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모두 상복을 입어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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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4층 높이의 사나운 해일이 사람과 집과 농토를 겁탈했다. 수만명이 목숨을 잃은 채 나뒹굴고 있다. 우리는 선박과 차량과 건물들이 한 순간에 휴지처럼 구겨져 바다에 함몰되는 광경을 목격했다. 초토화란 단어의 원형이 얼마나 악마적인지 실감했다. 몸이 떨린다. 일본의 재앙을 넘어 인류의 재앙이란 위구심이 숫제 가슴에 손을 얹게 한다. 지금 이 순간 인간이라면 모두 상복을 입어야 한다. 일본의 슬픔을 넘어 인간의 슬픔으로, 일본의 죄업을 넘어 인류의 죄업으로 여기고, 우리의 가슴을 열어 그들의 가슴을 껴안을 때다. 그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 그들과 함께 희망을 찾아야 할 때다. 9.0도 지진의 재앙은 이제 더 캄캄한 지경에 이르렀다. 원자로 폭발이다. 연쇄적인 폭발 위험이 가슴을 조이고 있다. 피해 예상 지역은 반경 20km를 훨씬 넘을지도 모른다. 이미 피폭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길거리에서 몸에 담요를 두른 채 떨고 있는 일본 아낙들의 겁에 질린 얼굴이 가슴을 친다. 그 가여운 모습에는 연민 말고 다른 아무 감정도 끼어들 틈이 없다. 악연도 그 연민에 묻히고 만다. (어느 시인의 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