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이런 사랑 아름답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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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화 [ilee] 쪽지 캡슐

1999-07-05 ㅣ No.435

+찬미예수님

 

오금동 성당에 누가 다른 곳에서 가져온 글인데요 길지만 내용이 좋아 이렇게 올립니다.

 

전 강남역 상업은행 앞에서 제 여자친구와 6시에 만나 저녁을 같이 먹기로 약속을 했지요. 하지만 그 날 제가 학교에서 있던일이 조금 빨리 끝나서 전 약 한시간 정도 먼저 약속장소에 갔습니다.

 

딱히 할 일도 없어서 낮은 계단에 앉아 신문이나 읽어야 겠다는 생각에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은 짜증이 나더군요. 여하튼 제가 일찍 끝나서 기다리는거니까 어쩔 수 없겠거니 생각하고 친구를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한 5분후에 한 남자가 제 앞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듯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말인데다 사람들이 하도 많은 곳이라 전 누구를 만나러 왔나보다 생각하고는 그냥 대수롭지않게 넘겼습니다.그리곤 계속 신문에 눈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0분후 그 남자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리곤 또 다시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군요.

순간 참 이상하군. 아까 그 사람이쟎아'라고 다시한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시 신문을 보았지요. 그리고 또 10분후 그 사람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 때 부터 전 그 사람에 대하여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 길래 10분에 한번씩 나타나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걸까?'하고 말입니다.

 

제가 신경을 쓰게 된 이후에도 그 사람은 정확히 10분이면 한 번씩 그 자리에 나타났습니다. 20대 중반처럼보이는 허름해 보이지만 어딘가 은은함이 묻어나오는 그리 잘 생기지는 않았지만 넉넉해 보이고 잔잔한 미소를 가진 사람같아 보였습니다. 그리곤 제 약속시간인 6시

30분이 될때까지 그는 10분에 한번씩 7번을 제 앞에 나타나선 주위를 두리번 거리곤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그 날따라 제 여자친구가 30분정도 더 늦은 것이었습니다. 솔직이 조금 짜증이 나더군요. 말이 1시간 30분이지 그 사람많은 거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1시간 반동안 누군가를 기다린다는게.....여하튼 전 계속 그자리에 앉아 다본 신문을 옆에 놓아두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두고 있었습니다.

 

또다시 10분후 여지없이 그 사람이 또 나타났습니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전 이제 궁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때 였습니다. 그 사람이 왔다간지 얼마후 한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그 장소에 와서 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 군요. '이야 약속에 꽤나 늦었나보다' 전한눈에 그 여자가 약속에 늦었는 줄을 알수 있었습니다. 아주 초조한 얼굴로 거기에 서있는 사람들을 한명, 한명 자세히 찾아보더군요. 그리곤 약속한 사람이 없는지 발을 동동구르더군요. 정말 많이 늦었나 보구나. 전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 순간 저 쪽에서 10분에 한번씩 나타나던 그 사람이 나타나더군요. '이야 10분맨 또 왔군' 주위를 전과 마찬가지로 두리번 거리더니 갑자기 그의 눈이 커지더군요. 그리곤 제 앞쪽으로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와의 약속에 늦어서 발을 동동구르던 그 여자 앞에 오더니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 야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 주말이라서 그런가 차 정말 많이막히더라.... 미안해서 어떡하지.... 가자 내가 사과하는 의미로 오늘 정말 맛있는 밥 사줄께? 아니 너 하라는대로 오빠가 다 할께...."

 

그제서야 그 사람이 왜 10분에 한 번씩 그자리로 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약속시간에 늦은 자기 여자친구가 자기에게 미안해 할까봐 그는 먼 발치에서 그 곳을 보고 있다가 10분에 한 번씩 왔나 안 왔나를확인해 보기 위해 그 곳에 왔던 것입니다.

가슴이 벅차오더군요. 그리곤 그는 가만히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는 큰 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인파속으로 멀어지더군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 자신이 부끄러워 지더군요. 전 솔직이 제 여자친구가 오면 짜증을 내려고 했었거든요. 사랑을 하려면 이 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상대의 상처와 잘못을 조용히 감싸 줘야 하지 않을까요?

 

좋지요?  이것울 읽으면서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과연 불평없이 얼마나 오래 기다릴 수 있을지 궁금해 졌습니다.  요즘 시대에 이렇게 넉넉한 사랑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짜쯩 안내고 한번 기다려 보렵니다.

 

우리 한강식구의 넉넉한 사랑이 그립게 만드는 글이기도 했고요.  지금 인화의 방 한 구석은 벌써 서울에 갈 짐들로 자리를 차치하고 있습니다.  기말고사도 바쁘지만 우리 한강식구들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맘이 바빠집니다.  꼭 애인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마음이 꽁닥꽁닥 뛰기도 하고 설레입니다. 6일 남았습니다.  사랑합니다.

 

인화의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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