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깜.복.기를 대신해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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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어느 정도 정리했습니다. 그래도 짐이 많더군요. 아직도 버리지 못한 그 무엇들로 인해 못내 아쉬웠습니다. 제 마음 안에 있는 짐들도 정리를 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하겠기에... 이렇게 부족하나마 몇 자 올립니다.
어느 날 제가 수영장에 갔습니다. 그런데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어느 분께서 계속 자신의 한 쪽 다리에 시선을 떼지 않으시고 연신 주무르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때 전 그 형제님의 눈빛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아~ 성한 다리보다 불편한 다리에 더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
저 역시 1년 반 동안의 월곡동에서의 생활이 성하지 못한 다리에 더 애정을 실어 넣던 그 형제님의 마음과 같았습니다. 제 삶의 징검다리 중에서 제가 밟고 지나가는 월곡동이라는 디딤돌이 소중한 추억으로 제 마음속에 살아있음을 고백해 봅니다.
누군가 자기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는 편애하지 않고 골고루 푸근하고 넉넉한 사랑의 손길을 펼칠 수 있는 사제, 아낌없이 잘 해주지만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제, 언제나 그 누구와도 편하게 지내지만 언제라도 잊혀질 준비가 되어 있는 사제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사람이 한 번 태어나 어디에서 사는냐는 중요하지 않은 듯합니다. 또 뭐가 되어서 사느냐도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 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어떻게 사느냐가 아닌가 싶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언제가 읽었던 원성 스님의 시선이라는 책의 시 한편으로 오늘 밤의 제 마음을 정리하겠습니다.
아쉬움으로 한숨쉬지 않으렵니다.
항상 월곡동 교우 여러분들 건강하십시오. 주님 안에서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깜.복.기에 관심 가져주시고 용기를 실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추신 : 깜.복.기.는 깜찍이와 함께 읽는 복음일기의 약자였습니다. 무슨 뜻인지 묻는 분들이 간혹 계서서... 헤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