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파발성당 게시판
다녀올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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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파발 어리버리 못난이들! 이번에도 역시 별로 얘기도 못해보고 가는구나. 아쉽다. 겨울에 볼 때에는 좀더 예뻐지고 멋져져 있기를 바래. 예뻐지고 멋져지는 비결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나 기쁘고 재미있게 잘 지내야 돼!! 그리고 날 위해서 가끔씩이라도 화살기도 많이 부탁한다.
그럼 약간 길지만 무척 좋은 글 하나를 떨구며 이쯤에서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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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를 이처럼 요구하지만
당신은 내가 항상 밝고 건강한 모습 환한 미소를 띤 얼굴로 나타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나는 쇼윈도우의 인형이 아닙니다. 나로 슬퍼할 수 있고 괴로워할 수 있는 그런 편안함을 주십시오. 설사 나의 표정이 굳어져 있을 때라도 그 무표정 속에 깃들인 당신을 향한 관심을 읽어주십시오.
당신은 내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못하고 말수가 적어 재미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나는 앵무새가 아닙니다. 나로 침묵할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해주십시오. 내가 내면의 세계에서 보다 사려깊게 침묵하고 그 침묵이 무르익었을 때 나는 보다 더 잘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은 내가 당신의 속 마음을 깊이 헤아려주지 못한다고 불평합니다. 때로는 놓치기도 하고 더러는 무시해 버리기도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신비한 투시경이 없습니다. 오히려 당신이 당신 자신의 요구를 숨김없이 표현해줄 때 나는 당신을 잘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은 내가 남들에 비해 매력이 없다고 합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나에게는 분별력도, 총명함도, 상냥함도 심지어는 미적 감각까지도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결코 배우가 아닙니다. 나로 하여금 내 특성에 맞는 내 삶의 스타일을 찾게 해주십시오. 결코 다른 사람으로 나를 기대하지 마십시오. 그때 나는 더욱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무관심한 태도 당신이 생각없이 내던진 차가운 말 한마디가 나를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고 무력하게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나는 당신이 요구하고 당신이 기대하는 그런 사람이 못됩니다. 성인도, 천사도 아닙니다. 나 역시 그렇게 해보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당신의 요구 너무 커서 도달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나는 지쳤고 이제는 용기조차 잃었습니다.
기억해주십시오. 나는 완성품이 아닙니다. 만능인도 아닙니다. 이제 당신이 나를 평범한 한 인간으로 받아주실 수 있을 때 저의 분량을 알고 저의 한계를 인정해주실 때 그리고 그러한 당신에게서 편안함을 누리게 되었을 때 나는 당신의 그 여유에 힘입어 온전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 때 당신은 하느님의 걸작품을 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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