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일반 게시판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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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숙 [maria1212] 쪽지 캡슐

2002-04-01 ㅣ No.221

 

 

수도원에서 같이 생활하는 한 신부님이 언젠가 병원에

병자성사를 다녀오셨는데,

무척 고민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15살 정도 된 어리고 예쁜 소녀였는데, 불치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병자성사를 마치고 소녀의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녀의 어머니가 신부님께 ...

"하느님께서는 왜 제 기도에 응답해 주시지 않나요?"

라고 질문을  했답니다.

그 질문이 수도원으로 돌아오시는 신부님의 귓가에 계속...

맴돌았답니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씩은 가져보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침묵에 대한 의문입니다.

 

 

분명 하느님은 사랑과 자비, 정의의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들어나시는 모습은 바로

침묵이라는 모습입니다.

죽음을 앞둔 어리고 예쁜 소녀 앞에서도,

어쩔 수 없는 가난 때문에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침묵을 지키십니다.

세상을 뒤덮는 온갖 불의와 죄악 앞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침묵하십니다.

 

어찌  보면 하느님께서는 더 이상 이 세상에 관심이

없는 분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어떤 철학자는 ’신은 죽었다’ 라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하기야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들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당신께 "하느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라고

부르짖었을 때에도 침묵을 지키신 분이시니...

더 말을 해야 무엇하겠습니까?

 

 

사실 저도 하느님의 침묵을 서운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한 달간의 대 침묵 피정을  거의

마쳐갈 무렵 조용한 성당에 앉아 기도하면서

하느님께 물음을 던졌습니다.

누구보다 기도와 피정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 저는

하느님께서 좋은 답이나 적어도 기쁘게 결정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시리라고 생각하고 기도에 들어 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하느님은 침묵을 지키셨습니다.

그 때 얼마나 하느님을 원망했든지...

 

 

그러나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하느님의 침묵이 우리에게

무한한 위로와 힘을 주는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하느님의 침묵이 얼마나 우리를 ...

편안하게 해주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착한 일을 하면 바로 상을 주시고,

나쁜 일을 하면 바로 벌을 주신다면

우리의 삶의 얼마나 힘들고 어려울까요?

항상 실수하지 않으려고 긴장해야 하고,

하느님은 우리의 감시자가 되어 버리실 겁니다.

 

 

하느님의 침묵은 커다란 권능의 표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죄가 진홍같이 붉어도

눈과 같이 희게 할 수 있는 그 힘으로 우리를 말없이

기다려 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침묵이...

사랑과 자비의 모습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때에 맞지 않는 책망이 있고 현명함을 드러내 주는

침묵이 있다.

침묵을 지켜 현명함을 드러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끊임없이 지껄임으로써

남에게 미움을 사는 사람도 있다.

대답을 못해서 침묵을 지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답할 때를 기다려 침묵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때가 오기까지 침묵을 지키나

어리석은 사람은 때를 분간 못하고 수다를 떤다.

                  

                              (집회서 20.1.5-7)

 

 

 - 이 응석 /요셉 -  

 

 글라렛 수도회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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