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일반 게시판

오다 가다 - 김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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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건기 [jamesbae] 쪽지 캡슐

2000-09-07 ㅣ No.821

김억(金億, 1896-?)

 

호는 안서(岸曙), 본명은 희권(熙權). 평북 정주(定州)출생. 일본 게이오 대학 수학.

보들레르 등 상징파 시인들의 시를 번역하면서 문단에 데뷔. 자신은 주로 민요조의 시를 썼다.

6.25사변 때 납북, 시집에 <해파리의 노래>, <봄의 노래>, <안서 시집>, <지새는 밤>, <먼동이 틀 때> 등이 있고, 번역 시집으로 <오뇌의 무도>가 있다.

’오다 가다’는 7.5조를 기본으로 하고 때로 5.7조로 단조로움을 깨뜨려 가면서 흥겨운 가락으로 ’정’을 노래하고 있다.

’봄은 간다’에서는 신체시에서 엿보이던 계몽 의식은 찾아볼 수가 없다. 정형률에 변조를 가하면서, 한문투를 버리고 우리말을 찾으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는 주목할 만한 시이다.

 

 

오다 가다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뒷산은 청청(靑靑)

풀잎사귀 푸르고

앞 바단 중중(重重)

흰 거품 밀려든다.

 

산새는 죄죄

제 흥을 노래하고

바다엔 흰 돛

옛 길을 찾노란다.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 이라고

그만 잊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십리 포구(浦口) 산 너머

그대 사는 곳

송이송이 살구꽃

바람과 논다.

 

 

봄은 간다

 

밤이도다.

봄이다.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 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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