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동성당 게시판

하늘과 바다와 구름의 사랑

인쇄

이상훈 [lraphael] 쪽지 캡슐

2000-02-02 ㅣ No.1034

 

옛날에,하늘하고 바다하고 사랑을 했대...

 

사람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계속되는 긴 사랑을 했대...

 

둘은 서로를 너무나 사랑해서

 

하늘은 바다를 닮아 바다 색이 되고,

 

바다는 하늘색이 되었대...

 

어스름 저녁이면 바다는 하늘에게 ’사랑해’ 속삭였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하늘은 부끄러워 노을을 빨갛게 물들였대...

 

그러면 바다도 같이 얼굴을 붉게 물들였대...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행복한 사랑을 했대...

 

수 천년이 지나도 변치 않을 사랑을 했대...

 

그런데..

 

구름도 하늘을 사랑했대...

 

하늘은 너무나 높고 깨끗해서

 

구름도 반하지 않을 수 없었던거야...

 

하지만 하늘은 바다만 쳐다보았대...

 

구름이 아무리 하늘을 사랑한다고 고백해도,

 

하늘은 오직 바다 생각뿐이었대...

 

생각하다 못한 구름은

 

어느 날 하늘을 전부 가려 버렸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하늘이 너무 미웠대...

 

더 이상 서로를 볼 수 없게 되자

 

하늘은 너무 슬퍼서 한없이 눈물만 흘렸고

 

바다는 하늘이 보고 싶어서 파도로 몸부림 쳤대...

 

매일매일 구름에게 한 번만이라도 하늘을 보게 해 달라고 물보라로 애원했대...

 

결국 둘의 애절한 사랑을 보다 못한 바람이

 

구름을 멀리 쫓아내 버렸대...

 

구름의 사랑은 멀리 있을 때 아름다웠던 거야..

 

구름은 안타깝게 자꾸 바람에 밀려갔대...

 

다시는 하늘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을 것만 같았대...

 

그래서 하늘이 자기에게 흘렸던 눈물이라도 소중히

 

흠뻑 머금고 갔대...

 

그 후로 하늘과 바다는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먼 수평선에서만 사랑을 나누었대...

 

구름이 다가가면 멀리 도망 가는 사랑을 했대..

 

그런 둘의 사랑을 보며 구름은 가끔 눈물을 흘렸대...

 

그래서 구름이 올 때 마다 항상 비가 내렸대...



32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