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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i]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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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현 [savinna] 쪽지 캡슐

2000-08-24 ㅣ No.2440

여름도 다가고 가을이다.

사색의 계절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름 내내 부유했던 나의 마음이 차분해진다.

 

정신 없이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제는 다름을 느낀다.

 

어렸을 때는 사람들을 그냥 좋아서 만났더랬다.

그때 만났던 사람들이 완벽한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서로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솔직하고 순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리기’ 때문에 웬만한 실수는 용납이 되었기 때문에 내가 잘하고 잘못하고를 떠나서 ’하고 싶은대로’ 하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렸을 적 친구가 좋고, 또 실재로 그때 만났던 친구들에게 더 사랑을 느끼는 건지도 모른다.

 

한 후배가 자신의 조직(동아리)에 대해서 많이 우려를 하면서 걱정을 하는 것을 한참 들었다. 그리고, 매우 열정도 많고 활동도 많이 했으며 경험이 많은 친구이기에 그의 고민을 함께 했고, 나도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아! 나도 이제는 실수는 자랑이 아니구나.

슬슬 자신의 역할과 본분에 충실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내가 가진 지위와 권한이 ’엄한’ 나로 인해 다른 이들을 피곤하고 짜증나게 하지 않도록 하려면 말이다.

 

예절과 형식이 때로는 본말을 잊고 너무나도 강해지는 것도 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문제들은 지나친 규제와 규범에 의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하지만, 예절과 형식과 역할과 본분이라는 것들은 기본적으로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며 전문적이기 위해 생긴 것이다. 특히 어떤 위치의 역할이라는 것은.

 

실존이 존재를 앞섬으로써 인간이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실존주의가 20세기와 21세기를 휩쓸고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또 한 세기를 보냄으로써 생기는 일련의 일탈 행위들(세기말 증후군)이 너무 많이 보이는 시점이라서 이런 ’원론적이고 답답한’ 이야기가 설득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조직이든지 위치가 있고 역할이 주어져있다. 그것은 그 조직원을 구속하고 경직되게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반드시 그 역할에 맞는 행동을 하고 다른 구성원들이존중하고 인정해야함을 전제로 하고, 이런 전제는 참으로 어렵고 힘들고 과정적인 것이다.

 

때로는 이 역할과 조직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당황해하고 각자의 역할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감정적인 싸움 등으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혹은 제 3의 입장으로 그 조직과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 있다. 그것이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는 목적에 의해서 말이다.

 

법규나 혹은 법제화되지 않은 규범에 의해서 각 조직마다 역할에 대한 사명이나, 행동지침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너무나도 추상적이기 때문에 많은 해석을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는 논의와 토의가 필요한 것이고 그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노력과 발전을 요구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경험’이 많은 사람들의 지식과 지혜를 의존하기도 하고, 연장자의 말을 따르기도 한다. 경험이라는 것은 아주 소중한 지침서이니까.

 

각설하고,

각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따르는 것이 나를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는 생각을 한다.

 

 

역할.

 

                                        ~.* savi,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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