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천사를 보내 주셨어요. 아이들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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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이 [pear] 쪽지 캡슐

1999-06-16 ㅣ No.335

아침에 아이들이 우산을 안 가져 갔어요.

 

아이들 오는 시간에 맞추어 마중 나가려 했는데.....

굿뉴스에 들어와서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 시계를 보니.....

아이들과 길이 엇갈릴 것 같더라구요.

 

창밖을 내다보니 아이들이 저마다

예쁜 우산을 쓰고 하나둘 걸어 들어오고 있었어요.

그 중엔 가방으로 머리를 가리고 뛰어오는 녀석도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래 우리 아이들도 어떻게 해결하는지 기다려 보기로 하자'

라고 맘을 다져 먹고 하던 일을 계속 하였습니다.

 

빗줄기가 제법 굵어서 집까지 걸어 들어 올려면 꽤나 젖을 듯 하였습니다.

 

성모님께 기도를 하였지요.

 

"성모님!

우리 아이들 지켜 주시구요.

우리 아이들에게 내리는 이 비가

비록 산성비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비 맞을 수 있었음이

축복이었음을 먼 훗날

다시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라구요.

 

조금 후에 딩동 소리가 났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옷은 젖어 있지 않았답니다.

"너희들 누가 태워줬니?"

하고 물어 보았습니다.

 

착한 할아버지가 집앞까지 우산을 씌워 주셨다고 하였습니다.

 

'그 분 하느님이 보내 주신 천사인가 보다.'

그렇게 아이에게 말하려는데

 

아이가 먼저

"천사같은 할아버지였어" 합니다.

아이와 저는 함께 웃었습니다.

 

하느님!

아이들에게 천사를 보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제가 하느님을 다시 찾게 된것도 모두 아이들 덕분이었습니다.

 

큰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세상 밖으로 아이를 내어 놓는 일은 너무 큰 두려움이었습니다.

혹시나 .....

혹시나 ......

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이 나를 너무나 괴롭혔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보호하기엔 이 험한 세상에서

어미인 저의 존재가 너무 작은 것이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뿐이란 걸

아이를 통해 알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오늘 새삼 다시 깨닫습니다.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께선

제가 저의 아이들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저희 아이들을 염려하고, 보살피고 계시다는 걸요.....

 

비가 오지만

오늘은 유난히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맑게 들립니다.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주신

나의 하느님

정말로 정말로 고맙습니다.

 

                   비가 와서 기분 좋은 배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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