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호박꽃 이야기 8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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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준 [bopark] 쪽지 캡슐

2000-08-19 ㅣ No.1629

오랜만에 촉촉히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호박꽃 이야기 8탄을 보고드리겠습니다.

 

어느덧 줄기가 왕성히 뻗어나와

제가 원했던 베란다 위쪽까지 타고 올라왔지요.

 

이제는 방충망을 기대고 아침 저녁으로

저의 집을 들여다 보고있읍지요.

 

노란 꽃들도 흐드러지게 피어서

저를 기쁘게 합니다만 또다시 악동(?)들이

그 꽃이 신기한지 한 두개씩 따서 가지고 놀기도 하지요.

 

저는 ’다 따가지는 말아라’고 이야기 하곤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꽃몽오리는 많이 올라 왔는데

호박이 기대만큼 달리지 않는 겁니다.

 

저는 호박꽃이 피면 모두 열매가 달리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꽃대만 멀쑥하게 올라온 것들은 숫놈이라 열매를 맺지 못하고

열매가 달리는 것들은 꽃이 피기 전에 콩알만하게

호박이 달려서 그것이 커가면서 꽃이 피더군요.

 

뿌리쪽에는 벌써 잎들이 말라서 줄기만 보이고

위쪽으로 갈수록 잎이 무성한데 열매는 몇개 안달리고....

 

지금 콩알만한 열매들이 어느세월에 늙은 호박이될지

걱정이 앞서는군요.

 

동네 노인들이 아침운동 나오셨다가

저의 집앞을 지나시면서 호박을 보고 한마디씩하고 지나가시는데

거름이 부족해서 그런지 영 마음이 편치를 못하답니다.

 

처음에 기대했던 것 만큼 결과가 없음에 하느님께 죄송하기도 하고요.

제대로 키우려면 땅에 거름부터 풍부하게 해놓고 심어야하는 건데

열정만 앞섰던 저의 불찰이겠지요.

 

우리의 신앙생활도 그런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여러가지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고민하고, 실망하고,

때로는 원망도하고,모든 것을

’내 탓이 아닌 네 탓’이라고 억지(?) 주장을하기도 하지요.

 

호박을 키우면서 나름대로 기쁨도 있었음을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어린 새싹이 이렇게 커올라 온다는 사실이 새로운 기쁨이었지요.

 

다음에는 좀 희망적인 이야기를 올리기를 기대해 보면서

9탄을 기대하시라.

 

비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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