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검정성당 자유 게시판

네델란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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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ody] 쪽지 캡슐

2000-04-02 ㅣ No.973

사순절에 근검절약과 관련된 이야기를 올립니다. 네델란드 사람들의

절약정신을 배웠으면 합니다. 그러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그들은

이웃을 위해 도움을 줄 때는 앞장선다고 하지요. 우리도 절약하여

열두광주리를 가득 가득 채웠으면 좋겠군요. 조선일보 기자가

아주 재미있게 글을 써 놓은 것이 있어 옮겨봅니다.

 

■취재일기: 네덜란드에서-근검절약이야기

 

- 유럽에 가 있는 이광회 기자가 네덜란드인들의 근검절약 정신에 대해 취재소감을 보내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이광회 기자입니다.

 

저는 지난 15일부터 ’유럽의 작지만 강한 기업’들을 취재하기 위해 여러 곳을 다니고 있습니다. 스페인과 벨기에를 거쳐 네델란드에 체재중인데 네델란드 사람들의 ’짠돌이 근성’을 보고 한 수 배운 바가 있어 독자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생각을 해보고자 합니다.

 

우리네 사고 한 켠에는 늘 노랑머리에 키 큰 사람 서양들은 마음도 좋고, 인심도 좋고, 또 조금은 싱겁기도 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여유로움을 동경하고 부러워하고 있습니다만.

 

그런데 ’네델란드’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것 같습니다.

 

3일 동안 생활해 보고, 이곳 저곳을 겪고 탐문해 본 결과 우리가 네델란드 사람들을 상대할 때는 일단 ’뭔가 덕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하다’는 판단이 듭니다. 음식값을 따로따로 내는 방식의 ’더치페이(Dutch Payment)’가 네델란드 사람들의 영어표현인 더치(Dutch)에서 나온 사실은 익히 알았지만 겪어 본 현실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취재 차 네델란드에서 장거리 여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저희와 공동기획을 하고 있는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현지직원의 도움을 몇 번 받았는데 깜짝깜짝 놀란 적이 많았습니다. ’슈로더 오리’라는 27살 짜리 젊은 네델란드인 직원인데 키가 197㎝로 한마디로 ’거인’이었지요. 속으로 ’키가 조금만 컸으면 성(姓)처럼 5리(里)까지는 컸겠다’고 놀리고 싶기도 했습니다. 얼굴모습이나 외양은 우리 경제과학부 ’이위재 기자’처럼 싱겁고 천진난만하게 생겼지요.

 

그러나 "키 큰 사람 치고 싱겁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우리네 속담은 이 친구에게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짠돌이 그 자체였기 때문이지요. 제가 스키폴 공항에 도착했을 때 이 친구가 마중을 나오더니 대뜸 기차를 타자고 합니다. 저는 "짐도 많으니 택시를 타자?" 했더니 "비싼데 기차가 싸고 좋다"고 하면서 발부터 옮기던군요. 큰 가방과 노트북을 들고 있던 저로서는 거인을 따라 가는 게 여간 힘들지 않았지만 그저 따라갈 수 밖에요. 헌데 이 싱겁게 보이는 거인은 스키폴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기차표 매표소 앞에서 딱 서더니 자기 표 한 장만 끊고는 내 표를 끊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한참 기다리다가 내가 "표 안사느냐?" 고 물었더니 나를 쳐다보면서 나에게 "네 표니까 네가 사라?" 는 식이었습니다. 손님 마중 나와서 1000원밖에 하지 않는 표도 안 끊어주는 짠돌이 ’슈로더’가 미웠지만 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나중에 KOTRA의 한국주재원에게 물어봤더니 "네달란드 사람들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은 생각하지도 말라"고 충고하더군요. 아마도 "도움 주는 수고비를 달라고 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얘기까지 하더군요.

 

슈로더에게 나중에 "네 키가 너무 커 올려 그 동안 쳐다보느라 머리가 아프니 치료비 달라"고 농담을 했더니 거꾸로 "미스터 리가 키가 작아 내려보느라 머리가 아프니 치료비 달라"라고 받아치더군요. 제 키는 176㎝로 작은 키가 아닌데 슈로더에게는 두 손을 들어야 했지요. 이와 비슷한 일은 그 이후에도 계속됐습니다.

 

지금부터는 직접 보고 들은 네델란드 사람들의 짠돌이 습관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거스름돈 주는 방법이 아주 독특했습니다. 우리의 경우 물건을 사고 잔돈을 받을 때 큰돈부터 주고받는 게 상례입니다. 잔돈이 1만5500원이라 하면 1만원 받고, 그 다음 5000원 받고, 마지막으로 500원을 받지요. 마지막 500원은 기분에 따라 안 받을 수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잔돈부터 주고받는 게 아예 굳어져 있었습니다. 555길더50센트(네델란드 화폐단위)를 주고받아야 할 때 반드시 가장 먼저 나오는 돈은 잔돈인 50센트입니다. 그 이후 5길더, 50길더, 마지막으로 500길더. 대충 이런 식입니다. 하도 이상해 "왜 그러는 것이냐?" 고 물어봤더니 "푼돈이라고 떼먹으면 안되니 먼저 챙겨야 한다"는 겁니다.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워낙 돈을 따지는 탓일까요? 화폐단위는 왜 그렇게 많은지. 네델란드에는 동전이 무려 6가지(5, 10, 25센트, 1, 2.5, 5길더), 지폐는 5가지(10, 25, 100, 250, 1000길더) 로 화폐단위가 11가지입니다. 우리보다 2배 이상은 될 겁니다. 특히 동전 중 1길더50센트 짜리가 있을 정도로 단위가 복잡하지요. 1길더면 1길더고, 2길더면 2길더이지, ’1.5길더’가 웬일입니까. 이 때문에 동전지갑은 필수 지참물입니다.

 

전세계에서 인종들 중 가장 사업수완이 좋고 구두쇠기질이 강한 민족으로 유태인을 꼽습니다. 그런데 유럽에 퍼져 있는 유태인들 중 가장 짜고 구두쇠들 민족이 바로 ’네델란드의 유태인’이라고 합니다. 유태인이든, 아니든 인종을 떠나 네델란드 사람들은 이미 초등학생 시절에 길거리에서 좌판 장사를 아르바이트로 한다고 합니다. 남보다 길거리의 목 좋은 곳을 먼저 차지하고 자신이 쓰든 물건들을 내놓고 어른들에게 파는 일종의 미국식 ’창고세일(게라지 세일)’인데 사는 어른들이나, 파는 아이들이나 흥정의 단계가 보통이 아닙니다. 어린이라고 인심쓰면서 사는 어른도 없고, 이웃 집 아저씨라고 헐값으로 깎아 주는 아이도 없답니다.

 

이 초등학생들이 중학교에 가면 우리처럼 공부에만 전념을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 신문배달을 합니다. 그래서 네델란드 사람들은 신문을 열심히 보는 편입니다. 신문배달부 구하기가 어려워 아예 가정 배달판 신문이 없는 스페인과는 영 딴판이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놀기 좋아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실 아닙니까? 신문배달만을 놓고도 두 국민들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네델란드 중학생들은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 신문구독자들에게 팔아 용돈을 번다고도 합니다.

 

신문배달부로 용돈을 버는 네델란드 중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하는 일이 수퍼마켓 배달부입니다. 동네 수퍼마켓에서 열심히 일해 자신의 용돈을 버는 것이지요. 어려서부터 스스로 물건을 팔고, 흥정하는 기술을 배우고, 배달부로 슈퍼마켓 종업원으로 이래저래 자기의 경제능력을 키워갑니다.

 

이래서 고득학교를 졸업하면 의무교육연한이 끝나게 되는데 이 다음부터가 재미있습니다.

 

18세가 된 네델란드 아이들은 대부분 독립을 합니다. 집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정이 있어 집에 계속 머물게 될 경우에는 부모가 아이의 생활비조로 일정액을 내라고 독촉을 한다고 합니다. 부모가 여유가 있거나 마음씨가 좋아 생활비 독촉을 않는 부모는 아이들로부터 "정말로 좋은 부모"라고 존경을 받을 정도라니. 이 정도 되면 부모, 자식간이 ’웬수’ 또는 ’사업파트너’로 바뀐 것이 아닐까하는 착각이 듭니다.

 

네델란드 대학생들은 방학이 되면 대부분 유럽여행을 떠나는데 유럽 사람들이 가장 질색을 하는 게 바로 이들입니다. 돈 한푼 안 가지고 와 현지 나라에서 접시나 차를 닦는 등의 아르바이트를 해 여행경비를 자급자족하는가 하면, 집 떠날 때 온갖 먹을 것을 다 싸 가지고 온답니다. 그러니 도무지 장사에 도움이 안될 수 밖에요.

 

네델란드는 국토의 절대부분이 바다면 보다 낮은 나라입니다. 전 국토에 걸쳐 운하망이 발달한 것도 이 때문이고 물이 이곳저곳 많습니다. 그런데 네델란드 사람들은 소먹이용 풀을 깎을 때도 물에 잠겨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몽조리 깎는 것을 당연시 합니다.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 하는 기질입니다.

 

네델란드 시내에는 백화점에조차 화장실이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건물에 화장실이 있지만 공중들이 모이는 곳의 화장실은 많은 곳이 유료(有料)로 운영됩니다. 지난 휴일 잠깐 다녀 봤던 풍차마을(일종의 민속촌)의 화장실도 1길더를 내야 했습니다. "화장실 쓰는데도 돈을 받다니. 선진국이 뭐 이러냐?" 고 화가 치밀더군요.

 

네델란드 사람들은 그러나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화장실 방문회수(?)를 최대한 줄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작 가야 할 때는 화장실에서 큰 것(?), 작은 것(?) 다보고, 아예 세수까지 하고 나온답니다. 한마디로 돈들인 만큼 뿌리를 뽑는 것이지요.

 

"유럽에서 여행을 하다가 젖은 휴지를 말리는 곳이 나타나면 그곳이 네델란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독일사람들이 근면검소 하다고 하지만 네델란드 사람들에 비하면 한 수 아래입니다.

 

네델란드에는 요즘에는 한국의 제품들이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대우 자동차 마티스는 최대 인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제품이 많이 팔리는 이유 또한 네델란드 사람들의 실용적인 성격 때문이라고 하니. "브랜드보다는 싸고 좋으면 쓴다"는 게 이 사람들의 성격이라는 것이지요. 이웃 벨기에만 해도 브랜드와 격조를 많이 따져 한국제품의 사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서글픈 얘기를 들었지만 이곳은 철저하게 잘 만들고, 싸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곳에서 두 명의 중소기업체 사장을 만났는데 모두 자신들이 직접 커피를 타 주더군요. 전담비서도 없지만 직원을 시키면 부르는 시간과, 물어보는 시간, 타는 시간 등 시간낭비가 심해 그 시간에는 직원 일시키고 자신이 직접 커피를 타 접대하는 게 예의라고 합니다.

 

벨기에와 네델란드, 룩셈부르크는 일찍이 ’베네룩스 3국’이라 해서 같은 경제문화권을 가지고 있는데 사는 모습은 딴판입니다. 벨기에 사람들이 네델란드인들 보고 "당신들은 음식도 시원찮고, 옷도 더럽게 입고, 집안 생활도 깨끗하지 않고, 도대체 사는 낙이 뭐냐?" 고 하면 네달란드 사람들은 벨기에인들에게 "당신들은 저축도 안하고, 허구헌날 좋은 옷과 맛있는 것만 먹고...정말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 고 거꾸로 걱정을 한다고 합니다.

 

네델란드는 우리의 경상도 크기의 땅에 1500만 명이 사는 좁은 나라입니다. 골프 티샷 때 "훅(Hook)이 나면 독일 땅이고, 슬라이스(Slice)가 나면 벨기에에서 공을 찾아야 한다"고 할 정도로 좁은 땅이지만 지난해 국민소득 2만3000달러로 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중 하나입니다. 최근 수년간 경제호황으로 실업율도 낮아 완전고용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반면 운명적으로 국토의 대부분이 해수면보다 낮아 늘 간척과 배수에 신경을 써야 하는 불행한 나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튤립 제국으로 불리며 전세계 화훼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고 필립스(전자), ABN-AMRO(금융), 악스노벨(화학), 유니레버(식품), 아에곤과 ING(보험), KLM(항공)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즐비하고 중소기업들 또한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유럽의 소국이지만 ’로테르담’항만과 ’스키폴’ 공항을 갖춘 물류의 천국으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한정된 자원을 근면 검소한 생활자세로 극복하고 투철한 짠돌이 근성으로 자랑스러운 국토를 후손들에게 물려주려는 네델란드인들으로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네델란드인들에게 짠돌이라고 놀리면 이렇게 대답한답니다. "우리가 그래도 유럽국가들 중 가장 기부금을 많이 내는 나라다. 우리가 워낙 근면검소 해서 그런 것이지 남을 도울 때는 앞서서 돕는다"고 말입니다./네델란드 암스텔담에서 이광회 드림 santafe@chosun.com

 

후렴 :

저도 그곳에 좀 머무를 때 느낀 것중 첨부하고 싶은 것은 자전거가 많은

나라지요. 자전거는 물론 학생들이 많이 타고 학교 앞 자전거 세우는 곳을

보면 수백대가 엉켜 있어 어떻게 자기 것을 찾아갈까하고 걱정이 될 정도

입니다. 그런데 학생들만 타는 것이 아니고 은행원, 일반 회사원, 교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전거들을 타는데 수시로 비가 오고 바람이 불지만

비바람을 조금도 개의치 않고 타고 다닙니다. 교통문제, 공해문제의

해결을 떠나 우리나라 사람들만 같아도 체면치례 때문에 안탈 것 같은

사람들이 모두 자전거를 탑니다.

 

또 학교의 식당에 가면 자기가 먹고 싶은데로 빵을 골라 사먹지만

빵에 깨를 뿌려 놓은 것은 10센트 정도 비쌉니다. 그러나 아무도 이 비싼

빵을 사먹지를 않지만 동양에서온 한국사람들이 사먹기 때문에 비치해

논다고 합니다.

 

꽃시장이 매우 크고 세계적인 화회시장과 물류시설이 구비되어 있지요.

물론 중소기업이기는 하지만 화회시장이나 대리점의 사장들은 점심식사를

나가서 사먹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사장들이 그러하니 직원들의 사전에는

점심을 사먹는다는 개념조차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점심에 아예 문을

열지 않는 식당이 많습니다. 사장들이 싸가지고 오는 도시락을 보면

그 큰 덩치에 그걸 먹고 어떻게 일을 할까 할 정도입니다. 빵 한조가리에

사과같은 과일 한개입니다. 그 사람들은 우리가 점심먹으러 나가자고 하면

가지를 않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사람들은 점심을 너무 비싼데서 먹으니까

자기네 방식으로는 지불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그러한 사람들도

내가 점심내겠다고 하면 얼른 따라나오기는 하지만, 그런 말을 않하면

자기 점심값은 자기가 내야하니까 그냥 도시락을 먹겠다고 합니다.

 

그 사람들과 골프를 치면 배고파서 못칠 정도지요. 그늘집이라는 것도

없지만 골프치고 나서 클럽하우스에서 맥주 한잔에 팝콘 정도면 그들은

진수성찬으로 생각할 정도입니다. 많은 화란의 골퍼들이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골프백에 넣어 가지고 와서 치면서 먹고 끝나면 집에 가는

겁니다. 골프백은 카트를 직접 끌며 나니는 경우도 있지만 흐리고 비오는

날이 많아 잔디 보호한다고 직접 울러메고 다닐 경우가 더 많지요. 정말

배고파서 같이 못치겠어요. 그러면서 왜 골프를 치는지 이해가 않가요.

 

사는 멋이 없다고도 볼 수 있고 좀스럽게도 보이고 인간미도 없는

삭막한 세상같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달리 볼 수도 있겠지요.

김태환 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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