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녹색일기] 다이옥신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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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이 [pear] 쪽지 캡슐

1999-06-22 ㅣ No.360

어제 저녁에 가족 모임이 있었다.

무얼 먹으러 갈까 하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조카 아이가 고기는 먹으면 안된다고 한다.

다이옥신때문에......

 

다이옥신이란......

제초제에 들어 있는 독성 물질이다.

또한 일반 폐기물을 소각할 때 발생하기도 한다.

인류가 만들어 놓은 가장 무서운 독극물 중의 하나로써

그 독성은 1 마이크로 그램 ( 1그램의 백만 분의 일) 으로

몸무게 50Kg의 사람 2만명을 죽일 수 있는

청산가리보다 1만배나 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몸 속에 들어가면 간장, 신장을 파손하고

면역성 저하,피부병, 암, 기형아, 유전자 손상, 정서불안 등의 병을 일으킨다.

 

우리 사는 세상에는 먹을 것이 너무 풍부해져서

무얼 먹을까에 대한 선택으로 고민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무엇을 먹어야 할 것이지

마음 놓고 먹을 것이 없다.

 

사람이 사람의 편의를 위하여 만들어 놓은 합성물질들이

사람과, 하늘과 땅과 나무와 새와 바람과 물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또한

지구의 한편에서는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의 처리에 골몰하고

지구의 다른 한 편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어 가는 숫자가

인류 역사상 최대의 사상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멀리 보지 않더라도

한 나라, 한 민족안의 좁은 이 나라의 남과 북에서 벌어지고 있는

쓰레기 몸살과 절대 빈곤은

과학문명과 경제 발전의 맹신,그것과

이념에의 맹신이 만들어 놓은

우스꽝스럽지만 너무나도 비극적인

현대사회의  모순을 있는 그대로 드러 내 보이고 있는 현장이라 할 수 있을지.....

 

아침에 집을 나서다가

쓰레기를 거두어 가시는 분들의 땀 흘리는 모습을 보면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다.

내가 버려 놓은 그 수많은 배설물들을 치워 주시는 저 분들은

도대체 얼마만큼 버릴 것들이 있을런지.....

 

풍요로운 것과 소비가 미덕이던 시대는 이제 문을 닫아야 한다.

없어도 아름다웠던 그 시절엔

가난과 배고픔 때문에 울었다는데.....

사람의 편리를 위하여

불과 십 수년 전에만도 상상할 수 없었던

문명의 이기가

우리 사람들을 불행으로 몰아가고 있다.

아니 죽음으로........................

 

 

그러면서도 우린 이제

우는 것 조차 잊어 버린 게 아닐까?

 

내 아이들이 살아 남을 곳이 어디인지.......

 

돌아가야 한다.

절약과 생명의 소중함이 아무런 외침도 없이

몸에 배어 있던 우리 어머니들의 소박한 사랑 속으로........

 

콩세알 농심이란 말은

너무도 따뜻하다.

콩 세알을 거두면

한 알은 새에게 주고,

한 알은 땅에 심고,

한 알은 내가 먹었다는

거룩한 나눔의 정신에 가슴이 저리면서도

선뜻 나누지 못하는 내가 바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차가운 사람이었음을

아프게 되돌아 본다.

 

 

 

  이런 맘 아픈  이야기를 하게 되서 죄송한 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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