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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속에 투병중인 나의 대모님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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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보나 [sanghoo] 쪽지 캡슐

2002-05-15 ㅣ No.3271

 

 

 

사랑하는 당신에게

 

기억은 고사하고 신체의 자유도,

 

언어조차 잃어버린채 10년이상 침상에 누어지낸 당신,

 

과거와 현재도, 자신과 타인도 구분할 수 없는 당신은

 

음정이 틀린 창가를 중얼거리며 드넓은 벌판을 혼자 헤매는 것일까.

 

 

당신은 텅빈눈으로 아~아~,우~우~ 소리를 내며 내게 호소하는구료.

 

서글프게도 그것이 당신에게 남겨진 유일한 의사표시가 돼 버렸소.

 

 

하루에도 몇번씩 익숙한 손놀림으로 당신에게 기저귀를 갈아주는 나.

 

그손 바닥위로 주주룩 당신의 뜨거운 오줌이 흐르오.

 

그런 당신을 대하노라면 고단함이나 상냥함의 진정한 의미를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구료.

 

 

오늘도 당신이 내는 소리나 무심한 몸짓-그런 희미한

 

신호에게 말하려는 것을 읽고 있소.

 

산산이 부서진 당신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가며

 

나는 당신과의 따뜻한 만남을 원하오.

 

그것이 일방통행의 커뮤니케이션이라도 좋소.

 

 

지금 당신의 편안한 황홀의 나날은 과거의 고난을 견뎌온

 

생애를 보상하려 하느님이 내려주신 치유의 은총인지도 모르오.

 

그러나 나로선 당신이 과거 모습으로 돌아와줬으면 좋겠소.

 

나의 손을 당신 가슴에 끌어당기며 "심장의 고동을 들어보라"며

 

속삭였던 먼 예날의 당신으로 돌아와 달라고

 

달에게 몇 번이나 빌어본다오.

 

 

사랑하는 당신의 남편이...

 

 

 

이 편지는 일본인 니시오카 다카시(78세)씨가, 아키타현 후타스이마치가

 

실시한 연애편지 전국콘테스트에서 병상의 누운 아내 히데꼬(78세)씨 에게

 

보내는 편지로 대상을 받아 잔잔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편지 내용입니다.

 

 

동아일보 도쿄=이영이 특파원yes202@donga.com

 

 

나의 대모님도 지금 6개월째 투병중에 계십니다.

대부님께서 대소변 다 받아내시고 목욕시키시고 그러십니다.

병명이 척추종양인데 본인은 모르시고 병원측에서는 올해를 못넘긴다 하는군요.

올해가 환갑이신데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형제 자매님들의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세례명:정프란치스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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