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일반 게시판

[RE:5009]아베 마리아 해설(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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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연 [enos1956] 쪽지 캡슐

2002-06-14 ㅣ No.344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아베 마리아"(Ave Maria)라는 말은 원래 천사 가브리엘이 예수 탄생 예고를 위하여

  나자렛의 마리아 집으로 들어가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루가 1:28)

  고 인사했던 말의 라틴어 표기입니다.  그러나 후일의 교회가 루가의 복음서 1장 28절

  과 2장 42절에 청원기도를 추가하여 하나의 기도문을 완성하고, 머릿 글자를 따서 "아

  베 마리아" 라는 기도문 제목을 붙임으로써, "성모송"을 지칭하는 말로 널리 사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베 마리아"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유는 분명히 따로 있는 듯 합니다. 그

  것이 위대한 음악가들의 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성모송을 가리키

  는 라틴어 "아베 마리아"는 가톨릭 신도들의 기도 속에만 갇혀 있었을는지도 모를 일이

  기 때문입니다.

 

    음악계에서는 성모 마리아님을 칭송하는 가곡을 통털어서 "아베 마리아"라고 부르고,

  대개가 성모송의 라틴어 원문을 가사로 하여 종교적 열정을 노래하는 장중한 곡들 입니

  다. 16세기의 아르카델트가 자신의 세속적인 곡에 성모송의 가사를 들어 맞춘 곡이 "아

  베 마리아"의 효시가 된 이래, 퍼시 칸, 샤를르 구노, 쥬세뻬 베르디, 그리고 피에트로

  마스카니가 작곡한 곡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심금을 울리며 깊은 감명을 줍니다. 라틴어

  로 부르기 때문에,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교회 밖의 무수한 사람들도, 절로 경건한

  자세를 취하고 성모님께 기도하게 만드는 놀라운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귀에 익었고 감동을 더 해주는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독창곡은 그

  가사가 "성모송"이 아니라 스코틀랜드의 시인 월터 스코트(1771-1832)의 시 "호상의 미

  인"(The Lady of the Lake)인 줄 아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합니다. 스코트의 이 시

  는 시대의 변천에도 불구하고 시적 아름다움과 감각이 결코 수그러들지 않은 당대 최고

  의 서정시로 알려져 애송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독일의 슈토르크가 번역하여, 독일인들

  도 너나 할 것 없이 애송했다고 하는데, 슈베르트가 이 독일어 번역시에 아름다운 곡을

  붙여 그의 "아베 마리아"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슈베르트는, 여러분도 이미 아시는 바와 같이, 오스트리아의 작곡가로서 베토벤을 깊

  이 존경하였고, 또 일생의 대부분을 빈에서 보내며 활동하였습니다만, 베토벤과는 사뭇

  다른 음악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베토벤은 음악을 계시로 생각하고 스스로를 선민으

  로 자처하였습니다. 이것은 당시의 독일 유식계급의 눈에 비친 프랑스 혁명이나 나폴레

  옹 초기 활동의 지도이념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그러나, 슈베르트는 이와 같은 선민의

  식을 갖지 않고, 스스로 즐기고 또한 타인도 즐겁게 해 주려고 작곡하였습니다. 여기에

  슈베르트 음악의 특징이 있다고 보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슈베르

  트의 "아베 마리아"는 음악적 아름다움과 종교적 열정이, 극치를 이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가지의 편곡으로도 연주되어 너무나도 유명해진 그의 "아베 마리아"는 앞서

  말 한 월터 스코트의 "호상의 미인"을 독일말로 옮긴 것을 작곡한 일곱 곡의 가곡집 "엘

  렌의 노래"(작품 52) 입니다.

 

    이 시의 주인공 엘렌이 아버지의 군대가 국왕군과 싸우는 전날 밤에 성모 마리아께 기

  도 드리는 내용을 슈베르트의 나이 28세 때(1825년)에 작곡한 것으로, 하프를 모방한 피

  아노 반주가 아름다운 노래를 교묘하게 장식하여 종교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아베 마리아! 자비로우신 동정녀여,

    이 어린 소녀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쓸쓸하고 거친 이 바위동굴에서

    나의 뜨거운 기도를 당신께 드립니다.

 

    인류가 여전히 비참한데도

    우리는 아침까지 편안히 잠을 잡니다.

    오, 동정녀여, 어린 소녀의 슬픔을 보소서.

    오, 어머니여, 간청하는 아이의 소리를 들으소서!

 

    아베 마리아! 숭고하신 동정녀여!

    땅과 대기의 악마들은

    당신의 자비로운 눈앞에서 도망을 칩니다

    그들은 더 이상 우리와 함께 살 수 없습니다.

 

    당신의 미소와 장미의 향기가

    이 축축한 바위동굴로 날아들어옵니다.

    오, 어머니여, 당신 아기의 기도를 들으소서.

    오, 동정녀여, 어린 소녀의 울음을 들으소서.

    아베 마리아!

 

 

    우리는 이 시를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이 곡이 발표되자마자 대호평을

  받았고,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신앙심을 새롭게 했다는 사실만은 꼭 말씀드리고 싶

  습니다. 슈베르트는 1826년 7월 25일 부친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 사실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습니다. "호상의 미인을 작곡한 저의 새 곡은 성공했습니다. 제가, 동정 성모

  의 찬미가에 표현한 종교적 감정이 모든 사람을 감동시켰고 놀라게 하였습니다. 누구나

  다 감동하고 장엄하다는 인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무리하게 종교적 감

  정을 일으키려고 하지 않고 저 자신보다 강한 그 무엇인가에 의해 느낀 감정에 따라 신

  성한 음악을 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것이 정말로 순수한 종교적 감정일

  것입니다."

 

    슈베르트의 편지에 의하면, 이 성스러운 노래는 교회에서 바치는 전례용과 달라서 아

  무런 종교적 장식이 없고, 단순하고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쇼팽의 "녹턴"(Nocturn,

  저녁 기도)이 전례용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이 곡 역시 전례용이 아님을 우리는 알

  아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 신앙적 열정과 정신은 전례적인 성가 못지 않다는 것은 말

  할 나위가 없을 줄 압니다.

 

    성모 찬가로서는 너무나 아름답고 마음이 흐믓한 곡이며 우아하면서도 경건하고 너무

  나 세속적인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가 더 많은 사람의 입에서 불려져서, 마리아님의

  자녀들이 많이 태어나기를 기대합니다.

 

    한 마디 부언하고 싶은 것은 슈베르트 외의 다른 "아베 마리아"가사는 모두가 성모송

  이란 사실입니다. 따라서, 작곡가에 따라 음악적 분위기만 다를 뿐입니다.  슈베르트의

  것과 쌍벽 을 이루는 구노의 "아베 마리아"는, 성모송을 토대로 전례용으로 작곡되었기

  때문에 곡의 취향이 딴판이고, 안톤 브루크너의 "아베 마리아"는, 작곡자가 "떼데움"을

  작곡한 성직자란 선입관 때문인지 지나치게 무겁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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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는 저 또한 너무나도 좋아하는 곡이기에 이 음악에 대한 해

  설을 옮겨 보았습니다. 예술에 대한 온전한 감상은 해설이 있을때 더욱 깊은 감동을 느

  낄 수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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