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병원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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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아 [ella-0] 쪽지 캡슐

2000-11-13 ㅣ No.1556

어 지금은 병원입니다. 이래저래 파업이니 뭐니해서 병원에 대해 다들 크고 작은 불만들이 있겠지요. 의사들이 파업을 하고 병원을 떠나 여기저기 헤메이고 있어도. 간호사들은 병원을 지킵니다. 그리고 환자옆에서 그들을 지킵니다. 지금 시간이 새벽 1시입니다. 밤이 많이 깊어서 자는 분들도 많겠지만 저희는 이제막 근무가 시작된 시간입니다. 아침이 올때까지 해야할 일이 너무 많지요.

 

오늘 저의 밤근무는 치매가 약간 있으신 우리 할아버지의 ’야 이년아’ 소리로 시작되었습니다. 자꾸 화를 냈다가 웃었다가. 애기처럼 굴기도 하다가 하는 우리 할아버지가 자꾸 주사줄을 잡아당겨 빠지곤 해서 어쩔 수 없이 팔을 묶어두었더니. 대뜸 보자마자. 욕부터 하십니다. 하지만 또 1분도 안되서 그걸 잊어먹고, 금방 또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요구르트 달라고 하십니다. 오늘밤도 조용하긴 글렀지요?

 

아, 병원의 밤은 짧을 때가 더 많습니다. 파업은 파업이지만 항상 환자옆에서 애쓰는, 이 모든 사태에 덤태기 쓰고 곱배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음을 조금은 알아주시길 바라고, 또 제가 일하고 있음을 알아주시고, 저희 중환자실 환자분들과 그분들로 인해 수많은 밤 가슴 졸일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주시길 부탁합니다. 아울러 오늘 밤 우리 할아버지가 푹 잘 것도 기도해주세요. 이만 씁니다 .

 

(아 저는 중환자실 간호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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