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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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sso-long] 쪽지 캡슐

2001-02-21 ㅣ No.6445

 

몇년 전, 제가 교사생활을 하던 어느 봄의 일입니다.

새 학기가 되어 새로 한 반이 된 아이들끼리 서로 친하게 지내라는 뜻에서

자기 소개와 가족 소개를 하게 했습니다. 한 명 두 명 아이들은 차례를 기다려 자신과

가족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한 아이의 차례가 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곧 그 아이가 아버지에 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아이의 지난해 담임선생님에게서 아버지가 없는 아이니까 그것 때문에 상처 입지 않게

잘 보살펴 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를 조용히 교무실로 불렀습니다.

"얘야, 아버지가 안 게신다고 부끄러워하거나 기죽을 필요는 없단다.

그것보다 거짓말을 하는 게 더 부끄러운 거란다." 그러자 아이는 의아한 얼굴로 되

물었습니다.  "선생님, 전 거짓말한 적 없는데요."

선생님인 나에게까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여 아이를 엄하게 꾸짖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전 친구들에게도 선생님께도 거짓말한 적 없어요."하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화가 난 저는 끝내 "넌 아버지가 안 계신데도 계시다고 거짓말했잖니?"

하고 말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이는 눈물이 가득한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며 이렇게 울먹였습니다.

"이 세상에 아버지 없는 아이가 어디 있어요. 엄마가 아버지는 늘 내 곁에 있다고

하셨어요. 늘 내 마음속에 계신다구요."

그제야 아이가 했던 아버지 소개가 생각났습니다.

"아버지는 항상 내 곁에 계십니다.  따뜻한 햇님처럼 푸근한 달님 별님처럼,

 반짝반짝 정말 사랑합니다." 비로소 제 잘못을 알았습니다.

아이만큼도 생각하지 못한 제가 미웠습니다.

터질 것 같은 뭉클함을 느끼며 아이를 와락 껴안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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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많이 흐리네요.

감기 걸리기 쉬운 날씨이니 몸 조심하시고

좋은하루 보내세요.

 

시를 사랑하는 쏘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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