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 ’23/07/11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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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3-06-24 ㅣ No.5445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 ’23/07/11 화요일

 

서방 수도 생활의 아버지라 불리는 베네딕토 성인은 480년 무렵 이탈리아 중부 지방의 누르시아에서 태어났습니다. 로마에서 학업을 마친 그는 수도 생활에 대한 관심으로 동굴에서 3년 동안 고행과 기도의 은수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의 성덕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모여들자 베네딕토는 마침내 수도원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재물의 사유화를 금지하고 공동생활과 정주의 의무를 명백히 규정한 수도 규칙서를 만들었습니다. 이 규칙서는 수도 생활의 표준 규범서로 삼을 정도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베네딕토 아빠스는 547년 무렵 몬테카시노에서 선종하였다고 전해집니다. 1964년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그를 유럽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모든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마태 9,35)고 합니다. 마태오 복음 사가는 예수님께서 군중들을 바라보시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분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이다.”(36) 마치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바라보는 모습과도 같아 보입니다. 애들 아비와 어미가 제대로 못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측은해 보이는 마음일 수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즐겁고 걱정없이 뛰어놀기만 해야할 나이인데도, 입시와 청년실업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딘지 모르게 삶의 무게를 벌써부터 짊어지고 어딘지 모르게 어깨가 쳐진 것만 같다고나 할까. 꼭 불쌍하다는 표현이라기보다는 누구나 겪어야 하고 짊어져야 할 인생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삶의 무게를 줄여주고만 싶고 우리 아이들은 그런 짐을 짊어지지 않았으면 내지는 적어도 가볍게 짊어졌으면 하는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37-38)

 

오늘날 너 나 할 것없이 먹고 사는 일에 정신이 팔려서 교회나 사회전체의 공익을 위한 노력과 봉사에 대해서는 사치처럼 여기거나 지나치게 무거운 짐이라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일생을 바쳐야 하는 교회의 성직자와 수도자가 된다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밖에 나가서 남보다 먼저 무엇인가 하나 더 얻어오는 것을 잘하는 일이요 각광받는 일이라고 여깁니다. 반면에 밖에 나가 내것을 하나라도 더 주고, 다른 사랑들에게 양보하고 희생하는 일은 어딘지 모르게 모자르고 꺼려지며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주님의 뒤를 이어 누군가는 교회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지도자가 되어야 하고, 또 사회에 나아가 그리스도교 정신으로 인류사회에 봉사하고 희생할 평신도 그리스도인이 필요합니다. 나 말고 다른 그 어느 누군가가 대신 해 주기를 바라기보다, 내가, 내 자녀가, 내 손자 손녀가 그 일을 맡아 주님 영광의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헌신하게 되기를 간구합니다.

 

꼭 일생을 다 바쳐서 그리고 전적으로 희생봉사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의 여건과 처지에서 할 수 있는 만큼 공동체를 위하여 부분적으로나 일정 기간만이라도 기꺼이 희생봉사하는 노력을 기울여 하느님 나라의 주춧돌이 되도록 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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