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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협의]펀글-☆햇볕이 되고싶은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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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suechung] 쪽지 캡슐

2000-10-31 ㅣ No.3008

★ 햇볕이 되고 싶은 아이..*^^*★

 

아직 바람이 찬 봄날,

 

화분을 손보러 빨간 벽돌집 뒤켠 공터로 나오니

다섯 살바기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모여앉은 아이들이 자기의 꿈을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것이

내 어린 시절의 한 자락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흐뭇했다.

 

그런데 마지막 한이이가 한참을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야, 너는 뭐가 될래?" "그래, 빨리 정해라"

 

친구들이 자꾸 앉아 재촉하는데도 그 아이는 망설이기만 했다.

 

그때 내가 방긋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다.

"빨이 말해라, 친구들이 기다리잖아."

 

그러자 머쓱해진 그 아이가 뭔가를 결심한 듯 벌떡 일어서더니

햇볕이 잘 드는 벽으로 뛰어가 기대어 섰다.

 

"난 햇볕이야, 너희들 모두 이리 와 봐.."

나는 속으로 ’어허’ 제법이네.. 하며 그아이를 힐끗 쳐다봤다.

 

어리둥절해 하던 아이들도 모두 달려가 그 아이 앞에섰다.

"와~따뜻하다.." 하며 벽에 붙어 서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겨웠다.

 

나는 가끔씩 노는 아이들에게 간식을 제공하곤 했다.

오늘은 색색 플라스틱 포크에 토끼모양으로 깍은 사과를 들고

나오다가 무심결에 햇볕이 되고싶은 아이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우리 할머닌는 시장에서 나물을 파는데

할머니가 앉아 계신 곳에는 햇볕이 잘 들지 않아요"

 

그아이는 잠깐 동안만 할머니를 비추고는 금방 다른데로 옮겨 가는 햇볕이 얄미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햇볕이 되어

할머니를 하루 종일 따뜻하게 비춰 줄 거라고 했다.

 

나는 그 아이를 꼭 안아주었는데 햇살을 가득 품은 것처럼 따뜻했다.

 

 

음... 그대는 누구의 햇볕이 되고 싶나요????

한번쯤은 자신이 누구의 햇볕이 되고 싶다는

이런 생각을 가져보는 것도 좋지않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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