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서로 믿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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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민 [johnlee74] 쪽지 캡슐

1999-03-09 ㅣ No.249

어려서 민속촌 점쟁이 할머니가 그랬다.

나보고 인복이 많다고.

 

다른 곳에선 특별히 맡아 본 게 없어 모르겠지만

적어도 성당에서는 언제나 그랬다.

초등부 교감 할 때 나와 함께 했던 동료들은 환상이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무거운 짐을 맡았지만 마음만은 홀가분하다.

청년 수가 최대여서가 아니다.

열린 마음으로 누구나 포용할 수 있는 우리들이 자랑스럽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는 후배들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내가 이들의 대표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라는 경제학자 겸 사회학자 겸 미래학자가 있습니다.

또 그가 쓴 최신작 '신뢰'라는 두꺼운 책이 있습니다.

물론 제가 읽었을 까닭이 없지만 내용은 좀 압니다.

그는 서구는 사회적 신뢰도가 높은 데 비해 동양은 낮다고 했습니다.

즉 동양은 서로 믿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가장 믿을 수 있는 가족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는 말입니다.  재벌이니 가족 기업이니 하는 소리가 그런 것이죠.

반면 서구는 객관적인 능력만 보증되면 누구라도 경영권을 맡깁니다. 그 사람의 책임감과 도덕성을 믿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그의 논리는 성당 단체 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을 바라보는 데 좋은 본보기가 됩니다.  정에 약한 한국인, 처음 보는 이에겐 낯을 가리지만 한 번 정들면 어디까지 가는 한국인, 내셔널리즘의 한국인, 외부에 배타적인 수치가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인......

별로 달갑지 않지만 상당히 객관적인 평가입니다.

그렇다고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지만 결코 자신의 깊은 부분까지는 나누지 않는 개인주의적인 서구인들이 꼭 좋다고도 할 수 없겠죠.

 

우리는 성가대며 교사회며 단체의 일원이기 이전에 같은 교우라는 사실을 너무 쉽게 잊어버립니다.  자아를 찾아가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텐데요.  주님을 나누는 신앙의 울타리 안에서 귀중한 만남의 기회를 마음껏 즐겨봅시다. 이런 사람들 다른 곳에선 만나기 좀체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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