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세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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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에게는 세 사람의 가까운 친구가 있었다. 그 중에서 그는 첫 번째 친구한테 온갖 정열을 다 바쳤다. 그는 때로 첫 번째 친구를 위해 이세상의 삶을 산다고 할 정도였다.
물론 두 번째 친구도 사랑했다. 그러나 첫 번째 친구를 위하는 마음에 비하면 두 번째 친구에 대한 공들임은 한참 못 미친 것이었다.
세 번째 친구는 그저 생각의 범주에나 드는 친구일 뿐 첫 번째나 두 번째에 비하면 아주 희미한 친구였다. 솔직히, 마지못해 찾는다는 편에 속하는 것이 세 번째 친구였다.
그런데 어느날 왕의 사자가 이 사람한테 와서 왕의 부름을 전했다. 그는 친구 셋에게 함께 가줄것을 청했다. 그러나 보라.
그가 온갖 정성을 다 바쳐 온 첫 번째 친구가 무정하게도 돌아서는 것이 아닌가. "한 걸음이라도 같이 가줄 수 없겠는가?" 그가 사정하였으나 첫 번째 친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두 번째 친구는 그러나 조금 달랐다. "정문 앞까지만 같이 가주겠네" 그가 사정하였다. "성 안까지는 안되겠나?" 두 번째 친구는 고개를 저었다. "안됐네만 성 안까지는 곤란하네"
그런데 뜻밖에도 그가 가장 소흘히 한 세 번째 친구가 나섰다. "내가 자네와 끝까지 동행하겠네"
이 세친구는 누구인가?
첫 번째 친구는 재산이다. 아무리 정성을 다했지만 자신이 죽을때는 한 발짝도 따라오지 않는다.
두 번째 친구는 친척이다. 공동묘지까지는 따라오지만 거기서 돌아간다.
세 번째 친구는 선행이다. 마지못해 행한 것이어도 죽음길에까지 동행한다.
그 뒤에도 그의 이름으로 남아 있는다.
- 정채봉 '내마음의 고삐'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