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성당 게시판

잎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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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신 [tree21] 쪽지 캡슐

2002-05-20 ㅣ No.1457

 

잎차례 / 도종환(시인)

 

 

하늬바람에 모과나뭇잎이 올라오는 걸 보니

이파리 하나 내는 데도 순서가 있다

 

해 뜨는 쪽으로 하나 내보내면

해 지는 쪽으로도 하나를 내고

 

 

사이에 양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잎 하나를 꼭 세워둔다

 

좌우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게

꼭 그렇게 잎을 낸다

 

 

밤나무나 동백나무도 오른쪽에서 잎이 나면

다음에는 왼쪽에서 잎이 돋는다

 

마주나는 건 마주나고 돌려나는 건 꼭 돌려난다

 

 

하찮은 들풀이나 산기슭 작은 꽃들도

꽃잎이 다섯개인 건 꼭 다섯개만 내고

여덟 개인 건 여덟 개만 낸다

 

 

냉이나 민들레나 우리가 보기엔 그저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들꽃도

저희끼린 다 정교한 질서를 따르고

 

생명의 사소한 일 하나를 끌어가는 데도

반드시 지킬 줄 아는 차례가 있다

 

 

이파리 하나에도.

 

 

^^ 시인이신 유신부님께.

저도 엄마 돌아가시고 마지막 작별때 산에서 불던 바람이 늘 마음에 남아 바람이 불면 저절로 눈물이 흐르곤 했습니다.아주 오랫동안 자주 생각이 나는건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하느님께 다 맡겨드리려고 애씁니다.

신부님 짧은 글짓기를 조금있으면... 만날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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