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동성당 게시판

2001년4월9일밤10시 윤혜진세실리아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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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진 [fromrahel] 쪽지 캡슐

2001-04-10 ㅣ No.937

2001년 4월 9일

 

당신은 지금 막 죽었습니다.

 

                "그  영원한 시작 "

 

모든것의 시작이자 끝이신 하느님, 그 분의 죽음은 곧 영원한 시작입니다.

비록 많은 청년들이 모이지 못했지만 작은 숫자가 더욱 빛났던 피정이었던것 같습니다.

꺼질듯꺼질듯 꺼지지 않고 우리의 기도가 끝날 때까지 안간힘을 다 해 자기를 태웠던 작은 촛불이 우리를 격려하는것 같더군여...

 

정말로 땅 바닥에 붙여진 작고 초라한 종이 십자가와 작은 초...그러나 그 작은 불빛으로 비춰내는 커다란 십자가 그림자를 우리는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낮은 곳까지 찾아와 주시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무엇보다도 인원이 부족해 14처의 초를 다 켜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던 그 순간..바로 우리 청년들의 모습일겁니다.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성당 입구에서부터 시작했던 초의 십자가의 길이 성당까지 들어갈 수 있었을텐데...성당 문턱에서 돌아서야 했던게 너무나 안타까웠지요. 하지만 이렇게나 작고 보잘것 없는 우리에게 와 주시는 분이 바로 당신, 하느님이시라는 걸 새로이 체험하였습니다.

 

성당 마당에서의 십자가의 길을 마치고 성체조배실에서 묵상과 함께 죽음체험을 하였지요. 자기의 위패를 앞에 놓고, 자기의 묘비에 쓰여질 내용을 기록해 보면서...나의 삶이 어떻게 기록될지 상상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막 죽은 이 시점에서 후회되는 일에 대해서 나눠보고, 또 고통 뒤에 오는 영광스러운 부활의 의미에 대해서...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에 대해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가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이뤄졌던 십자가의 길. 땅바닥에 붙은 종이십자가에 허리를 구부려 절하며 기도했던 시간 ..정말로 잊지 못할 겁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 자동차 소리, 음악 소리에 우리들의 기도소리가 더욱 작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시끄러운 가운데에서도 하느님께 집중하려고 애썼던 우리들의 모습이 하느님 보시기에 좋았을겁니다. 그리고 한사람 한 사람 자기의 위패와 자기의 십자가 그리고 묘비에 너무나 진지하게 기록하는 모습...그리고 기도하는 모습...참 아름다웠습니다.*^^*

 

항상 처음이 부끄러운것이라는거 여러분도 잘 아실거라 믿습니다. 우리가 그 어색함을 뛰어넘는 ’시작’이 될 수 있을 때에 부활은 지금 이순간에도 이뤄질 것입니다. 날짜로 다가오는 부활이 아닌 우리들 마음으로부터 비롯되는 부활을 맞이할 수 있는 청년들의 모습 기대해봅니다.

 

오늘 너무너무 수고하셨어요. 분당에서 여기까지 와 주신 정석진 프란치스코 형제님...바쁜 직장생활 중에 와 주신 류자환 베드로 형제님...그리고 한승희 율리안나 자매님....우리들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발자욱들이 되었을겁니다.*^^*

 

                                                                                     Ceaci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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