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성당 게시판

우리가 표징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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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2-02-20 ㅣ No.1563

 

 

2002, 2, 20 사순 제1주간 복음 묵상

 

 

루가 11,29-32 (표징을 요구하다)

 

군중이 모여들자 예수께서 말씀하시기 시작하였다. "이 세대는 악한 세대입니다. 표징을 찾지만 요나의 표징 밖에는 아무런 표징도 이 세대에게 주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요나가 니느웨 사람들에게 표징이 된 것처럼 인자도 이 세대에게 그렇게 될 것입니다.

 

심판 때에 남방 여왕이 이 세대 사람들과 함께 일으켜져서 이들을 단죄할 것입니다. 그는 솔로몬의 지혜를 들으려고 땅 끝에서 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보시오. 여기 솔로몬보다 더 큰 사람을!

 

심판 때에 니느웨 사람들이 이 세대와 함께 부활하여 이 세대를 단죄할 것입니다. 그들은 요나의 선포로 회개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보시오. 여기 요나보다 더 큰 사람을!"

 

 

<묵상>

 

우리는 자신이 계획했던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던가, 아니면 자기 자신에 대해 무엇인가 부족함을 느낄 때, 쉽게 ’기적(표징)이나 요행수’를 바라곤 합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기적이나 요행수를 바라는 것이 부질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우리는 예수님 주위에 모여든 군중에게서 우리와 같은 모습을 보게 됩니다. 주어진 삶에서 무기력함을 느끼던 군중은 예수님에게 특별한 표징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표징을 요구하는 군중에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세대는 악한 세대입니다. 요나의 표징 밖에는 아무런 표징도 이 세대에게 주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요나가 니느웨 사람들에게 표징이 된 것처럼 인자도 이 세대에게 그렇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표징을 거부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보여주실 표징은 군중이 원하던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시고자 하는 표징, 다시 말해 요나의 표징은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니느웨 사람들에게 회개를 촉구하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피해 달아나던 요나는 큰 물고기에게 먹혔지만, 회개하고 하느님의 뜻에 자신을 내어맡김으로써 살아났습니다. 바로 이 요나가 니느웨 사람들에게 회개를 촉구하였습니다. 니느웨 사람들은 죄악에 물든 체 자신들의 방식대로 살아가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러한 니느웨 사람들은 요나의 외침을 듣고 회개하여 하느님께로 돌아갔습니다. ’자신의 삶의 습성에 젖어 도저히 변화될 것처럼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변화된 것’, 이것이 바로 ’요나의 표징’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표징도 바로 이것입니다. ’하느님과 단절된 채 제멋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온전히 주님의 품으로 다시 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예수님의 표징’입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표징은 십자가와 부활입니다. ’져줌으로써 이기는 것, 죽음으로써 사는 것, 그리하여 완고한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것’, 이것이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지는 예수님의 표징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내려주실 표징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힘을 과시하거나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다’는 의미로서의 표징이 아닙니다. 사실 예수님의 표징은 우리의 일상에서 날마다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성서 묵상과 기도,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통해 조금씩 변화되어 갈 때, 우리는 바로 예수님의 표징이 드러나는 장소이며 표징 자체가 될 것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능력을 절대화함으로써 이 세상을 점점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물질 문명 숭배와 소비주의로 말미암은 인간의 도구화, 생태계의 황폐화, 신자유주의의 팽창에 따른 인간 사회의 비인간화, 물리적인 힘이 지배하는 세계화 등등. 이 모든 것은 인간 능력의 절대화에 따른 역설적인 현상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의 표징은 어느 시대보다도 오늘날 더욱 절실합니다. 우리 신앙인은 이 표징을 온 몸으로 드러내기 위해 하느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수님의 표징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섬세함’, 하느님께 자신을 내어맡기는 ’믿음’, 그리고 예수님의 표징을 드러내는 도구로 세상안에 자신을 던지는 ’용기’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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