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사순 제2주일

인쇄

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3-03-20 ㅣ No.1149

사순 제2주일(나해. 2003. 3. 16)

                                 제1독서 : 창세 22, 1∼2.9a.10∼13.15∼18

                                 제2독서 : 로마 8, 31b ∼ 34

                                 복   음 : 마르 9, 2 ∼ 10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아나톨 프랑스는 "문화적 천재란 명문가 노력가 창조가도 아니고, 유행과 습관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습니다.

  하루는 그에게 젊은 시인이 찾아왔습니다.

  "선생님, 제가 드린 시집을 읽어보셨나요? "

  "응, 밤새 재미있게 읽었어. 다 읽을 때까지 잠들 수 없던 걸."

  "농담하시는 건 아니구요? "

  "내가 건성으로 듣기 좋으라고 말하는 줄 아나본데 자네 시집에서 제일 좋은 곳은 84페이지일세. 이래도 내가 안 읽었다고 할 텐가?"

  "아이쿠 선생님, 죄송합니다."

  햇병아리 시인은 큰 용기를 얻어 돌아갔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제자가 말했습니다.

  "선생님 정말 그 사람의 시집을 다 읽으셨습니까?? "

  "허참! 자네까지도 그런 생각을 하다니."

  "선생님은 두어 페이지도 안 읽으셨잖아요? "

  "음. 사실은 아직 읽어보질 못했어."

  "그런데 왜 84페이지가 가장 훌륭하다고 하셨습니까? "

  "여보게 어느 페이지든 상관있는 줄 아나?  시인이란 자기 시는 어느 것이라 걸작이라고 믿는다네. "

 

  오늘 마르코 복음은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를 들려줍니다.  베드로는 이 영광스러운 예수님의 변모가 있기 전에 예수님께서 '나를 누구라고 하더냐?'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고백하여 예수님께 칭찬을 받았지만, 예수님께서 수난과 십자가의 죽음을 예고하실 때에 그 말씀의 뜻을 깨닫지 못하고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소박한 인간적인 만류를 했다가 엄하게 꾸중을 듣습니다.  사도들이 아직 예수님의 길을 깨닫지 못하고 있자 예수님께서는 세 제자들을 높은 산으로 데리고 가서 영광스러운 당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심으로 사도들을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초라한 예수님의 모습만을 보아왔던 사도들은 예수님이 정말 구세주가 맞을까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사도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모세와 엘리야까지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더욱이 구름 속에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잘 들어라"하는 소리까지 듣게 됩니다.  겉으로 드러난 예수님의 모습으로 의심하던 그들에게 진정한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확신하게 됩니다.  시인은 자신의 모든 것을 드려 시를 씁니다.  많은 고뇌를 가지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고 인정을 받습니다.  바로 고난이 있은 후에 부활의 영광이 있음을 보여주십니다.

 

  영광에 이르는 길은 멀고 험하다고 했던가요?  아브라함은 백살 가까이 되어 얻은 외아들을 하느님께서 제물로 바치라는 요구를 받게 되었습니다.  아마 무척 고민을 하였을 것이고, 아들을 줘놓고는 빼앗아 가는 하느님이 야속하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아들을 하느님께 제물로 바친 그 결단이 믿음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그리스도 자신도 수난과 죽음을 통해서만 영광의 부활이 가능하다는 알려주십니다.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는 우리의 세례를 통한 매일의 신앙생활 안에서 늘 반복되는 것입니다.  세례, 기도, 회개의 기쁨, 그것이 곧 부활의 체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순 시기에도 부활을 확신하며 고행의 길을 기쁘게 걸어갑니다.



4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