섭리가 이러하온데

당신을 두고 저희는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

 

 

추신:새해를 맞이하여 모든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제가 새해인사를 드릴 때에는 성불하시라는 문구를 많이 쓰는데 신자분들이 의아하게 생각하시더군요.

불교신자냐구요?

그것이 아니고, "성령으로 불 타시라"는 의미임을 밝혀드리오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그럼 새해에는 성불 하십시오.^.^

 

비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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