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일반 게시판

비 내리는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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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zenobiak] 쪽지 캡슐

2000-04-27 ㅣ No.520

가랑비 내리는 대모산에 다녀 왔습니다. 크고 작은 나무들이 오랫만에 내리는 단비에 젖어 싱싱한 생명력을 뿜어내는 대모산은 그대로 한 폭의 풍경화였습니다. 온갖 나뭇잎들과 풀잎들이 저마다 다른 초록색으로 피어나고 물기 머금은 나무 등걸과 줄기들은 검은 색으로 우뚝우뚝 숲을 받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절로 감탄사가 나오더라니까요. 일상의 묵은 때로 얼룩진 마음이 일시에 순화되는 감격을 맛볼 수 있었답니다.

 

"이러한 시간과 공간에서 유유자적할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하신 주님, 감사합니다."

 

군데군데 시야가 트인 곳에서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송파구, 우리 동네.

아파트 단지며, 큰 도로들, 높고 낮은 건물들이 멀리 보이는 산들에 아늑하게 감싸여 조용히 봄비를 맞고 있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마을에서 함께 어울려 우리도 대모산 숲처럼 그렇게 곱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습니다.

서로 다른 나무와 풀들이 서로를 인정하며 살아가듯이 그렇게 서로 인정하고 이해하며 살아간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의 터전이 바로 천국일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씩 들려오는 산새의 소리며, 동행한 이의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들이 산행의 기쁨을 더해 주는데 어느덧 산아래에 도착하더군요. 다음 산행을 약속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너무나 가벼웠습니다. 가끔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생활의 활력을 얻어야 하는가 봅니다.

 

"우리들의 평화로운 삶을 원하시는 주님, 당신의 평화 안에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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