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5동성당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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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원진 [weirdo] 쪽지 캡슐

2000-04-14 ㅣ No.716

 초등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합니다. 여름에 성당에서 당시에 꽤나 유명했던 '복도리 수영장'으로 놀러갔습니다. 그때도 키가 작았던(...) 저는 깊이도 모른채 수영장에 왔다는 그 사실 하나 만으로 기뻤던 저는 물속에 텀벙 들어갔습니다. 왜 물이 굴절되서 물 깊이를 모르잖아요?

 아뭏든 물 속에 들어간 저는 바닥에 닿을 줄 알고 발을 쭉 뻗었지만 끝도 없는 바닥을 향해 허우적 댔고 물 속에서 위 아래로 왔다갔다 하던 저는 물도 많이 먹고 숨도 찰대로 차서 거의 기절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겪어 보신분은 알 겁니다. 숨은 차지, 코로 입으로 물은 들어오지, 손을 뻗어도 사다리는 닿지 않지...정말 어린 마음에 죽는줄 알았습니다.  물을 먹으면서 숨이 차면서 정신을 잃을 때쯤 '고요'를 느꼈습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보이기는 하는데, 상이 일렁거리며 보이기는 하지만 말은 못하고 그런 멍~~~한 상태였습니다.

 아뭏든 선생님에 의해 건져 졌고 인공 호흡으로 정신을 차렸습니다.

 

 사십일 밤 낮으로 비가 온 뒤 온 세상이 물로 뒤덮였을 때를 상상해 봅니다.

 물 속에 잠겼을 때 경험한 '고요'가 온 세상을 덮고 있었겠지요?  물로만 가득한 세상. 파도마저 치치 않는...

 

 노아는 물 밖에 보이지 않는 암담한 현실에서 하느님께서 물을 빼 주시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고요 밖에 없는 적막함 속에서 하느님만을 의지하며 기다렸습니다.

 노아의 확고한 믿음을 배워봅니다.

 

 고요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께 의지하고 감사드릴 수 있는 제 자신이, 여러분이, 사당 5동이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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