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즐거운 봄소풍이 었습니다..

인쇄

김정열 [jangbom] 쪽지 캡슐

2008-05-29 ㅣ No.4189

이맘때 즈음이면 불룩불룩 산들이 꿈틀 거리지요...

흐드러진 봄꽃들이 날린 뒤입니다..

지금쯤 내 아는 꽃이라야  철죽도 다 진 자리를 아카시아가 채우고 있으려나요..

여름을 알리는 새라는 검은등뻐꾸기 소리를 만날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여 더덕향을 따라 저녁답을 우는 개구리 소리를 바라는건 무리겠지요..

존재하는 모든 것이 훌륭한 스승일 그곳 봄날에..

아직도 낯선 분들이 많은 반장님과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해 주신다합니다..

고마울 일입니다..

하여 소풍에 들뜬 어린애 마냥 설레임에 잠을 이루지 못하였더니 아침이 고단했습니다..

이른 아침 수선을 떱니다..

식구들이 며칠은 못볼것처럼 군다는 핀잔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성당에 모여 신부님께서 주시는 강복을 받고 문경세재를 향했지요..

묵주기도 바치고 서로에게 즐거운 여행이 되라 인사나누고 나니..

자주 뵜던 반장님이 체조와 스트레칭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하니 서로서로 하하호호..

 마치 무도장에 온듯 엉덩이가 들썩입니다..

멀미를 걱정하여 먹었던 멀미약이 몰고온 졸음을 일순 몰아냅니다..

저보다 심한 분에게 앞자리 내어드리고 그분 자리에 앉아 속을 달랩니다..

체조를 가르쳐 주시던 반장님이 이번에는 사혈침으로 멀미를 다스려 주신다 합니다

어찌 해볼까 싶어 재고 있으니 그분의 거침없는 시술에 그냥 멀미를 하는편으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이렇게 서로 걱정해주고 챙겨주다 보니 어느덧 괴산을 지나 고사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산이 사립문을 열고 맞아주었습니다..

산행이랄것도 없는 평지길..

모든길이 포장되어진 도시에서는 엄두도 못낼 흙길에서 너나 할것없이 신발을 벗어들고 맘맞는 이들과 자연스레 어께를 나란히 합니다..

낯가림 심한 성격탓에 쭈빗거리다가 다시 만만한 구역장님만 잡고 늘어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그곳 산자락에는 내알지 못하는 산주인들이 산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애기똥풀,  쑥, 익모초, 이름모를 딱정벌레, 층층나무,  아직 연보라빛 꽃을 피운 오동나무 등등..

그런데 그곳에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지나던 길에 안내문에서 소나무들 몸통에 나있는 V자의 흔적이 뭔지..

일제시대 군수물자 조달의 일원으로 우리네 산야에 있는 소나무에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냈다는 상처..

언젠가 읽었던 사과 나무 이야기가 생각 났습니다..

소년에게 사과를 온통 다 주고, 그래서 행복했고..

청년이 된 소년에게 배를 만들 가지를 다 주고, 그래서 행복했으며..

중년이 된 소년에게 집 지을 몸통을 다 주고, 그래서 행복했던

그리고 이제는 노인이 되어 지쳐 돌아온 소년에게 쉴 밑동을 내밀고는,

그래서 행복했던 사과나무..

뒤이어 따라온 생각은 우리를 위해 목숨을 내 놓으신 예수님이 떠올랐지요..

무슨일이든 내가 해야지, 먼저 마음 내지 못하고 툴툴거리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 집니다..

거의 막바지에서는  선조들이 관원들의 피해 미사를 드리고는 했었다는 석굴에서 순례자를 위한 기도를 바치고나니..

그어려움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려 애썼던 선조들과 지금 나의 처지를 견주니 부끄러움을 넘어 우울해지기 까지 합니다..

이 울컥해지는 마음을 흐드러진 찔레향이 달래 주었습니다..

눈을 두는곳 어디라도 절경인 곳을 계곡에 물소리와 친구삼아  걷다보니 산이 맘을 조금씩 내줍니다..

덕분에 아직은 떫은 맛이 조금 남아 있는 빛깔 좋은 산딸기도 맛보고.. 잘익은 벗지며 오디의 달디단 맛도 볼수 있었지요..

여러 단체에서 찬조해주신 덕분에 맛난 점심먹고 원두막에 모여 앉았는데..

여부가 있겠는지요.. 평소에 젊잖기만 하시던 어느 구역장님의 성스러운 노래가 이어집니다.. 그 성스러운 노래는 돌아오는 내내 함께한 이들의 배꼽을 붙였다 떼었다 했더라지요..

조금있으니 웅성웅성..

어머나 우리 신부님 어느새..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이 따로 없습니다..

그 먼길까지 오셔서 즐거워 하는 모습만 눈에 담고 다시 본당으로 향하시는 모습에 어찌 그리 죄송하던지요..

신부님을 배웅하고 많은 이들은 온천에서 때빼고 광내고 반질 반질.. 뽀송 뽀송..

몇몇은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어찌 된다던가요..

여하튼 쑥은 뜯었습니다..

강변따라 빨갛게 익은 산딸기 따먹으며 시원한 바람 맞으며 레일바이크 타면서요..

여하튼 쑥을 핑게삼아 자알 놀고 오니 수박이 갈증을 달래주고..

우리는 그렇게 다시 차에 올랐습니다..

고맙습니다..

맛난음식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제가 무었으로 기뻤는지, 어떤 것에 기뻐하는지, 무엇이 정말로 기쁨을 주는지..

친절이 그러할테고, 소망을 품고 이루는 일이 그러하고, 친절이 그러하고, 다른이의 기쁨도 내게  기쁨을 준다는 것을 깨달을 시간을 주셔서요..

비 고마운줄 알고

해 고마운줄 알고

바람 고마운줄 알았습니다..

이 모든 것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고마움을 알았습니다..

또한 내주변이 평화로울때 진정 내가 평화로울수 있음을 깨우치게 해 주셨습니다..

즐겁고 감사한 봄소풍이었습니다..

 

 

 

 

 

 

 

 

 

 

 

 

 

 



87 4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