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골 자유 게시판

부활대축일에 부평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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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옥 [glory213] 쪽지 캡슐

2001-04-19 ㅣ No.1712

지난 4월 15일 3시 부평 샤미나드 피정의 집에서는 정리해고로 고통받는 대우자동차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정리해고 철회, 해외매각 반대. 대우자동차 노동자와 함께 하는 2001 부활대축일 미사'에 다녀왔습니다.

 

마리아수도회와 천주교인천교구노동사목위원회에서 준비한 이 날 미사는 대우자동차노동자들과 신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으며, 미사 후 참석자들은 거리행진을 하고, 부활계란과 국수 등 먹거리를 나누며 부활잔치를 하였습니다.

 

영성체후 묵상때 대우자동차 가족대책위에서 낭독한 편지글을 실어보았습니다.

이들의 고통에 함께 하여주시길....

 

 

*******

 

주님!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렸던 겨울!

정리해고 통보를 받고 회사에서 항의농성 중이던 남편들이 경찰들에게 폭행당하고 쫓기어 당신 앞에 왔을 때 우리 남편들의 지친 몸과 상처를 따뜻하게 품어주시고 보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남편들과 가족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부당한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어제도 오늘도 거리로 나왔습니다.

 

4월 10일 법으로도 보장된 노동조합 사무실 출입을 하기 위해 공장으로 향하고 있던 우리 남편들을 경찰들이 방패로 가로막았습니다.

 

남편들은 경찰들에게 항의하며 웃옷을 벗고 길바닥에 드러누웠습니다. 정부에서 문제삼는 화염병도 없었고 쇠파이프도 돌멩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무기도 없던 우리 남편들을 군화발로 짓밟고 방패로 내리찍고 방망이로 사정없이 때려서 갈비뼈가 부러지고 머리가 터지고 손뼈가 부러지는 등 심한 중상과 경상을 입었습니다.

어떻게 질서를 유지한다는 경찰이 불법 행위를 저지르며 힘없는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른단 말입니까?

 

내 남편 다 죽는다며 폭력을 말리며 항의하던 가족들에게 지휘하는 경찰이 '법보다 공권력이 우선'이라고 했습니다.

 

주님!

언제부터 이 나라는 법보다 공권력이 우선인 나라가 되었습니까? 언제부터 이 나라가 평화보다는 폭력이 우선인 나라가 되었습니까?

 

주님!

부평에서, 이땅에서, 다시는 이런 끔찍한 경찰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우리 남편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경찰들 마음에 당신의        

 

사랑을 불어 넣으셔서 힘없는 노동자들이 진압대상이 아닌 한 인간으로 보이게 해 주시고 노벨 평화상을 받았지만 마음이 얼음처럼 차가운 대통령의 마음에도 당신의 사랑을 녹여주셔서 바른 눈으로 볼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경찰의 폭력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성당에 나오면서도 끙끙 앓고 있는 남편들을 완치할 수 있게 해주시고 학익동 구치소에서 햇볕도 못 보는 남편들을 하루빨리 나올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가족들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남편들이 공장으로 돌아가 일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래서 웃음을 잃은 남편과 아이들에게 웃음을 찾을 수 있게 해 주시고, 정리해고 분쇄하자를 외치는 어린아이들이게 아빠와 함께 놀이하며 보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남편과 아이들과 따뜻한 밥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올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당신의 은총으로 힘없는 노동자들만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 주시고 오늘 이후로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사랑이 충만하여 모두가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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