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방
지옥과 천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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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스님 한 분이 절에서 먼 마을로 탁발을
나갔다가 날이 저물어 양반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스님은 주인과
하인이 대화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 "마당쇠야"
"예, 주인마님"
"윗마을에 사는 박첨지가 어젯밤에 죽었다며?"
"예"
"그렇다면 박첨지가 지옥에 갔는지 극락으로
갔는지 알아보고 오너라."
"예"
스님은 참으로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일평생을 염불과 참선수행을 하였지만
죽은 사람이 극락으로 가는지 지옥으로
가는지는 도저히 알 수가 없는데,
마을에 사는 영감이 어떻게 저런 소리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마당쇠가 돌아와 주인에게
아뢰는 것이었습니다.
"지옥으로 갔습니다."
스님은 더욱 기가 막혔습니다.
'저 마당쇠가 죽은 사람이 지옥으로 가는 것을
볼 수 있는 신통력이라도 있는 것인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데 주인이
또 마당쇠에게 지시하였습니다.
"아랫마을 김진사도 죽었다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고 오너라."
마당쇠는 한참 만에 돌아와 보고를 했습니다.
"김진사께서는 극락으로 갔습니다."
이 말을 듣고 더 이상 궁금함을 억누를 수 없었던
스님은 주인을 찾아가려고 일어섰고 때마침
주인이 밥상을 내오기에 물어보았습니다.
![]() "처사님, 죽은 사람이 지옥에 갔는지 극락에
갔는지 도대체 어떻게 아시오?"
그러자 주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죽은 사람 동네에 가면 금방 알 수 있지요.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 나쁜 일만 일삼고
남을 못살게 굴었으니 지옥 갔을 거야'라고
말하면 어디로 가겠습니까?
지옥 밖에 더 있습니까?
그리고 '우리 동네에 꼭 필요한 사람이고
착하고 아까운 사람'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아쉬워하면 그 사람은
필경 극락에 갈 것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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