쫑이와 꼬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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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림 [yelimi] 쪽지 캡슐

1999-07-13 ㅣ No.363

저희 집에서 키우던 토끼얘기를 하나 하려고 합니다.

쫑이와 꼬마.....

쫑이는 좀 큰 덩치에 약간은 긴듯하지만 멋진 얼굴을 가진 갈색얼룩토끼고

꼬마는 하얀색에 귀와 등에 한줄이 갈색이라서 화살표라는 별명도 가진 토끼였어요.

쫑이를 키우게 된데는 사연이 있어요 쫑이는 버려진 토끼였거든요.

익산에서 학교를 다니는 저희 언니의 학교 친구가 발견했어요.

쫑이는 언니친구 집앞에 쭈그리고 있다가 사람을 보고 놀라서 도망을 가다가 쓰레기통에 숨었는데 귀가 걸려서 그 친구에게 잡힌거죠.

그친군 어쩔줄 몰라했고 저희 언니에게 연락을 해서 그때부터 언니가 키우게 되었어요.

처음 쫑이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고 해요. 조그만하고, 삐쩍 마르고, 지저분하고(자기 똥 오줌이 몸에 막 묻어있었데요)......그런 쫑이를 언니는 목욕도 시켜주고(또끼도 한달에 한번정도 목욕 시켜도 된답니다)맛있는것도 주고....한달 반 가량을 토끼와 동거(?)를 했어요. 그동안 쫑이는 크기도 10cm가량 크고 토실토실하고 윤기흐르는 털을 가진 멋진토끼가 되었답니다. 쫑이는 유난히 사람을 잘 따르던 토끼였어요. 밥을 줄때  "쫑 쭈쭈쭈쭈..." 하고 부르면 첨엔 가장 가까운 신발로 뛰어가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언니를 알아보고 언니에게 항상 뛰어왔었어요. 잠잘때도 강아지처럼 앞 뒤발을 쭉 펴고 누워서자곤 했죠. 또 혼자 자는것도 싫어해서 사람옆에 와서 눕곤 했어요(정말 강아지 같죠?). 그리고 온갖귀여운 포즈를 취해서 언니에게 힘이 되어줘었답니다. 가족과 떨어져 있는 외로움은 극복하기 어렵잖아요. 그럴때 쫑이가 큰위안이 되었데요...

쫑이에 대한 이런 이야기들을 언니와 전화로 주고받으면서 쫑이를 키우는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었어요. 가끔은 언니가 전화를 바꿔줬는데 그러면 쫑이는 전화기를 할짝 할짝 핥았어요.

이렇게 익산에 살던 쫑이가 언니의 방학으로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어요. 언니는 쫑이가 심심할까봐 (보통 토끼는 혼자 키우면 않되다고들 하잖아요) 친구를 사왔어요. 그게 바로 꼬마랍니다. 꼬마는 암컷이었는데 새침하고 사람을 잘 따르지 않았데요. 이렇게 두마리 토끼가 3시간동안 기차를 타고 서울에 왔어요. 힘든여행이었겠죠.. 토끼들에겐.

집에와서도 꼬마는 새침때기였고 쫑이는 금방 적응을 했어요. 저랑은 전화통화를 해서그런지(?) 막내 동생보다 저를 잘 따랐어요. 가만히 앉아있으면 무릎에 뛰어올라와서는 제 손에 머리를 부비며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애교도 부렸구요.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기분좋게 골골골 이를 갈았어요.(토끼는 기분이 좋을 때 이를  살살 간답니다) 그러다가 잠들기도하고. 한번은 쫑이가 잘목해서 머리를 한대 쥐어박으려고 손을 머리에 댔는데 머리를 막 부벼서 어쩔수없이 쓰다듬어 준적도 있었어요*^^*

집에온 둘째날 꼬마도 이름을 부르며 밥을 줄땐 사람에게 다가왔어요. 이제 모두 친해졌다 싶었는데...

 

너무 성급한 생각이었었나봐요.

그날 친구들이 놀러왔을때 친구들에게 토끼를 구경시켜 준다고 새벽까지 만졌거든요. 여행의 피로가 풀리기도 전에 꼬마에게는 그날 밤이 너무 힘들었었나봐요. 그날 저녁부터 가만히 앉아서 토할것같은 행동을 계속하더니 콧물을 흘리면서 눕는거에요. 그러고는 몹시 괴로워했어요. 언니와 저는 놀라서 쫑이와 꼬마를 데리고 동물 병원을 갔어요. 토끼를 진료하는 병원이 몇군데 없는데 멀기까지 했지만 열심히 갔죠. 꼬마도 고치고 쫑이도 얘방접종하려고요...그런데 가는길에 꼬마가 죽어버렸어요. 사온지 3일만에 죽은거에요..

너무 괴로워 하다가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심장이 멎어버렸어요.그것도 언니 손에서...

토끼가 가장 잘걸리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던거에요. 몸이 약해져있었데요.

우린 마음이 아팠지만 쫑이라도 잘 키워야지 하는 마음으로 병원에서 쫑이를 위한 여러가지를 사기도 하고 면역주사도 맞혔어요. 꼬마가 걸린 병이 전염병이라 예방주사를 놓기가 위험하다고 하셨거든요. 그게 지난 토요일의 일이었어요.

그런데 병원을 다녀온 이후로 활발하던 쫑이가 아무것도 입에 대려하지 않는거에요. 우린 너무 걱정이 되었어요. 쫑이는 우리가 "너토끼야? 돼지야?"하고 놀릴 정도로 많이 먹던 토끼였었거든요 의사선생님은 여행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럴거라고 일요일 저녁이나 월요일 아침이면 먹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일요일도 하루종일 쫑이가 걱정 되 집에 전화를 해보기도 했었는데 계속 아무것도 안먹더라고요. 그러더니 그 통통하던 배가 홀쭉해져버렸어요.

월요일 아침에 수영장엘 가려고 일어나서 "쫑이 자니?"하고 방문을 열었는데 누워있는 쫑이가 보였어요. 언제나 처럼 다리를 쭉 펴고......그런데 느낌이 이상해서 가까이 가보니 고개가 뒤로 졎혀져 있었어요. 너무 놀라서 쫗이를 막 흔들었는데 이미 다리가 굳어버렸더라고요.

쫑이를 장에서 꺼냈어요. 꼭 안아주면 다시 깨날것처럼 아직 배랑 가슴은 따듯했었는데 이미 소용없었죠. 더 가슴이 아팠던것은 괴로워하는 모습도 안보여 주고 다 자는 밤에 혼자 죽어갔다는 거에요. 외롭게...

죽은지 얼마 안되었던지 눈이 촉촉하게 젖어있었어요..또 무얼그리 꾹 참았는지 혀가 검게 굳어있더군요. 뜨고있는눈을 감겨주고 천으로 싸서 한곳에 놓고는 언니를 깨우러갔어요. 언니는 너무 놀라 쫑이를 못보겠다고 하더라고요. 꼬마가 손위에서 죽었을때도 그냥 계속 쓰다듬어 줬었는데...

그리고 쫑이는 동물들 무덤으로 보냈답니다. (화장시켜주는곳이 있더라고요) 저보다 더 슬퍼하는 언니에게 맞길수가 없더군요 .

그래서 저혼자 쫑이를 배웅했어요. 가는내내 너무나도 가벼워진 쫑이를 싼 비닐을 안고 계속 울수밖에 없었어요.

 

이게 저희 집에서 살던 쫑이와 꼬마의 이야기 전부랍니다.

아직도 쫑이 우리에서 나는 쫑이 냄새와 무릎위로 뛰어올라와 머리를 부비던 모습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옵니다. 쫑이는 아마 꼬마에게 감염된것같다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시더군요. 어째든 우리가 토끼들을 힘들게 한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너무 미안해요...우리에겐 쫑이와 꼬마의 생명을 소유할 권한이 없는건데.....우리도 똑같은 생명체인데 가끔은 그걸잊고 그들이 마치 우리의 소유물인것처럼 행동했던것이 후회가 되네요.

쫑이와 꼬마에 대한 더 예쁜 기억들이 많지만 다쓰지는 못하겠네요.

 

 

이야기가 길었나요? 지루했나요?.. 두서없이 막 썼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아직은 너무슬퍼서 어쩔수가 없군요. 주인에게 버려지고 힘든여행을 이렇게 끝맺어버린 쫑이와, 새주인과 친해지기도 전에 가버린 꼬마........사진한장 남기기 않고 가버려서 이렇게 글이라도 남겨 두고 싶은마음에 횡설수설 적어보았습니다.

 

 

쫑이야 꼬마야 정말 미안해....

 

둘다 너무 착하니까 천국갈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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