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펌)깨끗이 치워진 길이 고마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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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진 [monicacho033] 쪽지 캡슐

2001-01-18 ㅣ No.2447

오늘 아침은 눈 예고 속에서도 오랜만에 기온이 상당히 올라갔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동안 꽁꽁 얼어있던 빙판길들이 조금씩 녹기를 기대해봅니다. 우리 모두 빙판길을 조심 조심 다니기로 합시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눈이 올 때 조금씩 힘을 보태는 여유있는 시민이 되기로 합시다. 청량리게시판이 요즘 너무 썰렁해서 자유게시판의 동생(조남국) 글을 퍼 올립니다.

 

 

십 몇년만의 폭설이 내린 2001년 1월 7일 주일,

그리고 그 다음날

이리 미끌 저리 미끌 거리며 뒤뚱뒤뚱 월요일 아침미사에 가는데

성당 앞 보도는 깨끗하게, 장애자 보행선을 따라, 넓지 않게라도 치워져 있었다.

그리고 오늘까지도 추위에 녹지 않은 눈얼은 빙판 길을 걸어 가다가,

성당 앞에만 가면 고마운 마음을 느끼며 지난 열흘을 지냈다.

 

 

아! 누가 치웠는지?  살아있는 사람이다!!

아! 맨땅과 빙판 길의 대조와,  치워진 길의 안정감과 고마움을

그 길을 치웠을 사랑의 노력을,  그리고 이마에 맺혔을 땀방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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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우리 모두 빗자루를 들을 줄 알았었는데

오늘의 우리는 왜 이렇게도 모른 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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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눈을 많이 치워야 되는 집을 남편은 선호하지 않더라.

러시아서도 상점 앞에 눈으로 인해 사고 나면 책임져야 되고, 벌금도 내야된다.

말씨도 듣기 거북한 "스트라푸"라고 하는 벌금을 말이다.

 

어제는 인정이 있었는데! (이웃과 함께친 길)

오늘은 벌금이 필요한가? (눈덮인 오늘의 길)

사랑이 없어져 버렸나봐! (남이야 쓰러지건)

미국도 소련도 아닌 서울. (왜 내가 치우는가)

 

인정 없는 골목 길을 오늘도,

미끌 미끌 뒤뚱 뒤뚱 쿠다당!!

 

 

 

                       - 조베드로 두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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