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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 21장 1절 - 28장 3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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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숙 [sjs88] 쪽지 캡슐

2003-09-25 ㅣ No.519

바울로의 예루살렘 여행

 

21 ¶우리는 그들과 작별하고 나서 배를 타고 곧장 코스로 갔다가 이튿날 로드스를 거쳐 바다라로 갔다. 거기에서 우리는 페니키아로 가는 배를 만나 그것을 타고 떠났다. 우리는 키프로스를 바라보며 그 섬을 왼편에 끼고 시라아를 향하여 내려 가 디로에 닿았다. 거기에서 그 배는 짐을 풀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띠로에서 신도들을 만나 이레 동안 머물렀는데 그들은 성령의 지시를 받아 바울로에게  예루살렘으로 올라 가지 말라고 만류하였다.  그러나 이레 지난 뒤 우리는  그 곳을 떠났는데 그 때 모든  신도들은 부인들과 아이들과 함게 동네 밖까지 우리를 따라 나왔다.  우리는 모두 바닷가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다. 작별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배에 올랐고 그들은 집으로 돌아 갔다.

  ¶우리는 항해를 계속하여 띠로에서 프톨레마이스로 가서 교우들에게 인사하고 거기에서 그들과 함게 하루를 지냈다. 그리고 이튿날 그 곳을 떠나 가이사리아에 이르러 일곱 보조자 가운데 하나인 전도자 필립보의 집에 들어 가 그와 함게 머무르게 되었다. 그에게는 결혼하지 않은 딸 넷이 있었는데 모두 예언자였다. 우리가 여러 날 머물러 있는 동안 하가보라는 예언자가 유다에서 내려 와 우리에게 와서 바울로의 허리띠를 가지고 자기 손발을 묶더니      "성령께서   ’이 허리띠의 주인을 유다인들이 예루살렘에서 이렇게 묶어 이방인들의 손에 넘겨 줄 것이라’ 고 말씀하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듣고 우리는 그 곳 사람들과 함게 바울로에게  예루살렘으로 올라 가지 말라고 간곡히 권하였다. 그러자 바울로는     "왜들 이렇게 울면서 남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겁니까? 주 예수를 위해서는 나는 예루살렘에 가서 묶일뿐만 아니라 죽을 각오까지도 되어 있읍니다"  하ㅏ고 대답하였다. 바울로가 우리의 권고를 받아 들이지 않으므로 우리는  다만     "주님의 뜻대로 되게 하여 주십시오"  하고 기도할 뿐 그 이상 더 말하지 않았다.

  ¶며칠 뒤에 우리는 행장을 꾸려 가지고  예루살렘으로 올라 갔다. 가이사리아의 신도 몇 사람도 같이 가서 오래 전부터 신도가 된 키프로스 사람 므다손의 집에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우리는 그 집에서 묵게 되었다.

 

 

야고보를 방문한 바울로

 

  ¶예루살렘에 도착한 우리는  교우들의 따뜻한 영접을 받았다. 다음날 우리는  바울로를 따라 야고보를 찾아 갔는데 원로들도 다 거기에 모여 있었다. 바울로는  그들에게 인사한 다음 자기의 활동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이방인들에게 해 놓으신 일들을 낱낱이 보고하였다.  그들은 그 보고를 듣고 하느님을 찬양하며 바울로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아시겠지만 유다인들 가운데서도 예수를 믿는 사람이 대단히 많습니다. 그들은 모두 유법을 지키는 데 골몰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당신이 이방인들 가운데서 사는 모든 유다인들에게 모세를 배척하고 자식들에게 할례도 베풀지 말고 유다인들이 풍속을 지키지도 말라고 가르친다는 말을 전해 듣고 있읍니다.  그들은 당신이 여기 온 것을 틀림없이 알게 될 터이니 어떻게 하면 좋겠읍니까? 그러니 당신은 우리가  일러 주는 대로만 하시오. 여기에 하느님 앞에 맹세를 한 사람 넷이 있읍니다. 이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함께 정결예식을 행하고 그 배용을 대십시오. 그러면 그들이 삭발을 하게 될 것이고  유다인들은 당신에 관한 소문이 전혀 사실이 아닐뿐더러 도리어 당신도 모세의 율법을 지키며 산다는 것을 다 알게 될 것입니다. 이방인 신도들에게 우상에게 바쳤던 제물을 먹지 말고 피와 목졸라 죽인 짐승을 먹지 말고 음란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우리의 결정을 이미 써 보낸 바와 있읍니다."  바울로는  그 이튿날 그 네 사람을 데리고 함께 정결예식을 행하고 성전으로 들어 갔다. 그리고 정결의 기간이 끝나는 날짜 곧 각 사람이 예물을 바칠 날짜를 신고하엿따.

 

 

성전에서 체포된 바울로

 

  ¶이레 동안의 정결 기간이 거의 끝날 무렵 아시아에서 온 유다인들이 바울로가 성전에 있는 것을 보고 군중을 선동하여 그를 붙잡고     "이스라엘 동포 여러분, 우리를 도와 주시오. 이 자는 어디 가든지 누구에게나 우리 동포와 율법과 이 성전을 반대하라고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자는 이방인들까지 성전으로 데리고 들어 와서 이 거룩한 곳을 더럽혀 놓았읍니다"  하고 소리쳤다. 그들은 바울로가 시내에서 에페소 사람 드로피모와 함께 있는 것을 보았으므로 필경 바울로가 그 이방인을 성전에까지 데리고 들어 갔으리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이 때문에 온 도시가 소란해지고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그들은 바울로를 붙잡아서 성전 밖으로 끌어 냈다. 그러자 성전문을 곧 닫혔다. 사람들이 막 바울로을 죽이려고 할 때에 예루살렘 성안에 폭동이 일어났다는 보고가 로마군 파견대장의 귀에 들어 갔다. 그래서 그는 즉시 군인들과 백인대장과 군인들을 보자 때리던 손을 멈추었다.  파견대장은 가까이 가서 바울로를 체포하고 부하들을 시켜 쇠사슬을 둘로 그를  결박한 다음 그가 누구인지 또 무슨 짓을 했는지 물어 보았다. 그러나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소리를 하며 소란을 피워서 진상을 알아낼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파견대장은 바울로를 병영으로 끌고 가라고 명령하였다. 바울로가 층계까지 끌려 갔을 대에 군중이 하도 난폭하게 굴어서 군인들은 바울로를 둘러 메고 올라 가는 수 밖에 없었다. 군중은 뒤따라 오며     "그놈을 죽여라"  하고 소리소리 지르고 있었다.

 

 

바울로의 해명

 

  ¶병영 문 앞까지 끌려 간 바울로는 파견대장을 보고     "한 말씀 드려도 좋겠읍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파견대장은     "당신은 그리이스말을 할 줄 아오? 그렇다면  당신이 얼마 전에 반란을 일으키고 자객 사천 명을 이끌고 광야로 나갔던 그 에집트 사람이 아니오?"  하고 반문하였다. 바울로는     "나는 길리가이의 다르소 출신의 유다인으로 그 유명한 도시의 시민입니다"  하고 대답하고 나서    "저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파견대장이 허락하자 바울로는  그 층계에 서서 사람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을 하였다. 그들이 아주 잠잠해지자 바울로는 히브리말로 연설하였다.  

22 ¶형제 선배 여러분, 내가 이제 여러분 앞에서 나 자신에 관하여 해명을 해 드리겠으니 잘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군중은 바울로가 히브리말로 연설하는 것을 듣고는  더 조용해졌다. 그래서 바울로는 말을 계속하였다.     "나는 유다인입니다. 나는 길리기아의 다르소에서 났지만 바로 이 예루살렘에서 자랐고 가믈리엘 선생 아래서 우리의 조상이 전해 준 율법에 대해서 엄격한 교육을 받았읍니다. 그리고 내가 하느님을 공경하던 열성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의 열성에 결코 못지 않았읍니다. 나는 교인이라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잡아 감옥에 처넣고 죽이기까지 하면서 이 예수의 교를 박해하던 사람입니다. 내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대사제와 온 의회가 증명해 줄 것입니다. 나는 그 사람들로부터 다마스커스에 사는 우리 동포들에게 가는 공문을 받아 가지고 떠난 적이 있읍니다. 그 곳에 있는 신도들까지도 잡아서 예루살렘으로 끌어다가 벌을 주려고 했던 것입니다."

 

 

자기의 개종을 설명하는 바울로

 

  ¶"길을 가다가 오정 때쯤에 다마스커스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에 갑자기 하늘에게 찬란한 빛치 나타나 내 주위에 두루 비쳤읍니다. 내가 따에 거꾸러지자    "사울아, 사울아, 내가 왜 나를 박해하느냐?’ 하는 음성이 들려 왔읍니다. 나는   "주님, 누구십니까?’  하고 물었읍니다. 그랬더니   ’나는 네가 박해하는 나자렛 예수다’  하는 대답이 들려 왔읍니다. 그 때 나와 함게 있던 사람들은 그 빛은 보았지만 나에게 말씀하신  분의 음성을 듣지 못하였읍니다.  ’주님, 제가 어떻게 하면 좋겠읍니까?’  내가 이렇게 물었더니 주께서는   "일어나서  다마스커스로ㄹ어 가거라. 거기에 가면 네가 해야 할 일을 모두 일러 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읍니다. 나는 그 눈부신 빛 때문에 앞을 못 보게 되어 같이 가던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다마스커스로 들어 갔읍니다.

  ¶가기에는 아나니아라는 사람이 있었읍니다. 그는 율법을 잘 지키는 경건한 사람이었고 거기에 사는 모든 유다인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었읍니다. 그가 나를 찾아 와 곁에 서서   ’사울 형제 눈을 뜨시오’ 하고 나에게 말하였읍니다. 그 순가나 나는 눈이 띄어 그를 보게 되었읍니다. 그때 아나니아는 이런 말을 하였읍니다.   ’우리 조상들의 하느님께서는 뜻하신 바를 깨달게 하시고 그 죄 없으신 분을 알아 보게 하시고 또 친히 하시는 말씀을 듣게 하시려고 당신을 택하셨읍니다. 당신이 보고 들은 일을 그분을 위해서 모든  사람 앞에 증언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어서 일어나 그분의 이름을 부르며 세례를 받고 죄를 깨끗이 씻어 버리시오.’"

 

 

이방인의 사도가 된 경위

 

  ¶"그 뒤 나는 예루살렘으로 돌아 왔읍니다. 그런데 하루는 내가 성전에서 기도를 하고 있을 때 무아지경에 빠져 주님을 뵈었읍니다. 그 때에 주님은   ’어서 빨리 예루살렘을 떠나거라.예루살렘 사람들이 나를 증언하는 네 말을 받아 들이지 않을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읍니다. 그래서 나는  ’주님, 주님을 믿는 사람들을 제가 감옥에 가두고 또 가는 곳마다 회당에서 매질한 일을 그들이 잘 알고 있읍니다. 그리고 주님의 증인이었던 스데파노를 돌로 쳐서 죽일 때 저도 그 자리에 있었을뿐 아니라 그 일에 찬동하였고 그를 죽이는 사람들의 옷을 지켜주기까지 하였읍니다’  하고 대답하였읍니다. 그 때 주께서   ’나는 너를 멀리 이방인에게로 보낼 터이니 어서 가거라’  하고 말씀하셨읍니다."

 

 

로마 시민권을 행사한 바울로

 

  ¶유다인들은 바울로의 말을 여기까지 듣고 있다가     "이런 놈은 아예 없애 버려라. 죽일 놈이다"  하고 소리질렀다. 그리고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고 옷을 내던지며 공중에 먼지를 날렸다. 그러자 파견대장은 바울로를 병영 안으로 끌어 들이라고 명령하였다. 긜고 유다인들이 바울로를 향해서 그렇게 소리지르는 이유를 알려고 채찍질해서 조사해 보라고 하였다. 그래서 군인들이 바울로를 결박하자 바울로는 거거에 서 있던 백인대장에게     "로마 시민을 재판도 하지 않고 매질하는 법이 어디 있소?"  하고 항의하였다. 이 말을 듣고 백인대장은    "나는 많은 돈을 들여 시민권을 얻었소"  하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듣고 바울로가    "나로 말하면 나면서부터 로마 시민권을 가진 사람입니다"  하고 밝히니 바울로를 심문하던 사람들이 곧 물러 갔다. 바울로가 로마 시민이라는 것이 드러나자 그를 결박했던 사실 때문에 파견대장도 겁을 집어 먹었다.

 

 

의회 앞에 선 바울로

 

  ¶이튿날 파견대장은 유다인들이 왜 바울로를 고소하는지를 확실히 알아 보려고 바울로를 묶었던 사슬을 풀어 주고 대사제과 온 의회를 소집하게 되었다. 그리고 바울로를 데려다가 그들 앞에 세웠다.

23 ¶바울로는 의회원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형제 여러분, 나는 이날까지 하느님 앞에서 오로지 바른 양심을 가지고 살아 왔읍니다"  하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듣자 대사제 아나니아는 곁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 바울로의 입을 때리라고 명령하였다. 그러자 바울로는     "회칠한 벽 같은 위선자! 하느님께서 당신을 치실 것이오. 당신은 율법대로 나를 재판하려고 거기 앉아 있으면서 도리어 율법을 어기고 나를 때리라고 하다니 될 말이오?"  하고 면박을 주었다. 그 곁에 서 있던 사람들이    "너는 하느님의 대사제를 모욕하고 있다"  하고 말하자 바울로는    "형제 여러분, 나는 그분이 대사제인 줄은 몰랐읍니다. ’네 백성의 지도자를 욕하지 말라’ 고 성서에 씌어 있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읍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 의회에 사두가이파와 바리사이파 두 파가 있는 것을 알고 바울로는 거기에서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형제 여러분, 나는 바리사이파 사람이며 내 부모도 바리사이파 사람입니다. 내가 이렇게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은 우리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믿는 대로 죽은 자들의 부활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울로가 이런 말을 하자 바리사이파와  사두가이파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 의회는 갈라지고 말았다. 사두가이파는 부활도 천사도 영적 존재도 다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고 바리사이파는 그런 것이 다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장내가 몹시 소란해졌다.  바리사이파에서 율법학자 몇 사람이 일어나     "우리는 이 사람에게서 조금도 잘못을 찾을 수 없읍니다. 만일  영적 존재나 천사가 그에게 말해 주었다면 어떻게 할 셈입니까?"  학 내대며 바울로를 두둔하였다. 논쟁이 심해지자 파견대장은 바울로가 그들에게 찢겨 죽을까 염려하여 자기 부하들을 내려 보내며 바울로가 거기에서 빼내어 병영으로 데려 가라고 명령하였다.

  ¶이 날 밤 주께서 바울로를 찾아 오셔서     "용기를 내어라. 너는 예루살렘에서 나에 관하여 증언한 것처럼 로마에서도 증언해야 한다"  하고 말씀하셨다.

 

 

바울로를 죽이려는 음모

 

  ¶이튿날 아침에 유다인들은 작당을 하고 바울로를 죽이기 전에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겠다고 맹세하였다. 이 음모에 가담한 사람은 사십 명이 넘었다. 그들은 대사제들과 원로들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는 바울로가 죽이기 전에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기로 굳게 맹세했읍니다. 그러니 이제 여러분께서는 의회와 협의하여 파견대자에게 가서 바울로에 관한 일을 좀더 자세히 심문하겠다는 구실을 붙여 그를 여러분 앞에 데려다 달라고 하십시오. 우리는 그 자가 이곳에 이르기 전에 죽여 버릴 준비를 다 해 두었읍니다."

  ¶그런데 바울로의 생질이 그들의 음모를 전해 듣고 병영으로 달려 가 바울로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었다.  그래서 바울로는 백인대장 한 사람을 불러    "이 청년이 파견대장에게 전할 말이 있다니 좀 데려다 주십시오"  하고 부탁하였다. 백인대장은 그를 데리고 파견대장에게 가서     "죄수 바울로가 저를 불러 이 청년을 대장님께 데려다 달라고 합니다. 무슨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하고 말하였다. 파견대장은 그 청년의 손을 잡고 조용한 곳으로 데리고 가서     "나에게 전하겠다는 말이 무엇이냐?"   하고 물었다. 그 청년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유다인들이 바울로에 관해서 좀 더 자세히 심문하겠다는 구실로 내일 그를 의회로 끌어다 달라는 청을 대장님께 드리기로 합의했읍니다.  그러나 대장님께서는 그들의 말을 곧이듣지 마십시오. 그들 중에는 바울로를  해치우기 전에는 먹지도 앟고 마시지도 않겠다고 맹세한 사람이 사십 명이나 되는데 지금 길목에 숨어서 바울로를 기다리고 있읍니다. 그들은 준비를 다 하고 대장님의 승낙만을 기다리고 있읍니다."   파견대장은 그 청년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그를 돌려 보냈다.

 

 

펠릭스 총독에게 호송된 바울로

 

  ¶파견대장은 백인대장 두 사람을 불러,    "보병 이백 명과 기병 칠십 명과 투척병 이백 명을 준비시켜 오늘 방 아홉 시에 가이시리아로 출발하여라. 그리고 말도 준비하여 바울로를 태우고 펠릭스 총독에게 호송하여라"  하고 명령하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써 주었다.     "글랑디오 리시아는 총독 펠릭스 각하에게 삼가 문안드립니다. 호송되어 가는 사람은 유다인들에게 붙들려 살해당할 뻔한 사람입니다. 저는  그가 로마 시민인 것을 알고 군대를 거느리고 가서 그를 구해 냈읍니다. 유다인들이 무슨 이유로 그를 고발하는지 알아 보려고 그를 유다인의 의회로 데리고 갔읍니다. 거기에서 저는 그가 유다인들의 율법 문제로 고발을 당했을 뿐 사형을 받거나 감오게 갇힐 만한 죄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았읍니다. 그런데 유다인들이 그를 암살하려는 음모를 꾸미는 것을 알았읍니다. 그런데 유다인들이 그를 암살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저는 그를 각하께 보내 드리는 바입니다. 그리고 그를 고발하는 사람들에게도 각하 앞에서 직접 그를 고발하라고 일러 두었읍니다."

  ¶군인들은 명령대로 바울로를 데리고 그 날 밤으로 안티바드리스까지 갔다. 날이 새자 바울로의 호송은 기병들에게 맡기기로 하고 다른 군인들은 병영으로 되돌아 갔다. 기병들은 가이사리아에 이르러 총독에게 편지를 전하고 바울로를 넘겨 주었다. 총독은 그 편지를 일고 나서 바울로에게 어느 지방 출신이냐고 물어 그가 길리기아 출신임을 알고는     "그대를 고발하는 사람들이 온 다음에 심문하겠다"  하고 바울로를 헤로데 관저 안에 가두어 두게 하였다.

 

 

바울로에 대한 논고

 

24 ¶닷새 뒤에 대사제 아나니아가 총독에게 바울로를 고소하려고 원로 몇 사람과 데르딜로라는 법관을 데리고 왔다. 바울로가 불려 나오자 데르딜로는 고발하기 시작하였다.     "펠릭수 각하, 우리는 각하의 덕분으로 크게 평안을 누리고 있읍니다. 그리고 이 나라는 각하의 선견지명으로 개선되어 가고 있읍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각하를 환영하며 감사하여 마지 않습니다. 이제 각하께 더 폐가 되지 않도록  간단히 말씀드리겠으니 너그럽게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알아 본 결과 이 자는 몹쓸 전염병 같은 놈으로서 온 천하에 있는 모든 유다인들을 선동하여 반란을 일으키려는 자이며 나자렛 도당의 괴수입니다. 그는 심지어 우리 성전까지 더럽히려고 하였읍니다.  그래서 그를 붙잡은 것입니다. (우리가 그를 우리 율법대로 재판하려고 했지만 파견대장 리시아가 와서 그를 우리 손에게 강제로 빼앗아 갔읍니다. 그리고는 그를 고소하는 사람들에게 각하께 가라고 명령하였읍니다.) 그러하오니 각하께서 친히 그를 심문해 보시면 우리가 그를 고소하는 까닭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유다인들도 그의 논고를 지지하며 그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주장하였다.

 

 

펠릭스 앞에서 해명하는 바울로

 

  ¶그 때에 총독이 바울로아게 눈짓을 하여 말을 해 보라고 하자 바울로가 이렇게 답변하였다.     "저는 각하께서 여러 해 동안 이 나라 전체의 재판권을 행사해 오신 것을 알고 있읍니다. 그래서 저는 기쁜 마음으로 제 자신에 대한 사실을 각하께 해명하겠읍니다.  각하께서도 확인해 볼 수 있는 일입니다만  제가 순례하러 예루살렘에  올라 온 지는 이제 열 이틀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동안에 성전이나 회당이나  거리에서 어느 누구와도 논쟁을 벌인 일도 없으며 군중을 산동한 일도 없읍니다. 그러니 이 사람들은 지금 저를 고소하면서도 각하께 그 증거는 댈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제가 각하 앞에서 시인하는 것은 그들이 이단이라고  하는 그리스도교를 따라 우리 조상의 하느님을 섬기고 율법과 예언서에 기록된 모든 것을 믿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를 고소하는 이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하느님을 믿으며 올바른 사람이니 악한 사람이니 다 같이 부활하려는 희망을 가지고 있읍니다. 그래서 저도 하느님과 사람들 앞에서 언제나 거리낌없는 양심을 간직하려고 노력하고 있읍니다.  저는 제 동족에게 구제금을  전달하고 하느님께 제물을 바치러 여러 해만에 고국에 돌아 왔읍니다. 제가 정결예식을 행하고 나서 그 일을 하고 있을 때 그들이 성전 안에서 저를 보기는 하였지만 제가 군중을 선동하거나 소란을 피운 일이 없읍니다. 그 자리에는 다만 아시아에서 온 유다인 몇 사람이 있었는데 저를 걸어 고소할 일이 있다면  그들이 직접 각하 앞에 와서 고소했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제가 예루살렘 의회에 불려 갔을 때 이 사람들이 저에게서 무슨 죄목을 찾아 냈는지 말해 보라고 하십시오. 다만 저는 그들 앞에 서서  ’죽은 자의 부활에 관한 문제로 내가 오늘 여러분에게 재판을  받고 있소’ 하고 한 마디 소리쳤을 뿐입니다."

  ¶펠릭스는 그리스도교에 대하여 자세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파견대장 리시아가 내려 온 다음에 바울로의 사건을 심으하겠다고 하면서 재판을 연기하였다. 그리고 백인대장에게 바울로를 지키되 어느 정도의 자유를 주고 친지들의 뒷바라지를 막지 말라고 명령하였다.

 

 

가이사리아 감옥에 갇힌 바울로

 

  ¶며칠이 지나서 펠릭스는 자기 아네 드루실라와 함게 와서 바울로를 불러 내어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신앙에 관하여 이야기를 들었다.  펠릭스의 아내는 유다 여자였다. 바울로가 정의와 절제와 장차 다가 올 심판에 관해서 설명하자 펠릭스는 두려운 생각이 들어     "이제 그만하고 가 보라. 기회가 있으면 다시 부르겠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바울로에게서 뇌물을 받아 내려는 속셈으로 바울로를 자주 불러 내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해가 지난 뒤에 팰릭스 총독의 후임으로 보르기오 패스도가 부임하였다. 그런데 펠릭스는 유디인들의 환심을 사려고 바울로를 감옥에 그대로 가두어 두었다.

 

 

카이사르에게 상소한 바울로

 

25 ¶페스도는 총독으로 부임한 지 사흘만에 가이사리아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 갔다. 그러자 대사제들과 유다인의 지도자들은 그에게 바울로를 고발하면서 자기네들에게 은전을 베푸는 셈으로 바울로를 예루살렘으로 보내어 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들은 길목에 사람들으 잠복시켰다가  바울로를 주깅ㄹ 참이었다. 그러나 페스도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바울로는 가이사리이에 계속 감금되어 있을 것이고 나도 곧 그리로 갈 터이니 그 사람에게 무슨 잘못이 있거든 당신들 중에서 유력한 사람들이 나하고 함께 내려  가서  그를 고발하도록 하시오."

  ¶ 페스도는 예루살렘에서 여드레인가 사흘인가 지낸 뒤에 가이사리아로 내려 가서 그 다음 날 예루살렘에서 내려 온 유다인들은 그를 둘러 싸고 여러 가지로 중한 죄목을 들어 고발하였으나 확실한 증거는 하나도 대지 못하였다. 그러자 바울로는    "나는 유다인의 율법이나 성전이나 카이스라에 대해서 아무 잘못도 한 일이 없읍니다"  하고 항변하였다.  그러나 페스도는 유다인들의 환신을 사려고  바울로에게     "그대는 예루살렘에 올라 가 내 앞에서 이 사건에 관한 재판을 받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고 물었다. 바울로가    "나는 지금 카이사르이 법정에 서 있읍니다. 나는 여기에서 재판을 받아야 할 사람입니다. 각하께서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나는 유다인들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이 없읍니다. 만일 내가 무슨 법을 어기거나 죽을 죄를 지었다면  사형도 마다지 않겠읍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의 고발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면 아무도 나를 그들에게 넘겨 줄 수 없읍니다. 나는 카이사르에게 상소합니다"  하고 대답하자  페스도는 배석 판사들과 협의하고 나서    "그대가 카이사르에게 상소하였으니 그대를 카이사르에게 보내겠다"  하고 말하였다.

 

 

아그리빠와 베르니게 앞에 선 바울로

 

  ¶며칠 뒤에 아그리빠왕과 베르니게가 가이사리아에 와서 페스도를 예방하였다. 그들이 거기서 며칠 머물러 있는 동안 페스도는 바울로의 사건을 왕에게 이렇게 설며해 주었다.     "펠릭스가 나에게 인계한 죄수가 한 사람 있는데 내가 예루살렘에 갔더니 유다인의 대사제들과 원로들이 그 사람을 고발하면서 단죄해 달라고 합디다. 그러나 나는 우리 로마의 관례로는 피고에게 원고 앞에서 고발에 대하여 항번할 기회도 주지 않고 그를 넘겨 주는 법이 없다고 일러 주었읍니다. 그랬더니 유다인들이 여기까지 나를 따라 왔으므로 나는 지체하지 않고 그 다음 날로 법정을 열고 그 사람을 불러 오게 했읍니다.  원고들이 일어서서 그에 대한 죄목을 늘어놓았지만 내가 예측했던  죄목은 하나도 없었고 다만 자기네 종교와 죽은 예수라는 사람을 두고 서로 의견을 달리할 뿐이었읍니다. 그런데 바울로는 그 예수가 살아 있다고 주장합니다. 나는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까 망설이다가 바울로에게 예루살렘에 가서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겠느냐고 물어 보았읍니다. 그러나 그는 황제의 판결을 받을 따까지 그대로 갇혀 있게 해 달라고 하기에 나는 그를 카이사르에게 보내게 될 때까지 그대로 두라고 명령했읍니다."   이 말을 듣고 아그리빠가 자기도 직접 그를 심문해 보고 싶다고 하였다. 페르도는     "내일 그를 심문해 보십시오"  하고 대답하였다.

  ¶그 이튿날 아그리빠와 베르니게는 모든 위엄과 격식을 갖추어 무관들과 그 도시의 명사들을 거느리고 공청실로 갔다. 그러자 페스도의 명령으로 바울로가 끌려 나왔다.  그 때 페스도는 이렇게 말하였다.     "아그라빠 전하,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여러분이 보시는 이 자에 대하여 예루살렘과 가이사리아에 사는 모든 유다인들이 나에게 고발해 왔읍니다. 그들은 이 자를 더 살려 두어서는 안 된다고 떠들어 댑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는 사형을 받을 만한 죄는 하나도 짓지 않았읍니다. 그런게 그가 황제께 상소했기 때문에 나는 그를 심문해 가지고 황제께 아뢸 자료를 얻을까 하고 여러분에게, 특히 아그리빠 전하 앞에 그를 끌어 내 왔읍니다. 죄수를 넘기면서 명백한 죄목도 붙이지 않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그라빠 앞에서의 해명

 

26 ¶그러자 아그라빠왕이 바울로에게     "해명할 말이 있으면 해 보아라"  하고 허락하였다. 바울로는 손을 앞으로 뻗치며 해명하였다.     "아그리빠 전하, 유다인들이 저를 고발한 모든 일에 대해서 제가 오늘 전하 앞에서 해명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전하께서는 유다인들의 관습에 정통하시고 그들이 문제삼는 점들을 잘 알고 계시니 더욱 다행한 일입니다.  아무쪼록 제 말씀을 끝까지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젊은 시절의 생활 곧 제가 처음부터 동족들과 함께 지내던 일과 예루살렘에서 지낸 모든 일을 유다인들이 다 잘 알고 있읍니다. 그들은 제가 우리 유다교 가운데서 가장 엄격한 바리사이파 사람으로 살아 왔다는 사실을 전부터 잘 알고 있읍니다.  그들이 마음만 있다면 이 사실을 증언 할 것입니다. 지금 제가 여기에 서서 재판을 받고 있는 것도 하느님께서 우리 조상들에게 주신 언약에 희망을 걸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열 두 지파는 밤낮으로 오로지 하느님을 섬기면서 그 언약이 이루어지가를 바라고 있읍니다. 전하, 저는 바로 그 희망 때문에 유다인들에게 고발을 당하고 있읍니다. 하느님께서 죽은 자들을 살리신다는 것을 왜 믿을 수 없는 일로 돌려 버리는지 모르겠읍니다. 사실은 저도 한때는 온갖 힘을 다해서 나자렛 예수를 대항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예루살렘에서 그 일에 손을 댔었읍니다. 저는 대사제들에게서 권한을 받아 가지고 많은 성도들을  감옥에 처넣고 그들을 처형하는 일에 찬동하였읍니다. 그리고 회당마다 찾아 가서 그들에게 여러 분 벌을 주어 강제로 신앙을 부인하게 하려고 하였읍니다. 그들에 해한 분노가 극도에 달해서 저는 심지어 이방 여러 도시에까지 찾아 가서 그들을 박해하였읍니다."

 

 

자신의 개종을 설명하는 바울로

 

¶"이런 일로 저는 대사제들에게서 권한과 위임을 받아 가지고 다마스커스로 내려 가게 되었읍니다. 그런데 전하, 제가 그리로 가다가 한낮에 하늘에서 번쩍이는 빛을 보았읍니다. 그 빛은 해보다도 더 눈부시게 번쩍이며 저와 일행을 두루 비추었읍니다. 저희는 모두 땅에 엎드렸읍니다. 그리고 히브리말로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 가시돋힌 채찍에다 발길질을 하다가는 너만  다칠 뿐이다’ 하는 음성을 제가 들었읍니다. 그때 제가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주께서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읍니다.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 자, 일어나 바로 서라. 내가 나타난 것은  너를 내 일꾼으로 삼아 네가 오늘 나를 본 사실과 또 장차  너에게 보여 줄  일들을 사람들에게 증언하게 하려는 것이다. 나는 너를 유다인들과 이방인들에게서 구해 내겠다. 그리고 다시 너를 이방인들에게 보내어 그들의 눈을 뜨게 하여 그들을 어둠에서 빛으로, 사탄의 세력에서 하느님께로 돌아 가게 하겠다. 그리하여 나를 믿고 죄를 용서받아 성도들이 차지할 몫을 나누어 받게 하려는 것이다.’"

 

 

자신의 사업을 설명하는 바울로

 

  ¶"아그리빠 전하, 그 때부터 저는 하늘로부터 받은 계시를 거역할 수가 없어 우선 다마스커스 사람들에게, 그 다음은 예루살렘과 유다 온 지방 사람들에게 , 나아가서는 이방인들에게까지 회개하고 하느님께 돌아 와서 회개한 증거를 행실로 보이라고 가르쳤읍니다. 제가 이런 일을 했다고 해서 유다인들은 저를 성전에서 붙들어 죽이려고 하였읍니다. 그러나 저는 하느님의 도우심을 받아 낮은 사람에게나 높은 사람에게나 제가 믿는 바를 증언하면서 오늘에 이르렀읍니다. 저는 예언자들과 모세가 예언한 것 외에는 가르친 것이 없읍니다. 곧 그리스도는 고난을 받고 죽은 자들 가운데서 제일 먼저 부활하여 이스라엘 백성과 이방인에게 구원의 빛을 선포하실 분이라는 것입니다."

  ¶바울로가 이렇게 해명하자 페스도는 큰 소리로    "바울로, 그대는 미쳤구나! 아는 것이 너무 많아서 미쳐 버렸구나!"  하고 외쳤다. 그러자 바울로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총독 각하, 저는 미치지 않았읍니다. 저는 맑은 정신으로 진실을 말씀드리고 있읍니다. 아그리빠왕께서도 이런 일들을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저는 거리낌없이 그분께 말씀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느 한 구석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니 전하께서 모르실 리가 없읍니다. 아그리빠 전하, 전하께서는 예언자들을 믿으십니까? 저는  전하께서 믿으시는 줄로 알고 있읍니다."    그러자 아그리빠 왕이 바울로에게     "그대는 그렇게 쉽게 나를 설복하여 그리스도인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하고 말하였다. 바울로는 대답하였다.     "쉽게든 어렵게든 저는 전하뿐 아니라 오늘 제 말을 듣고 있는 모든 사람이 다 저와 같은 사람이 되기를 하느님께 빕니다. 물론 이 쇠사슬만은 제와하고 말입니다."

  ¶그 때 왕을 비롯하여 총독과 베르니게와 그 밖에 자리를 같이했던 사람들이 다 일어나서 퇴장하였다. 그리고 서로    "그 사람은 사형을 받거나 갇힐 만한 짓을 하지는 않았군"  하고 말하였다. 아그라빠는 페스도에게     "그 사람이 카이사르에게 상소만 하지 않았더라면 석방될 수도 있었을 텐데요"   하고 말하였다.

 

 

바울로의 로마 여행

 

27 ¶그들이 우리를 배애 테워서 아탈리아로 보내기로 결정하였을 때 바울로가 다른 죄수 몇 사람을 율리오라는 친위대의 한 백인대장에게 넘겨 주었다. 마침 그 때 아드라미티움에서 온 배 한 척이 아시아 연안의 여러 항구를 향하여 떠나려고 하였으므로 우리는  그 배를 타고 떠났다. 우리 일행 중에는 데살로니카 출신인 마케도니아 사람 아리스다르코도 있었다. 이튿날 배가 시돈에 닿았을 때 율리오는 바울로에게 친절을 베풀어 친구들을 찾아 가도 좋다고 허락하였다. 바울로의 친구들은 그를 잘 돌보아 주었다. 우리는 시돈을 떠나 가다가 역풍을 만나 키프로스섬을 왼쪽으로 끼고 항해하여 길리가아와 밤필리아 앞바다를 지나서 리키아에 있는 마리 항구에 닿았다. 거기에는 마침 이탈리아로 가는 알렉산드리아가 배가 있어서 백인대장은 우리를 그 배에 태웠다. 우리는 여러날 동안 느린 항해 끝에 가까스로 크니드스 앞바다가지 갔다. 그러나 역풍 때문에 더 나가지 못하고 살모네 앞바다를 지나  그레데섬을 오른쪽으로 끼고 바싹 해안을 따라 가다가 라새아시에 가까운   "좋은 항구" 라는 곳에 겨우 닿았다.

  ¶어느덧 많은 시일이 지나서 단식일로 정해진  추분도 이미 지났기 때문에 항해를 더 계속하기가 무척 위태로왔다. 그래서 바울로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경고하였다.     "여러분, 내가 보기에는 이대로 항해를 계속하다가는 짐과 배의 손실뿐만 아니라 우리 목숨까지도 잃을 큰 위험이 따를 것입니다."     그러나 백인대장은 바울로의 말보다는 성전과 산주의 말을 더 믿었다. 게다가 그 항구는  겨울을 날 만한 곳이 못 되어 대다수의 의견대로 그 곳을 떠나 할 수만 있다면  페닉슬로 가서 겨울을 나기로 하였다. 페닉스는 그레데섬에 있는 항구로 사넘쪽과 서북쪽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었다.

 

 

바다에사 만난 태풍

 

  ¶때마침 남풍이 순하게 불어 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젠 되었다고 생각하고 닻을 올리고 그레데 해안에 바싹 붙어서 항해하였다. 그런데 얼마 안 가서 섬 쪽에서 우리퀼로라는 태풍이 불어 와서 배가 바람에 휘말리게 되었다. 우리는 바람을 뚫고 나갈 수가 없어서 바람이 부는 대로 배를 내맡기고 표류하기 시작하였다. 가우다라는 조그만 섬을 북쪽으로 끼고 가는 동안에 우리는 끌고 가던 거룻배를 간신히 바로잡을 수가 있었다. 선원들은 거룻배를 끌어 올리고 배가 부서지지 않게 선체를 밧줄로 동여 맸다. 그대로 가다가는 리비아 해안의 모래바닥에  처박힐 염려가 있어서 돛을 내리고 계속 표류하였다. 태풍에 몹시 시달리다 못해 이튿날에는 화물을 바닷속으로 내던졌다. 여러 날 동안 해도 별도 보이지 않고 태풍만이 거세게 불어 닥쳐서 마침내 우리는 살아 돌아 갈 희망을 아주 잃고 말았다.

  ¶그 때 바울로가 일어서서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시달려 온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 내 말대로 그레데섬을 떠나지 않았어야 했읍니다,. 그랬더라면 우리는 이런 재난과 손실을 겪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라도 제발 기운을 내십시오. 배는 잃겠지만 여러분의 목숨만은 하나도 잃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어제 밤에 나를 지배하시는 하느님 곧 내가 섬기는 하느님의 천사가 나타나서 나더러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며 내가 반드시 황제 앞에 서게 될 것이며 나와 동행하는 여러분을 하느님께서 이미 모두 나에게 맡겨 주셨다고 했읍니다. 그러니 여러분, 기운을 내십시오. 나는 하느님께서 일러 주신 대로 모든 일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떤 섬에 밀려 가 닿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아드리아 바다에서 표류하기 시작한 지 열 나흘째 되던 날 밤이었다. 한밤중에 선원들은 육지에 가까이 온 것 같은 짐작이 들었다. 그래서 끈에다 추를 달아 내려 보았더니 물 깊이는 스무 길이었다. 좀 더 나아가서 다시 재어 보았더니 열 다섯 길이었다. 우리의 배가 암초에 얹힐 염려가 있었기 때문에 고물에서 네 개의 닻을 내려 놓고 어서 날이 밝기를 기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원들은 배에서 빠져 나갈 속셈으로 이물에서 닻을 내리는 체하면서 거룻배를 물에 띄웠다. 그 때 바우로가 백인대장과 군인들에게      "저 사람들이 이 배를 떠나 가면  당신들은 살아날 길이 없읍니다"  하고 일러 주었다. 그러자 군인들은 밧줄을 끊어 거룻배를 떼어 버렸다.

  ¶동이 틀 무렵, 바울로는 모든 사람에게 음식을 먹으라고 권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은 오늘까지 열 나흘 동안 마음을 졸이며 아무것도 먹지 않고 굶어 왔읍니다. 자 음식을 드시오. 그래야만 살수 있읍니다. 여러분은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바울로는 모든 사람 앞에서 빵을 들어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 다음 떼어서 먹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사람들은 용기를 얻어서 모두 음식을 먹었다. 그 배에 탄 사람은 모두 이백 칠십 명이었다. 모두 배불리 먹고 난 뒤에는 배를 가볍게 하려고 식량을 바다에 던졌다.

 

 

파 선

 

  ¶날이 밝자 어느 땅인지 알 수 없었지만 모래밭에 있는 물굽이가 눈에 띄어 어떻게 해서든지 거기에다 배를 대기로 작정하였다. 그래서 닻을 끊어 바다에 버리고 키를 묶었던 밧줄을 늦추었다. 그리고 앞돛을 올려서 바람을 타고 해변 쪽으로 배를 몰았다. 그런데 두 물살이 합치는 곳에 끼어 들어 배가 모래톱에 얹히면서 이물은 박혀 움직이지 않고 고물은 심한 물결에 깨어졌다.

  ¶그러자 군인들은 죄수들이 혹시 헤엄쳐 도망갈가 해서 그들을 모두 죽이려고 계획을 짰다. 그러나 백인대장은 바울로를 살릴 생각으로 군인들의 의견을 꺾고 헤엄칠 수 있는 사람은 먼저 뛰어 내려 육지로 올라 가라고 명령하였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은 판자쪽이나 부서진 뱃조각에 매달려 육지로 나가라고 명령하였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모두 무사히 육지로 올라 오게 되었다.

 

 

멜리데섬에서

 

28 ¶육지에서 무사히 오른 우리는 그 곳이 멜리데라는 섬인 것을 알았다. 그 섬 사람들은 우리를 매우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때마침 비가 내리고 날씨가 추워졌기 때문에 그들은 불을 피워 놓고 우리를 맞아 주었다. 이 때 바울로가 마른 나뭇가지를 한 아름 안아다가 불 속에 넣었더니 그 속에 있던 독사 한 마리가 열기 때문에 튀어나와 바울로의 손에 달라붙었다. 섬 사람들은 뱀이 바울로의 손에 매달린 것을 보고     "이 사람은 분명히 살인자다. 바다에서는 살아 나왔지만 정의의 여신이 그대로 살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하고 수군거렸다. 그러나 바울로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고 뱀을 불 속에 떨어 버렸다. 섬 사람들은 바울로의 몸이 부어 오르거나 당장 쓰러져 죽으려니 하고 그를 지켜 보고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에게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보고는 생각을 달리하여 바울로를 신이라고 하였다.

  ¶그 근처에 섬의 우두머리 푸블리오라는 사람의 농장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의 초대를 받아 거기에서 사흘 동안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그때 마침 푸블리오의 아버지가 열병과 이질에 걸려 앓아 누워 있었는데 바울로가 그에게 가서 기도하고 손을 얹어 낫게 해 주었다. 그랬더니 그 섬에 있는 다른 병자들도 찾아 왔다. 바울로는 그들의 병도 모두 고쳐 주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많은 선물로 갚아 주었고 우리가 떠날 때에는 항해에 필요한 물건들을 배에 실어 주었다.

 

 

멜리데에서 로마로

 

  ¶우리는 석 달 뒤에 그 섬에서 겨울을 난 디오스루로이호라는 알렉산드리아의 배를 타고 떠나게 되었다. 우리는 시라쿠라에 들러 사흘 동안 머물렀다가 그 곳을 떠나 레기움에 도착하였다. 이튿날 우리는 남풍을 타고 이틀만에 보디올리에 닿아 거기서 교우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의 간청으로 이레 동안 함께 지내다가 우리는 마침내  로라로 갔다. 로마에 있는 교우들은 우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아피오 광장까지 마중나온 사람들도 있었고 트레스 타베르네라는 동네까지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을 본 바울로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용기를 얻었다.

  ¶우리가 로마에 들어 갔을 때에 바울로는 경비병 한 사람의 감사를 받으면서 따로 지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로마에서

 

  ¶사흘 뒤에 바울로는 그 곳 유다인 지도자들을 불렀다. 그들이 모였을 때에 바울로는 이렇게 말하였다.     "형제 여러분, 나는 우리 겨레에 대해서나 조상들이 전해 준 관습에 거슬리는 일을 한 적이 한번도 없었읍니다. 그런데 나는 예루살렘에서 붙잡혀 로마 사람들의 손에 넘어 갔읍니다. 로마 사람들은 나를 심문했지만 사형에 처할 만한 죄상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나를 놓아 주려고 했읍니다. 그러나 유다인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나는 하는 수 없이 카이사르에게 상소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내 동포를 고발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었읍니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을 뵙고 말씀드리려고 오시라고 한 것입니다. 내가 지금 이 쇠사슬에 묶여 있는 것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희망해 온 그리스도 때문입니다."     유다인 지도자들을 바울로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는 아직 유다에서 당신에 관한 편지를 받은 일도 없고 또 형제들 가운데서 이 곳에 찾아  당신의 소식을 전하거나 당신을 헐뜯는 사람도 없었읍니다. 그렇지만 당신의 종파고 어디서나 사람들의 반대를 받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당신의 생각을 직접 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들이 날을 정해 두었다가 그 날이 되자 여럿이 바울로의 숙소를 찾아 왔다. 바울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들에게 하느님의 나라를 설명하고 증언하였으며 또 모세의 율법과 예언자들의 글을 들어 예수에 관해서 그들을 설득시키려고 노력하였다. 바울로의 말을 듣고 믿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끝내 믿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렇게 사로 의견을 달리한 채 흩어지려 하자 바울로가 이렇게 한 마디 덧붙였다.     "성령께서 예언자 이사야를 시켜 당신들의 조상에게 하신 말씀은 지당합니다.  들어 보십시오.

        ’이 백성에게 가서 말하여라.

        너희가 듣고 또 들어도 아라 듣지 못하고

        보고 또 보아도 알아 보지 못함은

        이 백성이 마음의 문을 닫고

        귀를 막고

        눈을 감은 탓이니,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게 되고

        마음으로 깨달아 돌아 서서

        마침내 나한테 온전하게 고침을 받으리라’

고 하시자 않았읍니까? 그러니 하느님의 이 구원의 말씀이 이방인들에게로 돌아 가게 되었다는 것을 여러분은 알아야 합니다. 이방인들은 이 구원의 말씀을 들을 것입니다."

  ¶바울로는 셋집을 얻어 거기에서 만 이 년 동안 지내면서 자기를 찾아 오는 사람을 모두 맞아 들이고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하느님 나라를 아주 대담하게 선포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하여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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