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일반 게시판
김광섭-성북동 비둘기(시) |
---|
호는 이산(怡山). 함경 북도 경성(鏡城) 출생.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과 졸업. ’해외 문학’ ’문예 월간’ 의 동인으로 문단 활동 시작. 중동 학교 교사로 재직 중 창씨 개명을 반대하다 가 3년 8개월의 옥고를 치름. 해방 후 좌익 계열과 투쟁하였으며, 대통령 공보 비서관, 자유 문협 위원장, 전국 문총(文總) 최고 위원 등을 역임. 서울시 문화상, 5.16 문예상, 문공부 예 술 문화 대상 등을 수상. 시집에 <동경(憧憬)> <마음> <해바라기> <성북동 비둘기> <반 응> 등이 있다. ’성북동 비둘기’ 는 쫓기는 새 비둘기를 빌려 문명에 의해서 잃어져 가고 있는 것을 노래한 격조 높은 문명 비평의 시이며, ’산’ 은 산을 통하여 사람의 사는 모습을 관조한 인생시라 할 수 있다. ’마음’ 은 그의 초기 작품으로서 마음의 고요와 그리움을 조형한 아름다운 시. ’생의 감각’ 은 되살아나는 일의 기쁨과 신비로움을 표현한 시이며, ’비갠 여름 아침’ 은 재 치와 기지가 빼어나게 돋보이는 아름다운 시각적 이미지의 시이다.
성북동 비둘기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산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