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30주간 월요일 ’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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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1-10-16 ㅣ No.4818

연중 제30주간 월요일 ’21/10/25

 

우리 말에 본말(本末)이 전도(倒置)된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뿌리와 잎사귀가 뒤바뀌었음을 의미하는 고사성어로,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의 평가, 역할 등이 뒤바뀌어 버린 모습으로 우선순위가 뒤바뀌었음을 이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유다 회당에서 가르치고 계셨는데, 그곳에 열여덟 해 동안이나 병마에 시달리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를 보시고 가까이 부르시어, “여인아,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루카 13,12) 하시고, 그 여자에게 손을 얹으십니다. 그러자 그 여자가 즉시 똑바로 일어서서 하느님을 찬양합니다.

 

그런데 회당장은 예수님께서 일하면 안 되는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셨으므로 분개하여 군중에게 말합니다. “일하는 날이 엿새나 있습니다. 그러니 그 엿새 동안에 와서 치료를 받으십시오. 안식일에는 안 됩니다.”(14) 주님께서 그에게 이르십니다. “위선자들아, 너희는 저마다 안식일에도 자기 소나 나귀를 구유에서 풀어 물을 먹이러 끌고 가지 않느냐? 그렇다면 아브라함의 딸인 이 여자를 사탄이 무려 열여덟 해 동안이나 묶어 놓았는데, 안식일일지라도 그 속박에서 풀어 주어야 하지 않느냐?”(15-16)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그분의 적대자들은 모두 망신을 당합니다. 그러나 군중은 모두 그분께서 하신 그 모든 영광스러운 일을 두고 기뻐합니다.

 

성당의 유지를 위하여 신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신자가 신자 생활을 잘 하기 위해서 성당이 필요한 것처럼, 한 주일에 한 번은 일하지 말고 쉬라는 안식일 규정도 본말이 전도되면 안 되어야 했습니다. 안식일 규정은 주간에 하루는 그 한 주간동안 잘 살도록 해 주신 주 하느님을 찬미하고 감사드리며, 몸과 마음을 쉬며 피로를 풀고 회복하라는 하느님의 뜻을 잘 헤아리고 그에 따라 살아가도록 하기 위하여 정한 규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사람들은 안식일의 취지와 정신보다는 안식일 규정 자체 즉 안식일에는 일하면 안 된다는 규정만을 중요시하게 되었는가 봅니다. 어쩌면 신자들이 예외 상황을 너무 많이 요구하고 적용하려고 해서 강조하느라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도 우리의 삶 전체를 되돌아보며, 주님께서 사랑으로 우리에게 내려 주신 생명에 이르게 하는 길과 좋은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생명을 해치거나 장애가 될 정도로 경직된 규정이나 가치관 또는 몸에 배어버린 습관은 없는지 살피며 주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로운 삶을 만끽하도록 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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