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스승, 아버지,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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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필희 [wsophia] 쪽지 캡슐

2001-05-15 ㅣ No.6745

 

어버이날보다 스승의 날에 더 아버지가 그리운 이유가

 

있습니다.

 

아버지는 저의 초등학교 스승 이셨습니다.

 

집에서도 엄하신 아버지이셨지만

 

학교에선 더 엄하신 아버지셨습니다

 

학교에서 저를 부르실땐 다른 학생들을 부르듯

 

이름 석자를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선 절대로 제게 웃으시지도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버지라 부를 수도 없었습니다.

 

어릴때는 그것이 서운했었지만

 

후에 그것이, 아버지께선 사적인 관계를 떠나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이 대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아버지로서 보다는 스승으로서의

 

아버지의 모습이 더욱 진한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쩌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속에서 스승이신 아버지를

 

자주 만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언제나 엄하신 아버지셨지만 평생을 어린이와 함께였기에

 

어린이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그 맘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느 겨울방학, 저수지 주변에서 놀던 어린이 한명이

 

익사사고를 당했을때 무척이나 괴로워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퇴임식때 퇴임사를 읽으시며’이제 내일이면 우리 어린이들을

 

만날 수 없다는’대목에서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시던

 

아버지를 보며 우리 형제들은 또 얼마나 함께 울었던지.....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가장으로서의 아버지의 모습은 언제나 우리 형제 모두에게

 

긴장을 주는 엄하고 권위적인 모습뿐이지만

 

어릴때부터 들어왔던 말씀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이 사는것이 좌우명’이시라며

 

청빈하게 살라 하시던 아버지

 

삶을 살아 갈 수록 그분의 삶의 모습은 제게 훌륭한 스승으로

 

다가 오곤 합니다.

 

해마다 오는 오월이건만 이 날만 되면 으례 진한 그리움으로

 

얼룩진 가슴앓이를 되풀이 하곤 합니다.

 

오늘은 날씨까지 한몫을 더 한 힘든 하루였습니다.

 

스승의 날을 맞아 모든 선생님들께 참 스승이신 예수님의 사랑과

 

은총이 함께하시길 기원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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