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일반 게시판

심판의 성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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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연 [enos1956] 쪽지 캡슐

2002-06-22 ㅣ No.358

 

     요즘은 월드컵 축구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열기 때문인지 날씨마저 무더운 나날입

   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월드컵 축구 출전이래 최고의 성적과 최대의 응원으로 온 국

   민이 한 마음으로 뭉치게 되었습니다.

 

     몇 일전에 우연히 텔레비젼을 통해서 경기를 보다가 특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습

   니다. 경기가 끝난 직후 주심이 밖으로 나오면서 성호경을 바치는 모습이었습니다. 외

   국의 가톨릭 신자 선수들이 성호경을 바치는 것은 자주 볼 수 있었으나 심판이 성호경

   을 바치는 모습은 처음보는 것 같았습니다.

 

     선수들이 바치는 성호경이나 자국을 응원하는 국민들의 기도는, 승리에 대한 염원을

   담아 하느님께 청원하는 것일 것입니다. 즉, 자신들의 이기적인 청원이라고 보아야 하

   겠습니다. 하지만, 심판의 성호경은, 이해관계없이 순수하게 경기를 무사히 잘 마무리

   하도록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것일 것입니다.

 

     하느님은 어떠실까요? 같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서로 자신의 승리를 청원하면 곤란하

   시지 않을까요? 누구의 편을 들어 주시겠습니까?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시험을 잘 보

   게 해 달라거나, 입학시험에 합격시켜 달라는 기원도 이기적인 청원이라고 할 수 있겠

   습니다.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는 "우리 선수들이 제 실력을 잘 발휘하도록 도와 주세요!" 나

   "제 실력을 잘 발휘하여 시험에서 제 성적을 내도록 도와 주세요!" 라고 해야 옳지 않

   을까요? "실력이 모자라더라도 어떻게 해서라도 꼭 이기도록.." 이나, "아무튼 자녀가

   꼭 합격하도록.." 은 무모한 기도일 뿐일 것입니다.

 

     심판의 기도같이 자신의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고 나서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신앙인의 자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직, 승리에 대

   한 것만 염원한다면 승리의 여신인 니케(Nike)에게 기원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엉뚱

   한 생각도 해 봅니다.

 

     아무튼, 오늘은 월드컵 축구 준준결승전이 있습니다. 오늘은 하느님께서 곤란하시게

   하는 기도는 하지 마시고, 우리 선수들이 정정당당히 멋있는 경기를 하도록 다같이 기

   도하며 응원합시다.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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