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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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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규환 [qhwan111] 쪽지 캡슐

2013-02-02 ㅣ No.393

어느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

그 부부는 어디가든 손을 붙잡고 다녔습니다.
보기만 해도 참 좋았죠.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시건만
서로 지긋지긋하게 여기지 않고 진정으로 다정다감하시니
놀라울 뿐이었거든요.

하지만 그런 모습을 계속 접하면서
좀 지나치신 게 아닐까, 라는 느낌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날 물어봤습니다.

"서로 참-- 사랑하시나 봐요. 두 분이 손을 항상 꼭 쥐고 다니시네요." 노부부가 똑 같이-- "아, 예" 하시며 --"허허" 웃으셨습니다. 그러시다가 남편이 입을 여셨고 다음과 같은---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손만 붙잡고 다니는 것이 아닌데요." "그럼,-- 뭘 더 하시죠?" "우리는 서로-- '꼭꼭꼭',-- '꼭꼭'을-- 한답니다.” "네에?" "하하하, 사랑을 표시하는 거랍니다." 의아한 표정을 짓자 말씀을 계속 하셨습니다. "서로 손을 잡고 다니다가 제가 엄지손가락을 이용하여 아내의 손에다 '꼭 꼭 꼭' 하고 세 번 누르곤 합니다.

그러면-- 아내도 --엄지손가락을 이용하여 '꼭 꼭' 하고 제 손에다 두 번 눌러주곤 한답니다. 아내가 먼저--- 제게 '꼭꼭꼭' 할 때도 있어요. 저도 즉시-- '꼭꼭' 하고 반응하죠. 우리 둘 사이에서-- '꼭꼭꼭은'사랑해'라는 표시이고 '꼭꼭'은-- '나두'라는-- 표시입니다.

우리는 서로 손만 잡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주 '꼭꼭꼭', '꼭꼭'을 한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남편은 이와 같이 또 부언하셨습니다. "사실 우리부부가'꼭꼭꼭','꼭꼭'을 시작한게 아니예요. 따라 하는 거랍니다. 이웃에 우리보다 더 나이 많으신 노부부가 살고 계셨습니다. 마치 젊은 연인처럼 손을 꼭 붙잡고 다니셨답니다.

한데 부인이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더니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남편은 아연실색했습니다. 이제 부인은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산송장일 뿐이었습니다. 호흡만 붙어 있을 뿐이지 말을 하나 움직이기를 하나 죽을 날만 손꼽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경황이 없어서 그 동안 아내에게 하지 못한 일이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즉시 아내 손을 붙잡아 주었습니다. 또한 전에 하던 대로-- 엄지손가락을 펴서 '꼭 꼭 꼭' - '사 랑 해' 하고 따박따박 세 번 눌러주었습니다. 오,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아내의 엄지손가락이 서서히 움직거렸습니다. 그리고 힘겹게나마 '꼭 꼭' - '나 두' 하고 내 손등을 누르며 반응했습니다.

아, 아내가 살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남편은 ---아내 곁에서 손을 붙잡고 계속해서 '꼭꼭꼭' 했고 아내 역시-- '꼭꼭' 하고 화답했습니다. 게다가 아내의 손에 힘이 점점 더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참 기뻤습니다. 얼마 후에는 놀랍게 아내의 의식도 돌아왔습니다.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꼭꼭꼭', '꼭꼭'이 아내를 살려낸 것이었습니다. 다 죽어가던, 다 꺼져가던 아내의 생명의 심지에 '꼭꼭꼭', '꼭꼭' - '사랑해', '나두'가 스파크를 계속 일으켜서 생명의 불꽃이 다시 타오르게 한 것이었습니다.
사랑이 죽어가던 생명을-- 구해낸 것이었습니다. 이 감동적인 사실을 알고 나서 우리 부부도 작정을 하고 --손을 서로 붙잡고 다니면서 '꼭꼭꼭', '꼭꼭' - '사랑해','나두'를 실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정말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그 남편은 여기까지 얘기하고 나서-- 엄지손가락을 펴보이며 다음과 같이 권유했습니다. "당신도 아내와 함께 해 보시겠습니까?""'꼭 꼭 꼭', '꼭 꼭'"


마지막잎새 ( 最後の 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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