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이어쓰기

다니엘 7장 1절- 12장 13절

인쇄

서정숙 [sjs88] 쪽지 캡슐

2003-05-08 ㅣ No.400

다니엘의 꿈 : 네 짐승

 

7  바빌론 왕 벨사살 제일 년, 다니엘은 잠자리에 들었다가 꿈에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그는 그 꿈을 적어 두었는데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다니엘이 말한다. 나는 밤에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하늘 끝 사방에서 갑자기 바람이 일면서 큰 바다가 출렁거리는데, 바다에서 모양이 다른 큰 짐승 네 마리가 올라 왔다. 그 첫째 것은 몸이 사자같이 생겼고 독수리 날개를 달고 있었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그 짐승의 날개가 뽑혔다. 그러더니 땅에서 몸을 일으켜 사람처럼 발을 딛고 서는 것이었다. 그 짐승은 사람의 마음까지 지니게 되었다. 둘째 짐승은 곰 같이 생겼는데 몸을 한쪽으로 비스듬히 일으키고 있었다. 그 짐승은 이빨 사이에 갈비 세 개를 물고 있었는데 어디서 ’일어나 고기를 실컷 먹어라’ 하는 말이 들려 왔다. 내가 또 바라보니 이번에는 표범같이 생긴 짐승이 올라 오는데 옆구리에는 새 깃이 네 개 달려 있었고 머리도 넷이었다. 그 짐승은 권력을 받았다. 그 날 밤 꿈에 본 네째 짐승은 무시무시하고 끔찍하게 생겼으며 힘도 무척 세었다. 쇠로 된 이빨로 무엇이나 부서뜨려 먹으며 남은 것을 발로 짓밟았다. 먼저 나온 짐승들과는 달리 뿔이 열 개나 돋아 있었다.

   그 뿔들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자니 그 몸에서 작은 뿔 하나가 새로 돋아났다. 그러자 먼저 나온 뿔 셋이 그 뿔에 밀려서 뽑혀 나갔다. 그런데 그 작은 뿔은 사람처럼 눈이 있고 입도 있어 큰 소리를 치고 있었다.

      내가 바라보니

      옥좌가 놓이고 태고적부터 계신 이가 그  위에 앉으셨는데,

      옷은 눈같이 희고

      머리털은 양털같이 윤이 났다.

      옥좌에서는 불꽃이 일었고 그 바퀴에서는 불길이 치솟았으며,

      그 앞으로는 불길이 강물처럼 흘러 나왔다.

      천만 신하들이 떠받들어 모시고

      또, 억조창생들이 모시고 섰는데,

      그는 법정을 열고 조서를 펼치셨다.

   그 뿔이 계속하여 외쳐대는 소리를 한 귀로 들으면서 보고 있자니, 그 짐승은 나의 눈앞에서 처형을 받아 시체가 박살이 나고 타오르는 불 속에 던져지는 것이었다. 다른 짐승들은 권세는 빼앗겼으나 목숨만은 얼마 동안 부자하도록 버러졌다.

   나는 밤에도 또 이상한 광경을 보았는데 사람 모습을 한 이가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와서 태고적부터 계신 이 앞으로 인도되어 나아갔다. 주권과 영화와 나라가 그에게 맡겨지고 인종과 말이 다른 뭇 백성들의 섬김을 받게 되었다. 그의 주권은 스러지지 아니하고 영원히 갈 것이며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아니하리라.

   나 다니엘은 마음이 어수선했다. 그 이상한 광경이 머리를 어지럽게 하였다. 그래서 거기 서 있는 한 분에게 가서 이 모든 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가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이 큰 짐승 네 마리는 세상 나라에 네 임금을 가리키는데 마침내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을 섬기는 거룩한 백성이 그 나라를 물려 받아 길이 그 나라를 차지하고 영원토록 이어 나가리라는 뜻이다.’  나는 그 중에서도 유별나게 무서운 모양을 하고 쇠 이빨과 놋쇠 발톱으로 바수어 먹으며 남은 것은 모조리 발로 짓밟는 네째 짐승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머리에는 뿔이 다른 뿔보다  커졌는데, 그것들이 모두 무엇인디 알고 싶었다. 낵가 보니, 그 뿔은 거룩한 백성을 쳐서 정복하였다. 그러나 태고적부터 계시는 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서 오셔서 재판을 하시고 당신을  섬기는 거룩한 백성의 권리를 찾아 주셨다. 거룩한 백성이 나라를 되찾을 때가 되었던 것이다.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네째 짐승은 네 번째로 일어날 세상나라인데

      그 어느 나라와도 달라,

      온 천하를 집어 삼키고 짓밟으며 부술 것이다.

      뿔 열 개는 그 나라에 일어날 열 임금을 말한다.

      이들 임금 다음에 다른 임금들과는 달라

      그 중 세 임금을 눌러 버릴 것이다.

      그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에게 욕을 퍼부으며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을 섬기는 거룩한 백성을 못살게 굴 것이다.

      축제일과 법마저 바꿀 셈으로

      한 해하고 두 해에다 반 년 동안이나

      그들을 한 손에 넣고 휘두를 것이다.

      그러나 마침내 재판을 받아, 주권을 빼앗기고

      송두리째 멸망하여 버릴 것이며,

      천하만국을 다스리는 권세와 영광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을 섬기는 거룩한 백성에게

      모두 돌아 올 것이다.

      그 나라는 영원히 끝나지 않아

      모든 나라가 그 나라를 섬기고,

      그 명을 따를 것이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난다. 나 다니엘은 마음이 매우 어수선하여 얼굴빛마저 변했지만 마음에 이 일을 간직하여 두었다."

 

 

다니엘의 환상 : 수양과 수염소

 

8   일찌기 환상을 본 다니엘은 벨사살왕 제삼 년에 또 다른 환상을 보았다. 내 눈앞에 이상한 광경이 나타났는데, 그것을 본 것은 내가  엘람 지방의 요충지인 수사의 물레강 가에 있을 때였다. 내가 눈여겨 보니 강 가에 수양 한 마리가 서 있었다. 그 수양은 뿔을 휘두르며 서쪽, 북쪽, 남쪽으로 치닫는데 어느 짐승도 그 수양을 당해 낼 수가 없었고 거기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 그 수양은 재멋대로 날뛰며 스스로 강하여졌다.

   저것이 대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서쪽에서 수염소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발이 땅에 닿지 않을 만큼 날쌘 몸짓으로 온 세상을 휩쓸었다. 그 수염소의 두 눈 사이에는 외뿔이 완연히 돋아 있었다. 수염소는 강가에 서 있는 조금 전의 그 수양에게 쏜살같이 달려 들었다. 수염소가 성을 내어 수양을 받아 그 두 뿔을 꺾어 버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수양이 대항할 힘을 잃자 수염소는 수양을 땅에 거꾸러뜨리고 짓밟아 버렸다. 그래도 그 수양을 구해 주는 이가 없었다.

   이리하여 수염소의 기세는 매우 커졌다. 그러나 한창 힘을 쓸 때쯤해서 큰 외뿔이 부러지고 그 자리에 뿔 네 개가 돋아나서 남쪽과 동쪽과 영광스러운 나라 쪽으로 즐기차게 뻗어 나갔다. 그 세력은 하늘 군대 사령관까지 업신여기며 날마다 드리는 제사를 폐지하고, 성소의 터까지 파헤쳤다. 나아가 하늘 군대까지 몰아 내고 날마다 드리는 제단 위에 부정한 것을 올려 놓아 참된 도를 땅에 떨어뜨리며 제멋대로 굴었으나 그 하는 일마다 거침없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하늘이 보낼 이 둘이 서로 말을 주고 받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 왔다.     "지금 나타나 보이는 대로 날마다 드리는 제사가 폐지되고 돌무더기가 된 이 자리에는 부정한 것이 버젓이 놓여 있으며, 성소와 하늘 군대가 짓밟히고 있는 저 일이 언제까지 갈까?"     "아침과 저녁이 이천 삼백 번 바뀌어야 성소가 복구되리라."

   나 다니엘이 이 환상을 보면서 그 뜻을 몰라 애쓰고 있는데 내 앞에 문득 장사같이 보이는 이가 섰고 울래강 너머에서 웬 사람이 말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가브리엘, 너는 저 사람에게 환상을 풀이하여 주어라."   그러자 가브리엘은 내가 서 있는 곳으로 왔다. 그가 다가 오는 것을 보고 내가 겁이 나서 엎드리자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람아, 보고 깨달아라. 이 환상은 세상이 어떻게 끝판날 것인지를 보여 주신 것이다."    그는 이 말을 듣고 땅에 엎드린 채 까무러친 나를 부축하여 일으켜 세우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하느님께서 노여움을 모두 터뜨리실 세상 끝파에 일어날 일을 너에게 알리러 왔다. 하느님께서 정하신 끝날은 오고야 만다. 네가 본 수양의 두 뿔은 메대와 페르샤의 임금들이다. 그 뿔이 부러지고, 그 자리에 네 뿔이 돋은 것은 그 백성이 네 나라로 갈린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힘은 첫 임금만 못할 것이다.

      죄악이 가득 차

      나라가 끝장나게 되었을 대

      사나운 임금이 나타나

      권모술수를 써 가며

      세력을 뻗칠 것이다.

      비상한 계략을 짜 내어

      무슨 일이든지 해 내고야 말 것이다.

      강대국들을 부수고

      거룩한 백성까지 부술 것이다.

      못된 꾀로 흉계를 꾸며

      그 모든 일을 제 손으로 해치우리라.

      마음이 방자해져서

      많은 사람들을 불시에 덮쳐 멸하고

      가장 높으신 사령관에게까지 맞서다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도 부서지고 말리라.

      이것은 장차 정해진 날에 틀림없이 이루어지겠지만

      오래 있다가 될 일이니 비밀에 붙여 두어라."

   나다니엘은 넋을 잃고 여러 날 몸져 눕게 되었다. 일어나 왕을 보필하면서도 앞에 본 환상의 뜻을 몰라서 나는 얼빠진 사람처럼 지냈다.

 

 

칠십 주간의 비밀이 밝혀지다

 

9   메대 족속 출신 아하스에로스의 아들 다리우스가 바빌론의 임금이 되던 해였다. 다리우스 제일 년에 나 다니엘은 성서를 읽다가 야훼께서 예언자 예레미야에게 하신 말씀에서 예루살렘이 돌무더기로 남아 있을 햇수가 칠십 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삼베를 걸치고 단식하며 먼지를 들쓴 채 주 하느님을 우러러 기도를 올리며 자비를 빌었다. 나는 내 하느님 야훼를 마음을 털어 놓고 기도를 드렸다.

   "주님, 크고 두러우신 하느님, 하느님을 사랑하여 말씀데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계약을 어김없이 지키시는 하느님, 우리는 못된 일만 하였으며 비뚤어진 짓만 하였읍니다. 하느님을 배신하고 몹쓸 짓을 하고 명령과 법을 어겼읍니다. 하느님의 종 예언자들이 하느님의 이름으로 우리의 임금들과 고관드과 조상들과 온 국민에게 하신 말씀을 우리는 저 버렸읍니다. 주님,우리는 지금 이퍼럼 얼굴을 들 수 없이 되었읍니다마는 주께는 잘못이 없읍니다. 유다 사람이나 예루살렘 주민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사람으로서 이 주변에 사는 사람이나 멀리 온세상에 흩어진 사람들이 모두가 얼굴을 들 수 없게 되었읍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배신하여 그렇게 쫓겨났읍니다. 야훼여, 우리는 임금들이나 고과들이나 조상들까지 모두가 주께 죄를 얻어 얼굴을 들 수 없게 되었읍니다. 주 우리 하느님께서는 애처러운 이 모양이 가없어 용서해 주셨지만, 우리는 주께 반항만 하였읍니다. 하느님 야훼께서 당신의 종 예언자들을 시켜 우리 앞에 법을 펴시고 그대로 살라고 말씀하셨지만, 우리는 듣지 않았읍니다. 이렇게 온 이스라엘이 주의 법을 어기고 말씀을 듣지 않아,  죄를 얻었읍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반드시 내리시겠다고 하신 저주를 하느님의 종 모세의 법에 기록되어 있는 대로 우리에게 내리셨읍니다. 우리와 우리를 다스리는 위정자들에게 내리시겠다고 말씀하신 그 큰 재앙을 그대로 우리에게 내리셨읍니다. 천하에 다시 없을 재앙을 예루살렘에 내리셨읍니다. 모세의 법에 기록된 그 온갖 재앙을 당하고도 우리는 하느님 야훼께서 하시는 일은 모두 옳으셨지만 우리는 그 말씀을 듣지 않았읍니다. 우리 주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강하실 팔을 펴시어 이 백성을 에집트에서 이끌어 내셨읍니다. 하느님의 명성은 아직도 떨치고 있읍니다. 그런데 우리는 잘못을 저지르고 몹쓸 짓을 했읍니다. 그러나 주께서는 자비로우시니, 거룩한 산 위의 예루살렘성에 내리시던 노여움과 진노를 이제 거두어 주십시오. 우리의 잘못과 조상들의 죄 탓으로 예루살렘이나 하느님의 백성이 모든 이웃 백성들ㅇ게게 욕을 당하고 있읍니다. 우리 하느님, 이 종이 드리는 간절한 기도를 이제 들어 주십시오. 주님의 명성을 돌보시어 폐허가 된 주의 성소를 가없이 여기시고 굽어 보아 주십시오. 나의 하느님, 귀를 기울여 들어 주십시오. 눈을 뜨시고 주의 이름으로 부르는 도읍, 폐허가 된  이 도읍을 굽어 보십시오. 우리가 무슨 잘한 일이 있다고 주의 은총을 빌겠읍니까? 다만 하느님의 크신 자비를 믿고 빌 뿐입니다. 주님, 들어 주십시오. 주님,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하느님의 도읍과 백성은 여전히 하느님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읍니다. 그러니 주의 명성을 돌보시어 지체하지 마시고 곧 이루어 주십시오."

   나는 이렇게 나의 죄와 이 겨레 이스라엘의 죄를 자백하였으며 하느님의 거룩한 산을 어여삐 여겨 달라고 나의 하느님 야훼께 간구하였다.  내가 이렇게 기도를 올리고 있는데 지난번 환상에서 본 가브리엘이라는 이가 저녁 제사 무렵에 날아 오더니 나를 흔들며 이렇게 분명히 일러 주는 것이었다.

   "다니엘아, 네가 알려고 하는 것을 깨우쳐 주려고 이렇게 왔다. 네가 간절한 기도를 올리자 곧 대답이 내렸는데 나는 그 대답을  일러 주러 왔다. 하느님께서 너를 사랑하셔서 이렇게 대답해 주시는 것이니, 이 말씀을 잘 듣고 환상의 뜻을 깨닫도록 하여라.

      하느님께서 정하신 기간인 칠십 주간이 지나야

      네 겨레와 네 거룩한 도읍으로 하여금

      다시는 거역하지 않게 하시고

      죄악에서 손을 떼게 하실 것이다.

      죄를 벗겨 주시고

      영원한 정의를 펴실 것이다.

      환상으로 내리신 예언을 틀림없이 이루시어

      더없이 거룩한 이에게 기름을 부어

      그를 성별하여 세우실 것이다.

      너는 똑똑히 알아라.

      너희가 돌아 가 예루살렘을 재건하리라는 말씀이 계신 때부터

      기름부어 세운 영도자가 오기까지는 칠 주간이 흐를 것이다.

      그 뒤에 육십 이 주간 이려운 시대가 계속되겠지만,

      그 동안에 성을 쌓고 재건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육십 주간이 지난 다음,

      기름부어 세운 이가 재판도 받지 않고 암살당하며,

      도읍과 성소는 한 장군이 이끄는 침략군에게 헐릴 것이다.

      전쟁으로 끝장이 나 폐허가 되고 말 것이다.

      종말이 홍수처럼 닥쳐 올 것이다.

      그 장군은 한 주간 동안

      무리를 모아 날뛸 것이다.

      반 주간이 지나면 희생 제사와 곡식 예물 봉헌을 중지시키고

      성소 한 쪽에 파괴자의 우상을 세울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 파괴자도 예정된 벌을 받고 말리라."

 

 

다니엘이 티그리스강 가에서 환상을 보다

 

10  페르샤 왕 고레스 제삼 년에 일명 벨트사살이라고도 하는 다니엘은 계시를 받아 틀림없이 큰 싸움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환상을 보고 그 뜻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그 때 나 다니엘은 삼 주간 동안 고행을 하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았고 고기나 포도주도 입에 대지 않았으며, 머리에는 기름을 바르지 않은 채 예정된 삼 주간을 채웠다. 때는 정월 이십 사일, 내가 티그리스 큰 강 가에서서 바라보니 한 사람이 모시옷을 입고 순금 띠를 띠고 있었다. 몸은 감람석 같았고 얼굴은 번갯불처럼 빛났으며 눈은 등불 같았고 팔다리는 놋쇠처럼 윤이 났으며 음성은 뭇 사람이 아우성치는 것 같았다. 같이 있던 사람들은 그 모습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겁이 나서 달아나 숨었지만 나 다니엘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혼자 남아서 그 장엄한 모습을 보다가 나는 사색이 되었다. 맥이 빠져 꼼짝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는데 음성이 들려 왔다. 그 음성을 듣고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땅에 쓰러졌다. 누군가 흔들어 깨우기에 손으로 땅을 짚으며 무릎을 꿇고 일어나 앉으니, 그가 말하는 것이었다.     "다니엘아, 너 하느님께서 귀엽게 보아 주시는 사람아, 내가 일러준느 말을 듣고 깨달아라.. 나는 너에게 가 보라시는 명령을 받고 이렇게 왔다. 일어서라."   내가 그 소리를 듣고 떨면서 일어서자, 그는 말했다.    "다니엘아, 두려워 말아라. 네가 알고 싶은 일이 있어서 네 하느님 앞에서 고행을 시작하던 그 첫날 하느님께서는 이미 네 기도를 들으시고 대답을 내리셨다. 그 대답을 가지고 내가 너를 찾아 온 것이다. 이리로 오는 길에 나는 페르샤 호국신에게 길이 막혀 이십 일 일이니 지체해 있었다. 마침 일곱 수호신 가운데 한 분인 미가엘이 도우러 왔기에 나는 그를 거기 남겨 두고 페르샤 호국신과 겨루게 하고는 너의 겨레가 훗날에 당할 일을 일러 주려고 왔다. 또 그 때 일을 환상으로 보여 줄 것도 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땅에 엎드려 있었다. 그런데 사람처럼 생긴 이가 내 입술에 손을 대자 입이 열려 나는 앞에 서 있는 그분에게 말을 건네었다.    "장군님, 소인은 이 환상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 맥이 모두 빠져 버렸읍니다. 소인은 기운이 진하고 숨이 막혀 장군님과 이야기할 힘조차 없읍니다."   사람처럼  생긴 그분이 다시 나에게 손을 대며 힘을 내라고 하였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아, 안심하여라. 두려워 말고 힘을 내어라."    그 말을 듣고 나는 힘을 얻어 말했다.     "장군님, 이제 힘을 얻었으니 말씀하십시오."

   그러자 그가 말했다.    "너는 내가 어찌하여 너를 찾아 왔는지 아느냐?  나는 이제 곧 페르샤의 호국신과 싸워야 한다. 그리고 돌어서면  그리이스 호국신이 달려들 것이다. 나는 반드시 이루어질 일을 기록한 책에 있는 것을 너에게 일러 준다. 그들과 대항하는 데 지금은 너희의 수호신 미가엘 외에 나를 도울 이가 없다.

11 그만은 나에게 힘이 되어 나를 도와 줄 것이다. 이제 나는  반드시 이루어질 일을 알려 주겠다.

   페르샤에는 앞으로 세임금이 일어날 것이다. 네째 임금은 어느 임금보다도 훨씬  부요해질 것이다. 이렇게 부요해지고 힘이 강해지면 그는 모든 사람을 동원하여  그리이스를 칠 것이다. 그렇지만 그리이스에는 용감한 왕이 일어나 큰 나라를 이루어 다스리며 만사를 마음대로 할 것이다. 그러다가 이 신흥국가도 무너지고 천하는 네 나라로 갈라져 그의 후손 아닌 다른 사람들의 손에 넘어 갈  것이다. 그의 통치가  끝난 다음, 나라는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그 가운데서 남쪽을 차지한 왕이 득세하리라. 그러나 그의 장군들 가운데 왕보다도 더 힘있는 자가 일어나 왕보다도 훨씬 큰 나라를 다스리게 될 것이다. 몇 해가 지나면 그들은 서로 우호조약을 맺고 남쪽 나라 공주가 북쪽 나라 왕비로 들어 와 서로 가가와질 것이다. 그러나 그 왕비는 세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그의 친자식도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다. 그 무렵 그의 친정 조카가 왕위에 올라 북쪽 나라 진영으로 쳐들어 와 왕도의 요새를 쳐서 승리를 거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모시는 신들을, 우상과 금은으로 만든 귀중한 그릇들과 함께 에집트로 거두어 간 다음 얼마 동안은 북국 왕이 도리어 남쪽 나라를 공격하고 나서 제 나라로 돌아 갈 것이다. 그러나 그 아들 대에 가서 다시 전쟁준비를 서둘러 대군을 모아서 물밀듯 쳐내려 갈 것이다. 이렇게 다시 공결할 때는 왕도 요새까지 밀고 들어 가겠지만 남국 왕은 화가 나서 출동하여 북국 왕과 싸워, 대군을 이끌고 온 북국 왕을 쳐부술 것이다. 남국 왕은 의기양양하여 적군 수만 명을 죽이겠지만, 그의 힘은 그대로 지탱되지 못할 것이다.

   부국 왕은 처음보다 더 많은 군인을 다시 동원해 두었다가 몇 해가 지나면 막강한 보병과 기병을 이끌고 쳐내려 갈 것이다. 그 동안 남국 왕에게 반기를 드는 세력이 많아질 것이다.너희 겨레 가운데서도 극렬분자들은 하늘이 보여 주신 대로 되는 줄 알고 들고 일어나겠지만 모두 실패할 것이다. 북국 왕은 쳐내려 가서 그 견고한 정예부대도 힘이 꺾여 대항하지 못할 것이다. 북국 왕은 쳐내려 가서 그 견고한 성을 포위하여 점령할 것이다. 남쪽은 힘이 모자라 버티지 못할 것이다. 북국 왕은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마구 횡포를 부릴 것이다. 그는 영광스러운 나라에 주둔하면서 아무것이나 닥치는 대로 수중에 넣을 것이다.

   그는 남국 왕의 전 영토를 점령할 마음으로 화친하려는 것처럼 꾸며 젊은 여인을 남국 왕에게 보내어 남쪽 나라를 멸망시키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한 장군이 나타나 다시는 행패를 부리지 못하도록 그를 꺾어 버릴 것이다. 그는 자기 나라 요새로 피하려고 발길을 돌리다가 실패한 채 영원히 망하고 말 것이다.

   그으 후계자는 변변치 못한 사람이라 남한테 왕으로 인정받을 만한 위인이 못되지만, 모략으로 슬며시 나라를 차지할 것이다. 그는 맞서는 세력을 하나하나 부수어 물리치고 마침내 계약으로 세운 수령마저 죽일 것이다. 비록 따르는 자들은 많지 않지만 자기와 동맹을 맺은 사람을 하나하나 속여 가며 세력을 잡고 올라 설 것이다. 그리고 슬며시 비옥한 지방에 쳐들어가 조상도 선조들도 해보지 못한 일을 할 것이다. 그래서 노략품과 전리품 같은 제물을 자기의 추종자들에게 나누어 주며 한때나마 요새들을 무너뜨릴 계획을 세울 것이다.

   그는 남국 왕을 치려고 있는 힘과 용기를 다 내어 대군을 이끌고 내려 갈 것이다. 그러면 남국 왕도 막강한 대군을 동원하여 싸울 것이지만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모반을 꾸미는 사람마저 생길 것이다. 한 식탁에서 먹던 사람들이  그를 거꾸러뜨리려고 할 것이며, 그 군대는 몰리다가 많은 전사자를 낼 것이다. 두 왕은 한 식탁에 앉아 먹으면서도 속으로는 음흉한 계획을 저마다 꾸미겠으나 속셈대로 되자 않을 것이다. 아직도 정한 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국 왕은 많은 재물을 빼앗아 가지고 본국으로 가다가 거룩한 계약을 부술 마음이 일어나서 그대로 한 다음에야 본국으로 돌아 갈 것이다.

   때가 되면 북국 왕은 다시 남쪽을 치러 가겠지만 먼젓번만큼 성공하지는 못할 것이다. 키프로스 북쪽에서 해군이 쳐들어 오는 바람에 겁이 나 되돌아 서서 분풀이로 거룩한 계약을 때려 부술 것이다. 이미 거룩한 계약을 저버렸던 사람들은 다시 그의 환심을 사려고 할 것이다. 그는 군대를 보내어 성소와 요새를 짓밟고 정기제사를 폐지시키고 파괴자의 우상을 세울 것이다. 계약을 배반하는 자들은 그의 감언이설에 넘어 가겠지만 하느님께 충성을 바치는 사람들은 용감하게 나설 것이다. 민중의 지도자들은 민중을 깨우쳐 주려다가 한때는 칼에 맞아 죽기도 하고 불에 타 죽거나 귀양가거나 재산을 몰수당하게도 될 것이다. 그들이 이렇게 거꾸러져도 도우려는 사람은 별로 없고 걸어 넘어뜨리려는 자들만이 득글거릴 것이다. 정한 때가 되어 마지막이 올 때까지 지도자들이 이런 고난을 겪는 것을 보고 어떤 사람은 단련을 받아 깨끗해지고 빛날 것이다.

   그는 모든 신을 눈 아래 두고 업신여기며 거만해져서 무슨 짓이든지 다 할 것이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마저 업신여기고 큰소리를 치며 멋대로 굴다가 마침내는 하느님의 진노를 받아 망할 것이다. 하느님께서 정하신 일이니 기어이 이루어지리라. 왕은 저밖에는 없다고 잘난 체하며 모든 신을 모른다고 할 것이다. 조상이 받들던 신도, 첩들이 받드는 신도 모른다고 하며 바다의 수호신을 공경할 것이다. 조사이 받들지 않던 그 신을 금은과 보석과 값진 물건을 바쳐 가며 받들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면 높이 들어 백성을 다스리게 하고 조세를 받아 들이도록 땅을 나누어 줄 것이다.

   마지막 때가 오면 남국 왕이 싸움을 걸어 올 것이다. 그러면 북국 왕이 병거와 기병과 많은 배를 동원하여 폭풍처럼 몰아치며 큰물처럼 온 세상을 휩쓸 것이다. 그 바람에 영광스러운 나라에서 많은 사람이 쓰러질 것이다. 그러나 에돔 백성과 모압 백성과 암몬 지도층은 난을 면할 것이다. 그는 나라마다 돌아 가며 휩쓸 터인데 에집트도 그 난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에집트에 숨겨 둔 금은과 온갖 보화를 마음대로 손에 넣고 리비야와 에디오피아도 손아귀에 넣을 것이다. 그러다가 동쪽과 북쪽에서 두려운 풍문이 들어 오면 화가 나서 돌아 가며 사람들을 마구 잡아 죽일 것이다. 그는 영광스러운 거룩한 산과 지중해 사이에 왕이 머무를 천막을 쳤다가 거기에서 마지막 날을 맞이할 터인데 그를 도와 줄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마지막 때

 

12  그 때에 미가엘이 네 겨레를 지켜 주려고 나설 것이다. 나라가 생긴이래 일찌기 없었던 어려운 때가 올 것이다. 그런 때라도 네 겨레 중에서 이 책에 기록된 사람만은 난을 면할 것이다. 티끌로 돌아 갔던 대중이 잠에서 깨어나 영원히 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영원한 모욕과 수치를 받을 사람도 있으리라. 슬기로운 지도자들은 밝은 하늘처럼 빛날 것이다. 대중을 바로 이끈 지도자들은 별처럼 길이길이 빛날 것이다.

 

   너 다니엘아, 이 말씀을 비밀에 붙여 마지막 그 때가 오기까지 이 책을 봉해 두어라. 많은 사람들이 읽고 깨쳐 잘 알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갈팡질팡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 다니엘이 바라보니 다른 두 분이 서 있는데 한 분은 강 이쪽에, 또 한 분은 강 저쪽에 서 있었다. 그 중 한 분이, 모시옷을 입고 강물 윗쪽에 서 있는 다른 분에게 물었다.    "언제쯤 마지막 때가 와서 이런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입니까?"  모시옷을 입고 강물 윗쪽에서 있던 분이 두 손을 하늘로 쳐들고는, 영원히 살아 계시는 이를 두고 맹세하는 말이 들렸다.    "한 때, 두 때 하고 반 때가 지나 거룩한 백성의 군대를 부순 자가 죽으면 모든 일이 끝날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나는 무슨 말인지를 몰라서 그 일이 어떻ㄱ 끝날 것이냐고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다니엘아, 물러가라. 이 말씀은 마지막 때가 오기까지 봉한 채 비밀에 붙여질 것이다. 악한 사람들은 끝내 눈이 열리지 않아 악한 짓을 계속하겠지만 슬기로운 지도자들은 눈이 열려  환하게 알 것이다. 정기제사가 폐지되고 파괴자의 우상이 선 다음 일천 이백 구십 일이 지나야 끝이 온다. 일천 삼백 삼십 오 일을 기다리며 버티는 사람은 복된 사람이다. 그러니 그만 가서 쉬어라. 세상 끝날에 너는 일어나 한 몫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4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