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광장

대선을 앞두고... 우리는?-------(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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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온 [p460117s] 쪽지 캡슐

2007-10-05 ㅣ No.1793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사흘 동안, 유력한 대선 후보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세간의 구설에 휘말려야 했다. 이명박 후보는 주변 4강 국가 방문을 추진하면서 미국 부시 대통령 면담 계획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백악관의 거절로 망신을 사야 했다. 정동영 후보는 자신의 열성 지지자가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한 수 백 명의 명의를 도용해 선거인단 등록을 하다가 적발되어 망신을 사야 했다. 두 후보는 이 사건이 남북정상회담에 묻혀 그냥 잊혀지길 바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두 사건은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 매우 큰 위해를 가한 사건이며 도저히 묵과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는 2007년 대한민국 정치판에 또 다시 '대통령 병'이라는 몹쓸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통령 병에 걸린 후보들의 욕심과 착각이 이런 망신들을 불러왔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망신으로 그치지 않고 가까스로 정착된 우리의 대의 민주주의에 큰 타격을 줄까봐 염려가 된다.

 

  이제 국민들은 대통령 병 환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과거 우리의 많은 정치인들이 감염되었던 '대통령 병'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엄청난 고통과 짐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여러 훌륭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욕심으로 인해 유신 개헌을 단행하였고, 장기 집권을 반대하는 국민들을 탄압하다가 불행하게 명을 달리 해야 했다. 전두환은 어떠한가? 오직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심 하나 때문에 무고한 국민들을 죽이고 폭압 정치를 휘두르다가 사형 선고까지 받아야 했다. 노태우와 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대통령이 되겠다는 욕심만 있었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였다. 대통령은 하늘이 내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하늘이 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국민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국민을 섬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국민을 기만하려는 사람, 국민을 우습게 아는 사람, 국민을 지배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두 후보의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심히 의심스럽게 만든 사건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 후보들의 '대통령 병'을 부추기고 있는 주범은 바로 정치적 정체성과 신념이 없는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 무심한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이라고 할 수 있다. 명확하게 고착된 보수와 진보가 아닌 부화뇌동하는 상대적 소수들이 선거의 결과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은 다수결 민주주의의 크나 큰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부화뇌동층(나는 부동층이라는 미사여구보다는 부화뇌동층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이 대한민국에서는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더 큰 대한민국만의 비극이 시작된다. 뚜렷한 정치적 이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 신념이 있는 것도 아닌 사람들. 그저 오늘 자신의 지갑 속 지폐 장 수(數)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들. 순간 순간의 자극에 반응하는 물고기 같은 사람들. 그들로 인해 대한민국 정치가 더욱 더 혼탁하여 지고, 지조가 없어지며, 정책이 아닌 인물 중심의 선거가 만연하게 되었다. 국민 스스로 정치의 주인임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에 엉뚱하게도 정치인이라는 자들은 미국의 대통령을 통해 명성을 얻어보겠다는 망상을 하고, 대통령의 명의까지 도용하여 선거에서 이겨보려는 언감생심을 품는 것이다.

 

  대통령 노무현을 미워하는 사람들은, 야당의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현재와 같은 국정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아마 나라가 조용했을 것이다. 과거의 지도자들을 살펴보면 쉽게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직을 오직 개인과 가문의 영달만으로 삼으려는 사람에게 있어서 대통령직은 그다지 어려운 과업이 아니다. 대통령은 이전부터 유지되어온 국가의 기본 질서와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기만 하면 된다. 무언가를 개혁하거나 바꿀 필요도 없고 기득권층을 포섭하여 적절한 성장만 유지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이 완전히 잊히지 않도록, 내세울만한 적당한 정책 하나만 달성하면 그만이다. 국가의 미래에 대한 고민보다는 현상 유지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의 대통령들이 자신의 '대통령 병'을 만족시키기 위해 대통령이 되고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동안 우리의 정치와 경제, 사회는 어떻게 되었는가?

 

  부패한 자와 불법을 일삼는 자가 성공을 거두고 모든 불의는 과거부터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되었으며, 계층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져서 사회 갈등과 불안은 심화되었다. 국민들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변화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되었으며 확신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 우리 국민은 '혼돈'의 긍정적인 측면을 너무 쉽게 간과하는 국민이 되었다. 혼돈과 혼란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으며 지나치게 두려운 존재로 인식한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인류가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하고 새로운 질서를 탄생시키는 과정에는 항상 혼란과 혼돈이 따랐다. 아직도 우리는 '무난한 지도자'와를 '조용한 정치'를 진정한 지도자와 어진 정치의 모델로 삼고 있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의 아픈 성숙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움츠리지 않고 뛸 수 없는 개구리가 없듯, 잠시의 어려움과 귀찮음을 참지 못하는 국민에게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당선 되면서 한나라당은 이명박 후보가 벌써부터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잔칫집 분위기이다. 남의 집안 잔치이니 외부 사람들이 뭐라 할 것도 없기는 하지만, 김칫국을 다 마셔 버렸으니 나중에 떡은 어떻게 먹을 것인지 궁금하다. 인간의 어리석음이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지난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그들의 어리석음과 교만함에 혀가 끌끌 차일 뿐이다. 지난 97년과 2002년에도 한나라당의 교만은 하늘을 찔렀었다. 대통령은 당연히 되는 것처럼 생각했다. 그러고는 주저앉았다. 그런데 올해도 벌써부터 설레발을 치는 모습에 눈쌀이 찌푸려진다. 대통령직 8부 능선을 넘었다는 자아도취 식의 구호에는 입맛이 쓸 뿐이다. 내년에는 정권이 한나라당으로 넘어올 것이니 남북 정상 회담도 그만두고 내년으로 넘기라는 호가호위 식 교만까지 보였었. 한나라당은 모든 것을 자신들이 집권할 때까지 미뤄주길 바라는 정당 같다. 하지만 국민의 미래와 발전을 한나라당의 집권 때까지 미룰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이 온갖 방해와 태업과 이간질에도 불구하고 기반을 닦아 놓은 정의롭고 진취적인 사회로의 길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 미국 사회는 지금 부시와 네오콘의 실정과 교만함에 대한 반성을 시작하였다. 2008년 대통령 선거는 민주당의 잔치가 될 것임이 거의 확실한 상태이다. 일본도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패배하고 아베 총리가 물려나면서 많은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 미, 일 삼각 체제가 잘 맞아 돌아간다면 지금 동북아의 긴장 국면은 엄청난 변화와 혁신적인 성과를 낼 것이 확실하다. 이제 미국과 일본이 보수화의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진보 정당이 집권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판국이다. 그런데 만일 한국에서 보수 정당이 집권하게 된다면 우리는 15년 전과 같은 실패를 다시 맞아야만 한다. 당시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가 들어섰고, 일본에서도 최초의 여야 정권 교체가 일어난 시기였다.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김영삼 정권의 어리석은 강경 정책은 '서울 불바다' 사태를 일으켰고, 북한 핵문제는 해결되지 못하였다. 보수적이고 아집으로 뭉친 김영삼이 집권하고 있는 한국이 경제적 위기에 처했지만, 클린턴 행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다. 반면,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미국과의 외교적 협력이 이루어질 무렵에는 일본 자민당이 재집권하면서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지금 우리는 역사에서 드문 절호의 기회를 만난 것이다. 한국과 미국, 일본의 정권이 모두 진보 정권이 된다면 북한 문제의 해결은 과거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진척될 것이 자명하다. 북한 역시 원자로를 폐쇄하면서 개혁과 개방으로의 조심스런 방향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제 국제 사회가 호응해야 할 때이다. 지금의 정전 체제를 마감하고 북한이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여 내부적인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협력할 때인 것이다. 이제는 동아시아가 자기들끼리 싸우고 볶을 시기가 아니다. 세계는 세력 전쟁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으며 동아시아가 제 3의 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한국(북한)과 중국, 일본의 화해와 협력이 필수적인 것이다. 일본 국민들이 이번 참의원 선거를 통해 조금이나 각성한 기미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 앞에 펼쳐진 좋은 도약과 발전의 기회를 내팽겨쳐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언제나 중요한 순간에는 지혜와 정의로움을 발휘한다고 믿어 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많은 국민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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