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동성당 게시판
가을시 한편 |
---|
가을에
우리가 고향의 목마른 황토길을 그리워하듯이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가 내게 오래오래 간직해준 그대의 어떤 순결스러움 때문이 아니라 다만 그대 삶의 전체를 이루는 아주 작은 그대의 몸짓 때문일뿐 이제 초라히 보서져내리는 늦가을 뜨락에서 나무들의 헐벗은 자세와 낙엽 구르는 소리와 내 앞에서 다시 한번 세계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내가 버리지 못하듯이 나 또한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가 하찮게 여겼던 그대의 먼지,상처,그리고 그대의 생활때문일뿐 그대의 절망과 그대의 피와 어느날 갑자기 그대의 머리카락은 하얗게 새어져버리고 그대가 세상에서 빼앗긴 것이 또 그만큼 많음을 알아차린다 그대는 내 앞에서 행여 몸둘 바 몰라하지 말라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의 치유될 수 없는 어떤 생애 때문일 뿐 그대의 진귀함 때문은 아닐지니 우리가 다만 업수임받고 갈가리 찢겨진 우리의 조국을 사랑하듯이 조국의 사지를 사랑하듯이 내가 그대의 몸 한부분,사랑받을 수 없는 곳까지 사랑하는 것은
생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