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동성당 게시판
사랑하는 너에게 |
---|
사랑하는 너에게
김용택
네가 잠 못 이루고 이쪽으로 돌아누울 때 나도 네 쪽으로 돌아눕는 줄 알거라. 우리 언젠가 싸워 내게 보이던 고운 뺨의 반짝이던 눈물 우리 헛되이 버릴 수 없음에 이리 그리워 애가 탄다. 잠들지 말거라 깨어 있거라 먼데서 소쩍새가 우는구나. 우리 깨어 있는 동안 사월에는 진달래도 피고 오월에는 산철쭉도 피었잖니. 우리 사이 가로막은 이 어둠 잠들지 말고 바라보자.
아, 보이잖니 파란 하늘 화사한 햇살 아래 바람 살랑이는 저 푸른 논밭 화사한 풀꽃들에 나비 날지 않니. (아, 너는 오랜만에 맨발이구나) 이제 머지 않아 이 얇아져가는 끕끕한 어둠 밀려가고 허물 벗어 빛나는 아침이 올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화창한 봄날 날 잡아 대청소를 하고 그때는 우리 땅에 우리가 지은 농사 쌀값도 우리가 정하고 없는 살림살이라도 오손도손 단란하게 살며 밖으로도 떳떳하고 당당하자꾸나. 그날이 올 때까지 잠들지 말고 어둔 밤 깨어 있자꾸나,어둠을 물리치며 싸우자꾸나, 아침이 올 때까지 손 내밀면 고운 두 뺨 만져질 때까지 그리하여 다리 쭉 뻗고 곤히 잠들 때까지. 네가 뒤척이는 이 밤 나라고 어찌 눕는 꼴로 잠들겠느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