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게시판

사제는 중립적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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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창호 [neotaiji] 쪽지 캡슐

2011-11-26 ㅣ No.5090


 게시판을 보니 정치적인 사안과 관련하여 여러 의견이 있으시네요. 이야기 중에 '사제는 (또는 종교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있어 몇마디 덧붙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사제는 중립을 지켜야 합니다.'가 맞습니다. 단 '중립'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정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중립'은 물리적인 '중간'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초등학생팀과 국가대표팀이 축구경기를 한다고 할 때 '중립'적으로 심판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또는 시소의 한쪽에는 한 명이 앉아 있고, 반대쪽에는 두 명이 앉아 있다고 할 때, 시소를 평형이 되도록 '중립'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초등팀과 국대팀을 동등하게 취급하고, 양쪽의 무게를 고려하지 않고 물리적인 중간을 택하는 것을 우리는 '중립'이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편파'라고 합니다. '중립'을 지키려면 먼저 어떠한 상황인지 그 맥락을 따져봐야 합니다.

 다음으로 구체적으로 중립을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 그 기준을 알고 싶다면 예수님의 삶을 들여다보면 됩니다. 지금 당장 성경책을 놓고 복음의 어느 부분이라도 펼쳐서 확인하여 보십시오. 예수님이 어느 위치에서 누구를 대변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예수님이 가난한 이와 부유한 이들을 동등하게 취급하시나요? 병들고 약한 이들과 건강하고 강한 이들을 똑같이 대하시던가요? 이스라엘 백성과 로마인들을 하나로 생각하시나요? 

 사제를 비롯한 신앙인은 그리스도가 정한 '중립'의 삶을 살면 됩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가 그러하였듯이 갖지 못하고 대우받지 못하는 쪽에 '치우친' 중립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공허한 '중립'만을 외치는 것이 오히려 '편파'입니다. 따라서 우리 신앙인은 '편파적인 세상'에서 정의의 평형을 이루기 위해 '치우친 중립'을 지키는 것이 당연한 의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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